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간 소문으로만 무성했던 골드뱅크(대표 김진호)의 주가조작 의혹이 급기야 국회에서 공론화됐다.
국민회의 김민석 의원과 한나라당 이사철·김영선 의원 등 여야 국회의원들은 7일 금융감독위원회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골드뱅크의 주가가 작년 10월 6200원에서 지난 7월 31만여원까지 치솟았던 배경에 의문을 표시하고 금융감독원에 주가조작 및 헐값 전환사채 발행과 관련한 강도높은 조사를 촉구했다.
△주가조작=이사철 의원은 골드뱅크가 모 증권사에 개설된 5개 계좌에서 고가 매수주문과 대량매수 등을 통해 지난 1월 12일 1만3150원이던 주가를 2월 2일에는 6만3500원으로 5배나 끌어올린 혐의를 증권거래소가 포착, 금감원에 통보했으나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으로 4월 조사가 종결됐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또 골드뱅크가 지난 2월 사이버증권사를 개설해 7월부터 가동하겠다고 공시해 주가를 31만2000원까지 끌어올렸으나 이 계획이 흐지부지되면서 이달 1일 현재 7만4000원(액면분할 감안)으로 폭락, 사이버증권사 설립을 믿고 투자했던 일반투자자 1만여명에게 큰 피해를 입혔다고 지적했다.
김민석 의원도 금감원이 주가조작 여부를 조사했던 시기(98년 10월부터 99년 1월말)에는 주가등락폭이 818%에 불과했으나 그 이후의 시기를 포함하면 등락폭이 4951%에 달하는 만큼 재조사가 실시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헐값 전환사채 발행=이사철 의원은 골드뱅크가 3월 17일과 4월 23일 두 차례 해외전환사채를 발행, 말레이시아 역외펀드인 「라시」에 넘기면서 발행가를 각각 1만5000원과 1만7000원으로 책정, 당시 주가(3월 17일 4만2700원, 4월 23일 7만9800원)의 21∼31%로 헐값에 발행했으며 4월 29일에도 역시 말레이시아 역외펀드인 「드렉슬러」에 당시 주가(10만원)의 25% 수준인 2만5000원으로 발행했다고 지적했다.
이들 역외펀드는 이 전환사채를 5월부터 8월까지 주식으로 전환해 매각함으로써 드렉슬러는 667억원, 라시는 237억원의 차익을 챙겼다는 것이다.
이 의원은 벤처기업들이 전환사채를 발행할 경우 대부분 시가의 10∼30%로 할인하는 것이 통례인 점에 비춰볼때 골드뱅크가 시가의 50∼75%로 할인발행한 것은 인수자에 대한 특혜라며 말레이시아 역외펀드의 정체에 의문을 표시했다.
드렉슬러가 지난 6월 매각한 330만주의 주식 가운데 160만주는 중앙종금이 인수했는데 그 이후 골드뱅크의 주가가 폭락, 중앙종금은 200억원의 손실을 보고 있다.
김영선 의원도 골드뱅크가 전환사채를 시가의 25%에 불과한 가격으로 발행해 대주주인 김진호 사장과 특정인에게 인수토록 해 부당이득을 얻거나 주식을 위장분산하려 한 게 아니냐고 따졌다
김민석 의원은 라시와 드렉슬러의 최대주주는 각각 중앙종금 김석기 대표와 이 종금사 직원으로 김 대표가 사실상 이들 역외펀드의 실질적 관리자일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라시와 드렉슬러가 불과 2개월여만에 900억원대의 이익을 챙긴 것은 중앙종금의 개입에 의한 것으로 추측되는 만큼 이들 펀드의 성격규명과 자금출처, 자금의 해외반출 여부, 김석기 대표와의 관계 등이 규명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역외펀드를 이용한 주식불공정거래나 국부의 해외유출 가능성이 골드뱅크에만 한정된 것이 아닌 만큼 금감원의 조사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금감원 조사국 직원의 골드뱅크 전직=이사철 의원은 골드뱅크에 대한 금감원 조사시기인 지난 4월 골드뱅크의 회계를 맡고 있던 D회계법인의 윤모씨가 계약직으로 조사국에 입사했다가 지난 7월 골드뱅크 계열사인 동부창업투자 사장으로 옮겼으며 또다른 조사국 직원 민모씨도 골드뱅크로 전직했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금감원 조사국 직원 2명이 골드뱅크에 대한 조사가 끝난뒤 이 업체로 자리를 옮긴 것은 뭔가 흑막이 있는 게 아니냐고 따졌다. 금감원은 이에 대해 이들 직원이 골드뱅크와 그 관계사로 이직한 것은 사실이나 골드뱅크에 대한 직접적인 조사를 담당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이같은 의원들의 지적에 대해 골드뱅크측은 『자사의 주가가 폭등한 시기에 한국정보통신·한글과컴퓨터 등 인터넷 관련주들 역시 비슷한 수준으로 주가가 올랐다』고 설명하며 또 헐값 전환사채 발행과 관련해서도 『그 당시에는 유동자금 부족으로 회사가 부도 직전에 있었던 만큼 앞뒤를 고려할 상황이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한편 이날 골드뱅크 주가는 오전장에서 한때 8870원까지 오르는 등 상승세로 출발했으나 국감 소식이 전해지면서 약세로 반전, 20원 오른 8270원으로 마감됐다.
김경묵기자 kmk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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