톡톡 튀는 메뉴로 "신세대 유혹"

N세대를 위한 인터넷 비즈니스 업체들이 요즘 뜨고 있다. N세대 음악포털 「렛츠뮤직」으로 주목받는 나눔기술, 채팅서비스 「하늘사랑」, 연예오락 포털업체 「아이팝콘코리아」 그리고 인터넷방송국 「디지캣」의 문을 연 재미구조.

 이 회사들은 N세대를 겨냥한 서비스업체답게 네티즌들의 감성을 잘 이해하는 사람들로 팀을 이뤘다. 까다롭고 변덕이 심한 넷 제너레이션의 취향에 맞추려면 그들의 마인드를 먼저 읽어낼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N세대의 언어는 채팅이다. 만나서 얼굴을 마주보며 얘기하는 것보다 채팅이 더 즐겁다. 렛츠뮤직(www.letsmusic.com) 직원들에게도 채팅은 자연스러운 커뮤니케이션 수단이다. 사실 이들은 채팅 덕분에 만날 수 있었고 키보드로 대화를 나누다가 의기투합했다.

 지난해 겨울, 장영승 나눔기술 사장은 음악포털을 구상하고 있었다. 기업용 비즈니스 시장에서 축적한 노하우로 인터넷 엔터테인먼트 분야에 뛰어들 계획이었다. 서울대 시절 음악동아리 메아리의 멤버였던 장 사장은 자신이 좋아하는 음악을 비즈니스와 접목시켜보고 싶었다.

 우연히 3차원 채팅사이트로 들어간 장 사장은 오랜만에 말이 통하는 상대를 찾았다. 인터넷 컨설턴트 노동환 씨였다. 노 씨는 오디오 프로듀서 출신으로 인터라인마케팅코리아를 설립해 디지털 음악사업을 시작했던 전문가. 「노래를 찾는 사람들」에서 가수활동도 했던 노 씨는 평소 선배들로부터 장 사장에 대한 얘기를 들어서 알고 있었다.

 『번개팅은 뭐 청춘남녀들만 하란 법 있나요. 채팅으로 다 못 나눈 얘기를 계속하기 위해 퇴근 후 장 사장님과 번개로 만났죠. 디지털 음악사업에 대한 진지한 논의가 이어졌습니다. 그리고 보다시피 이렇게 한 배를 타게 된 겁니다.』

 노동환 씨는 번개만남 이후 장영승 사장과 렛츠뮤직 사업부를 신설하게 됐고 지금은 나눔기술의 기획실장으로 일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렛츠뮤직의 디자인팀장 김영아 씨는 가끔 장 사장을 「테우스님」이라고 부른다. 그럴 땐 장 사장도 김 팀장이 아니라 「지요」라는 닉네임으로 대답한다. 두 사람 역시 네트워크에서 조우했다.

 『주로 음악얘기, 일얘기를 나눴습니다. 워낙 달변인데다 타자실력이 보통이 아니어서 아주 즐거운 시간이 됐죠』라며 김 씨는 그때를 떠올린다. 한동안 안부 메일을 주고받던 두 사람은 오프라인에서 만나 본격적으로 사업문제를 의논하게 됐고 결국 김 씨가 나눔기술의 디자인팀장을 맡으면서 새로운 인연을 만들었다. 채팅 덕분에 나눔을 알게 된 것은 박종규 렛츠뮤직 편집팀 편집장도 마찬가지. 『어느날 네트워크에서 아저씨 냄새 풀풀 나는 남자를 만났죠. 며칠 후 방에 단 둘이 있게 될 기회가 생겼어요. 얼마나 따분할까 싶어 그냥 나와 버릴까 했는데 혹시나 하는 생각에 대화를 좀 나눠 보기로 했습니다.』

 박 팀장은 쉴새없이 쏟아지는 장 사장의 키보드 수다(?)에 헉헉댈 지경이었다고 회상한다.

 그날 대화방을 나가며 장 사장은 URL 하나를 적어 보내왔다. 그리고 자신의 얼굴이 알고 싶으면 전자신문 사이트에 들어가 나눔기술을 검색해 보라고 덧붙였다. 서울예대 극작과를 졸업하고 방송작가와 잡지사 편집장을 거친 박 씨는 당시 안정된 직장인 백제예술대학교 교직원으로 일하고 있었다. 월급도 괜찮고 방학 동안은 오후 1시면 퇴근할 수 있어 대기업 다니는 친구들이 다 부러워했다. 하지만 뭔가 새로운 도전이 필요하다고 느끼던 때였다. 그는 렛츠뮤직으로 옮긴 것이 후회없는 선택이 됐다고 말한다.

가상공간의 3차원 캐릭터 아바타(Avartar). N세대들에겐 낯설지 않은 단어다. 하늘사랑의 스카이러브(www.skylove.co.kr)는 아바타를 「또다른 나」로 생각하는 N세대들을 위한 채팅서비스. 98년 9월 문을 연 이래 1년만에 회원이 320만으로 불어나고 전국 PC게임방의 70%가 이용계약을 맺었을 만큼 호응이 높다.

 하늘사랑은 98년 8월 나종민 사장이 7명의 창업멤버를 이끌고 봉천동에 조그마한 사무실을 내면서 시작됐다.

 『사업아이템을 대화방으로 결정하기 전에 웹사이트를 돌아다니며 네티즌들로 붐비는 콘텐츠를 찾아봤죠. 대화방 서비스에 대한 네티즌의 애정이 각별하다는 사실을 재삼 확인하게 됐습니다.』 나 사장은 대화방 서비스를 뒤져본 결과 기본적인 채팅 외에 눈에 띌 만한 기능이 별로 없다는 것을 알았고 N세대 대화방을 만들면 인기를 끌 수 있을 것이라는 결론을 내리게 됐다. 나 씨는 함께 일할 친구들을 모았고 이때 동참한 8명의 창업멤버들은 개인생활을 거의 포기한 채 대화방 개발에만 매달렸다.

 『벤처업체라면 자신있는 한두개 제품으로 승부를 거는 것이 기본전략 아닙니까. 하늘사랑은 처음부터 대화방이라는 아이템 하나에 전직원의 역량을 집중시켰습니다.』

 나 사장은 직원 모두가 채팅 마니아였기 때문에 새로운 서비스 개발이 수월했다고 전한다. 네티즌들의 의견을 바로바로 제품에 반영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심태영 마케팅팀장은 『하늘사랑이 채팅업계 1위가 될 수 있었던 최고의 원동력은 채팅으로 오고간 하찮은 농담도 아이디어로 소화해낸 순발력이었다』고 말한다.

 하늘사랑은 앞으로 영어, 중국어, 일본어가 가능한 그래픽 채팅으로 건실한 수익구조를 만들어갈 생각이다.

 네트워크는 N세대들이 마음껏 꿈을 펼칠 수 있는 무대다. 가상공간을 꺼리는 기성세대와 달리 이들은 네트워크를 자연스러운 삶의 공간으로 받아들인다. 아이팝콘(www.ipopcorn.com)은 그런 사이버세대를 위한 연예오락 중심의 포털사이트.

 아이팝콘은 성공한 재미기업가 아이크리(한국명 이인근)가 설립한 경영컨설팅 전문업체 리테크놀로지의 자회사다. 미 메이저업체 최초의 한국경영인이었던 전 퀀텀의 손영권 사장도 투자자 겸 공동창업자로 참여하고 있다. 이 회사는 사이버 공간에 익숙한 10대와 20대 초반 젊은이들을 위한 음악, 패션, 카툰, 교육, 스포츠, 오락 서비스를 제공한다. 팝콘처럼 톡톡 튀는 N세대 메뉴들을 차려 놓고 아시아권 젊은이들이 시간과 공간의 벽을 넘어 만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 아이팝콘의 전략이다.

아이팝콘은 특히 인터넷 서비스가 지역별로 블록화하고 있는 추세에 맞춰 아시아권을 겨냥한 포털서비스다. 한국사이트 개설을 시작으로 올해 말까지 미국 본사의 영문사이트, 일본·중국 등 아시아 각 지역과 세계를 연결하는 인터넷서비스를 구축할 계획. 사이버 공간과 현실세계를 넘나드는 아이팝콘 카페, 실시간 온라인 비디오쇼, 주문형 비디오 등 색다른 서비스들을 준비하고 있다.

 아이팝콘코리아 안승욱 사장은 『향후 1, 2년 안에 아이팝콘사를 나스닥에 상장시켜 5억달러 규모의 업체로 성장해 나갈 방침』이라고 밝힌다.

 재미구조는 말 그대로 재미있는 젊은이들이 모여 재미있는 인터넷 방송을 만드는 회사다. 영문 이름은 「Fun Structure Inc」. 인터넷방송 디지캣(www.digicat.co.kr)은 공중파 프로그램을 웹에서 재방송하는 것이 아니라 오리지널 콘텐츠를 기획한다. PD, 작가, 카메라맨들은 철저하게 N세대들을 위한 재미를 추구한다. 직원들은 대부분 대기업 계열 방송국이나 영화사, 음반사에서 일하다 이곳으로 옮겨왔다.

 현실보다 가상세계에서 더 멋있어 보인다는 자칭 사이버맨 우승한 실장, 충무로의 프로덕션 사장 출신인 도건호 영화팀장, DJ 연합회 대표이자 원로 DJ인 안수범 음악팀장 등 모두들 독특한 개성의 소유자다. 이들은 영화, 게임, 애니메이션같은 영상 엔터테인먼트를 첨단 디지털 시대에 맞는 새로운 형식으로 만들어보자는 이정태 사장의 권유에 따라 재미구조로 뭉쳤다.

 『디지캣이라는 이름은 「Digital Culture Art Trend」의 합성어이기도 하지만 온라인상에서 시청자들에게 즐거움을 가져다주는 한 마리의 귀여운 디지털고양이라는 뜻입니다. 네티즌이 영화 제작자 앞에서 공개 오디션을 받는 「스타서치」처럼 맛있는 메뉴들로 승부할 겁니다』라고 이 사장은 말한다.

 앞으로 N세대들이 주도하는 디지털문화가 주류로 편입되면서 이들 인터넷 벤처도 성공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선기기자 sk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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