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업계 "릴레이 소송" 불끄기 전략

 국내 PC업체들이 세계 주요 PC제조업체들의 특허 및 디자인 관련 침해소송에 대해 발빠르게 대응함으로써 소송문제가 신속하게 해결될 전망이다.

 이를 계기로 그동안 외국업체의 소송으로 골머리를 앓아오던 삼보컴퓨터·대우통신·KDS 등은 초저가 PC시장에서 나름대로 경쟁력을 갖춰갈 것으로 기대된다.

 국내 PC업체들은 해외법인 또는 투자업체들이 세계 유수 PC업체로부터 특허권 및 디자인 침해혐의로 제소를 당하자 몹시 당황했다. 그동안 이같은 소송에 대한 경험이 없었던 데다 제소 대상이 본사가 아니라 해외법인 및 투자업체라는 점에서 난처함을 감추지 못했다.

 이들 PC업체는 특히 특허 및 디자인 관련 소송에 정면 대응하다가는 막대한 소송비용이 들고 이로 인해 회사 및 제품의 이미지가 실추돼 해외시장 개척에 큰 차질을 빚지 않을까 우려했다.

 그래서 이들 업체는 최근 소송의 핵심 사항을 양보하거나 또는 협상팀을 통해 좋게 해결해 나가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고 실무작업에 들어갔다.

 특히 현지법인인 e머신스사를 통해 미국 현지에서 성가를 높이고 있는 삼보컴퓨터는 미국 컴팩컴퓨터의 제소에 정면대응을 할 경우 기업이미지나 그동안 추진해 온 시장개척 노력에 심대한 타격이 있을 것으로 보고 적정한 선에서 타협을 모색하고 있다.

 이를 위해 삼보컴퓨터는 우선 컴팩컴퓨터와 협상할 전문팀을 구성, 자료수집과 함께 해당업체와 접촉에 들어갔다. 물론 별도의 변호사를 선임, 만에 하나 여의치 않을 경우에도 대비하고 있다.

 이와 달리 미국 애플컴퓨터로부터 각각 i맥 컴퓨터의 디자인을 침해했다는 혐의로 미국과 일본 현지 법원으로부터 제소당한 대우통신과 KDS는 끝까지 법적 투쟁을 벌여 승산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소송제기 업체와 정면대결을 피해 나가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그동안 우리나라 컴퓨터 또는 정보통신업체들이 외국업체들과 소송사건이 벌어졌을 때 명분을 위해 많은 시간과 자금을 투자해 왔다.

 그러나 이러한 점에 비춰보면 이번에 이들 업체의 대응은 상당히 빠른 편이다.

 업체 입장에서 보면 외국업체들이 컴퓨터의 특허나 디자인에 대해 소송을 제기하는 것은 다분히 현지 시장에서의 성장을 견제하기 위한 것이라는 점을 알고 있는데 굳이 명분을 내세워 대외이미지를 훼손해가면서 시간과 막대한 소송비용을 들일 필요가 없다.

 국내업체들은 명분은 외국업체에 주고 실리, 즉 많은 제품을 팔아 시장점유율을 높이는 게 더 유리하다는 생각이다.

 물론 여기에는 외국업체의 요구가 누가 보거나 타당하고 정당한 것이 전제조건이다. 삼보컴퓨터가 소송제기 업체인 컴팩컴퓨터가 터무니없는 것을 요구할 경우 법적 대응도 불사하겠다는 표현으로 별도의 변호사를 선임, 법적 검토작업에 들어간 것이 이를 뒷받침한다.

 아무튼 이번 국내 PC업체들이 종래와 달리 외국업체의 소송에 대해 발빠른 움직임을 보이는 것은 특허나 디자인에 관해 다른 경쟁업체에 별로 뒤질 것도 없을 뿐 아니라 그동안 축적된 기술력에서 바로 새로운 제품을 생산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점에서 다소 긍정적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세계시장에서 경쟁력은 기술력 못지 않게 적기에 많은 제품을 팔아야 한다는 경영원칙에서 보면 외국업체들의 의도된 견제를 사전에 피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게 관련업계의 의견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를 계기로 국내 PC업체들의 수출전략에 일대 수정이 가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신영복기자 ybshi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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