<소설> 벤처기업 (274)

 『여자가 돈놀이를 한다고요? 그런 경우도 있어요?』

 『돈깨나 있는 사내가 표면에 나서지 못하니까 여자를 시켜 파이낸스를 하는 것입니다. 나하고는 잘 아는 사이입니다.』

 『잘 아는 사이면 어떻게 해봐요.』

 『외국에 나갔다니까요.』

 나는 대책이 서지 않아서 궁리를 하다가 은행에 있는 송혜련을 떠올렸다. 실제 지점장에게 부탁을 해서 이삼일 막아달라고 할 수도 있지만,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고, 만약 부탁을 들어주면 다행이지만 그렇게 할 수 없다고 하면 낭패가 아닐 수 없는 일이었다.

 이제 당좌를 거래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벌써부터 부도 위험을 호소하면 신용이 말이 아니었다. 그렇게 보여지는 것이 싫어서 나는 지점장에게 말하지 못했다.

 그러나 송혜련에게 전화를 하면서 나는 은행 창구 여직원에 불과한 그녀가 그럴만한 힘이 있을지 알 수 없었다. 그녀 개인 돈이 있으면 빌려달라고 할 수밖에 없었다.

 전화를 하자 송혜련이 받았다.

 『일본에서 뭐 하세예?』

 그녀는 투박한 경상도 사투리로 물었다.

 『뭐하긴 뭐해요. 거래처에 와서 기술 지원을 해주고 있어요. 그런데 급한 부탁이 있어 전화를 했는데…. 가능할지 모르겠군.』

 『무슨 부탁인데예?』

 나는 망설이지 않을 수 없었다.

 『퍼뜩 말씀하이소. 지금 바쁘니까예.』

 『저기 말이오. 회사를 차렸지만 내가 워낙 융통성이 없어서 개인적으로 부탁해볼 만한 곳이 떠오르지 않아요. 그런데 송혜련씨가 은행에 있다는 이유로 혹시나 해서 부탁을 하는 것인데.』

 『아, 참. 뜸 되게 들이네예. 돈 빌려달라카는 것인가예?』

 『어떻게 알았지?』

 『말이 그렇잖아예. 얼마나 필요한데예? 어음 막을라카나예?』

 『그래요. 오늘 당장 2500만원을 넣어야 해요.』

 『알았어예. 넣어 드릴게예.』

 『고마워요. 그런데 지금 당장 되겠어요?』

 『해보죠, 유 과장님한테 연락을 하면 되지예? 아니, 우리 은행에서 당좌거래하고 있으니 직접 입금시켜 드릴게예.』

 『고마워요. 이틀 후에 갚을테니 좀 처리해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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