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큐브」의 가장 큰 매력은 무엇보다 뛰어난 아이디어의 승리다. 장소와 시간을 집약해 영화 제작비를 절감시킬 수 있다는 발상은 그리 새로운 건 아니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화려한 볼거리가 없어지는 스크린을 무엇으로 보상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으로 들어갔을 때 정답을 얻기란 무척 고민스러운 일이다. 대부분의 B급 영화들은 가장 보편적인 답안으로 섹스와 폭력을 제시해 왔다. 그러나 캐나다의 신예감독인 빈센조 나탈리는 인간의 본성과 보이지 않는 공포심에 초점을 맞춘다.
폐소공포증에 걸릴 만큼 좁고 답답한 공간. 사방이 모두 벽으로 둘러싸인 이 공간의 출구란 사방으로 향해 있는 문뿐이다. 그러나 문을 열면 또 모두 똑같이 생긴 사각공간뿐이다. 단, 잘못 발을 들여놓으면 몸이 조각조각 찢겨나가거나 천장에서 쏟아지는 염산에 얼굴이 타들어갈 수도 있고, 갑자기 휘감겨드는 철사로 몸이 산산조각날 수도 있다. 정육면체의 이 공간들은 누군가에 의해 조종되듯 끊임없이 이동하고 있다.
그리고 이 공간에 공통점을 전혀 찾을 수 없는 여섯명의 사람들이 모여든다. 마치 죄수복처럼 이름표가 붙여진 똑같은 옷을 입고 모인 사람들은 서로가 왜 그 자리에 있는지조차 알 수 없다. 그들이 마지막으로 기억하는 자신들의 모습은 평소처럼 잠자리에 들었다거나 혹은 부엌에 있었다든가 하는 것들이다. 「X파일」의 음모이론을 상기시키듯 그들은 자신도 모르게 누군가에 의해 이곳으로 왔고, 이 큐브를 조종하는 자가 누구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점이 오히려 보이지 않는 영화의 공포감을 증대시켜 간다.
평소의 영화적 습관이라면 이 큐브를 움직이는 자가 누구이고 왜 그들이 왔는가에 대해 집요한 게임을 벌이겠지만 감독은 영리하게도 그런 것엔 관심을 두지 않는다. 다만 그는 이 밀폐된 공간에서 다양한 캐릭터의 인물들이 공포로 인해 어떻게 변해가는지를 심술궂게 지켜볼 뿐이다.
출구를 찾는 해결의 실마리 역시 큐브의 미로만큼 복잡하고 난해한 수학식과 숫자의 퍼즐들로 이루어져 있다. 그리고 그 숫자들이 하나씩 베일을 벗어가면서 숨어있던 인간의 본성도 조금씩 수면 위로 떠오른다. 「탈출해야 한다」는 공통의 명제는 이들에게 연대감을 갖게 하지만 그 사이에도 권력과 갈등이 내재한다. 강한 자의 리더십은 어느 틈엔가 독재적 횡포를 부리고 서로를 죽음으로 몰아넣는다.
사람의 몸이 잘려나가는 도입부의 특수효과도 효과적으로 사용되었지만 각 큐브의 구분에 빛의 색채를 이용한 것도 흥미있는 부분이다. 한개 반의 사각세트 안에서 모든 촬영이 진행되었다는 이 영화에서 원색적인 색채들은 거대한 큐브에 대한 상상력을 증가시킬 뿐 아니라 리듬감을 지니면서 관객들의 심리적 공포강도를 더욱 높여준다.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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