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청에 새로운 슈퍼컴퓨터 「SX5/16A」가 도입된 것은 99년 6월 1일. 이때부터 종전 8시간씩 걸리던 계산작업이 1시간 이내로 단축돼 예보관들이 더욱 많은 시간을 해석과 판단업무에 투자할 수 있게 됐다. 격자간격 10㎞ 이하의 정교한 국지모델을 추가로 운용함으로써 폭우성 비구름의 분석 해석도는 종전의 500㎞에서 100㎞ 안팎으로까지 강화됐다.
전 지구모델의 예측기간이 5일에서 10일로 확대되고 1개월 역학예보 자료 등을 독자적으로 생산해 월간예보를 월 3회 제공하는 것도 가능해졌다. 나아가서는 파고 예상도의 범위 역시 아시아권에서 전세계로 확대돼 원양어선과 국외 항해선박에 기상서비스도 가능해졌다고 한다.
기상예보 수준이나 질이 이처럼 확 바뀔 수 있는데도 그동안 기상청은 왜 최신형 슈퍼컴퓨터 도입을 미뤄왔는가. 잘 알려져 있다시피 기상청 슈퍼컴퓨터 도입은 지난해 7월 지리산 일대를 강타했던 이른바 게릴라성 폭우 덕을 적지않게 봤다. 당시 여론이 「슈퍼컴퓨터를 도입해 운용했더라면 폭우 예보가 가능했고 인명피해도 최소화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데에 모아졌던 것이다.
기상청의 경우는 그나마 낫다. 대덕연구단지내 기초·응용 연구소들의 경우는 그 결과가 단기간에 드러나지 않는 과학기술 연구투자의 특성 때문에 슈퍼컴퓨터 도입이 절대적으로 필요하지만 예산배정에서 항상 뒷전으로 몰리는 상황이다. 이는 앞선 응용기술 개발이 곧 기업경쟁력으로 직결되는 민간기업들도 마찬가지. 연구기관 관계자들은 여론에라도 기대어 기초·응용과학 연구와 슈퍼컴퓨터의 밀접한 상관성을 부각시키고 싶어 하지만 이런 경우는 기상청의 그것과는 또다른 차원이 아닐 수 없다.
세계적인 슈퍼컴퓨터 전문가 잭 돈개러 박사(미국 테네시주립대) 등이 지난 94년 이후 순수민간 차원에서 매년 2차씩 발표하는 「톱500」리스트를 보면 결론은 간단해진다. 바로 슈퍼컴퓨팅 파워 보유총량과 그 질이 국가경쟁력이며 국가경쟁력은 곧 기초응용과학이 발달한 선진국의 서열이라는 사실이다. 이제부터라도 정부예산당국을 겨냥해서 슈퍼컴퓨터 마인드 확산운동이라고 벌여야 하는 것은 아닐까.
<서현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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