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사태로 강요된 국내 기업구조조정의 핵심이었던 반도체 빅딜드라마가 14일 당사자인 현대전자와 현대반도체의 법적 통합을 마지막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이번 현대전자와 현대반도체(구 LG반도체) 통합은 세계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판도를 뒤흔들 만한 핵폭탄급 대형 기업 인수 및 합병(M&A)이라는 점에서 세계적인 주목을 받아왔던 사안이다.
그러나 이질적인 기업문화와 판이한 생산공정을 가진 두 회사의 통합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이 적지 않았다. 특히 최근 사상 최대의 호황이 찾아온 상황에서 통합작업이 늦어질 경우 호황의 과실을 놓쳐버릴 수도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이같은 상황에서 당초 우려와는 달리 예정했던 일정에 맞춰 실질적인 통합작업을 완성했다는 점은 향후 통합사의 발걸음을 가볍게 해줄 것으로 평가된다.
이번 통합 반도체 법인의 정식출범은 무엇보다 세계 메모리 반도체 시장순위의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세계적인 반도체 시장 조사업체인 IDC사가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통합 이전인 지난해 현대전자와 현대반도체의 세계 D램 시장점유율의 합은 20.8%. 현재 세계 1위인 삼성전자의 20.1%를 넘어서는 매머드급 업체로 부상한다는 계산이다.
생산능력면에서도 8인치 웨이퍼 기준 월 30만장 규모로 세계 최대다. 하지만 이것은 단순 산술적인 추정치라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끊임없이 발생하는 대형 M&A의 결과에서 나타나듯이 1+1은 반드시 2의 효과를 넘어서는 시너지를 담보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통합사 역시 이 문제에는 매우 조심스런 접근을 시도하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통합사 사장으로 선임된 김영환 사장이 기자회견에서 『당분간 라인증설보다는 기존 라인의 생산성을 최대화하는 데 신경쓰겠다』고 밝힌 대목도 통합에 따르는 시너지 창출이 통합사의 경쟁력과 직결된다는 인식에서 비롯됐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통합으로 얻어지는 가장 근본적인 효험은 「강력한 연구개발 능력을 보유하게 됐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김 사장도 이와 관련, 『이번 합병으로 현대전자의 엔지니어링 리소스가 70% 가량 향상됐다』고 설명했다. 연구개발 역량의 강화는 결국 엄청난 자본과 인력을 필요로 하는 차세대 반도체 개발력 향상으로 이어진다는 의미다.
현대전자나 현대반도체가 반도체 전문기업이면서도 늘상 삼성전자나 일본의 NEC, 미국의 마이크론사에 6개월∼1년 정도 기술 및 시장 경쟁력에서 뒤졌다는 약점이 이번 통합으로 완벽하게 해소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김영환 사장은 『이번 통합으로 확보되는 이른바 엔지니어링 리소스가 바탕이 될 경우 D램 사업의 핵심 역량이라 할 수 있는 차세대 제품 개발기간 단축과 다양화, 생산원가 대폭 절감, 마케팅 능력 향상을 꾀할 수 있을 것』이라며 『내년말 경이면 명실상부한 세계 초일류의 메모리반도체 기업으로 성장할 것』이라는 자신감을 보였다.
그렇다고 이번 통합을 모든 문제해결의 완결판으로 보기에는 산적한 과제가 적지 않다. 우선은 국내 반도체 업체들의 최대 약점으로 지적돼 왔던 D램 편중구조를 해소해나가는 문제가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현대전자는 양사가 가진 비메모리 반도체 분야의 인력과 노하우를 최대한 활용해 이른바 반도체 파운드리 사업을 집중 육성, 오는 2001년까지 비메모리 매출 비중을 18% 수준까지 높이겠다는 의욕을 보이고 있다.
이와 함께 정보통신, 박막트랜지스터 액정표시장치, 전장, 모니터 등 반도체 이외의 사업부문 처리문제가 발등의 불이다.
이와 관련, 현대측은 『내년초를 목표로 현재 부문별 분리 매각협상진행중이며 이를 통해 7억달러 이상의 자금이 조달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승철기자 scchoi@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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