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대 국회의 마지막 국정감사가 한창이다. 국감은 구태의연한 정치에 신물이 난 국민들의 입장에서 보면 국회의원들이 그래도 모처럼 세비 값을 하는 자리다.
그러나 매번 그렇듯이 국감은 수박 겉핥기식이며 국민들도 면역이 됐기 때문인지 어지간히 큰 건이 아니면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해부터 정부출연연을 담당하게 되는 정무위원회의 국감은 해도 너무한다는 생각이다.
12일로 예정된 국회정무위의 국감일정을 보면 하루 동안 기초기술·공공기술·산업기술연구회 등 3개 연구회와 KIST 등 무려 13개 정부출연연을 감사하도록 되어 있다.
그러나 올해부터 출연연을 이관받은 총리실 담당 공무원들조차도 아직까지 업무파악을 제대로 하지 못할 정도인데 하물며 과학기술에는 문외한에 가까운 국회의원들이 하루 동안 이렇게 많은 출연연을 감사한다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무리다. 특히 국감장소가 대덕연구단지이고 상임위 국감일정을 감안하면 특별한 쟁점사항이 아니고서는 오전 10에 시작돼 저녁식사 시간을 넘기지 않는다고 보면 국감에 투입될 시간은 길어야 10시간 정도고 그나마 점심시간 2시간과 간혹 입씨름으로 정회하는 시간을 빼면 실제 국감시간은 6∼8시간에 불과하다.
따라서 각 출연연의 업무현황 보고를 서면으로 대체한다 해도 각 기관에 할당된 시간을 산술적으로 계산하면 채 30분도 되지 않는다. 지난해까지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 몫이었던 출연연에 대한 소관부처가 이관되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출연연의 입장에서 보면 안도의 숨을 내쉬겠지만 도대체 뭘 감사할 것인지 오히려 궁금해진다.
단지 감사대상 기관의 산하기관이라 해서 전문성이 떨어지는 상임위가 자기 몫 챙기기에 급급해 출연연에 대한 국감을 실시한다는 것은 억지춘향식이다.
정부의 무리한 출연연 구조조정 때문이라지만 국회도 소관부처라는 틀에 얽매이기보다는 능률과 효율을 우선하는 입장에서 당연히 출연연 감사를 전문 해당상위에 맡겨야 한다.
기술산업부·정창훈기자 chjung@etnews.co.kr
<정창훈기자 chj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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