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말에 다른 사람은 반대하지 않았다. 반대를 하지 않았다기보다 침묵했다. 다만 배용정이 약간 걱정하는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땅을 사고 공장을 지으려면 자금이 많이 들텐데….』
일본에 기술을 수출하면서 받은 돈이 전부 들어갈 것이다. 그러나 사업가란 돈을 은행에 넣어두고 이자를 챙길 생각을 해서는 안된다. 그런 경우 현상을 유지하는 데는 도움이 될지 모르지만 사업가로서의 비전이 없는 것이다.
나는 노정기와 함께 공장 부지를 보려고 서울 근교로 나갔다. 그렇지 않아도 부동산업자가 공장 부지로 나와 있는 땅을 소개한 일이 있었다. 일본 기업에 기술을 수출하면서 자금이 유입되자 그것을 어떻게 알았는지 일부 부동산업자들이 찾아왔다. 그러나 나는 컴퓨터 관련 기술사업을 하려는 것이지 부동산에 손을 대고 싶지 않았다. 어느 부동산업자는 노골적으로 나를 유혹했다.
『최 사장님, 여기 지도에 파랗게 그려진 땅은 지금은 밭이지만, 인근에 도시가 개발될 것입니다. 그러면 이곳 땅값이 엄청나게 뛸 것입니다. 지금은 밭이지만 최 사장님이 공장을 짓고 잡종지로 만들면 그 즉시 땅값은 다섯배로 뜁니다.
사업하시는 분에게 할 말은 아니지만, 공장에서 제품을 생산해서 팔아들이는 수익보다 형질 변경으로 얻어지는 땅값의 상승 수익이 훨씬 앞섭니다. 이와 같은 땅 짚고 헤엄치는 사업을 안하시려는 것입니까?』
그것이 아무리 땅 짚고 헤엄치는 그같은 사업이라고 해도 나는 부동산 투기를 할 생각은 없었다. 그로 해서 부가 이익이 많이 들어온다고 해도 나는 싫었다. 그렇게 말하자 그 부동산 소개자는 큰 소리로 웃으면서 말했다.
『최 사장님은 잘 모르시는군요. 대기업이나 재벌기업에서 번 돈의 핵심은 거의 모두 부동산이지 제품에서 남은 것인 줄 아십니까?』
그래도 나는 관심을 갖지 않았다. 그러나 이제 땅을 매입해야 했고, 공장을 지어야 했던 것이다. 형질 변경으로 인한 땅값 상승과는 무관한 일이었으나, 그 부동산업자의 말처럼 부가가치를 준다면 싫은 일은 아니었다. 몇 군데의 공장부지를 돌아보고 우리는 안양과 서울 사이의 국도변 밭을 샀다.
밭은 나지막한 야산을 끼고 있었는데, 밭 주인은 그 산을 함께 매입하는 조건으로 국도변의 땅을 팔겠다고 했다. 그래서 임야 2만평과 밭 3000평을 매입했고, 곧 공장을 지었던 것이다. 공장은 가건물로 지어서 건축에 들어가는 경비를 최소화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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