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전자부품산업이 태동한 이후 최대 고비로 평가된 국제통화기금(IMF) 사태가 서서히 수습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IMF는 고도의 성장가도를 달려온 국내 전자부품산업에 대규모 구조조정이라는 흔적을 남겼다. 일부 경쟁력없는 부품업체는 도산했는가 하면 일부업체는 발빠른 기업 체질 개선 작업읕 통해 다가오는 밀레니엄시대에 대비하고 있다.
PCB
IMF라는 혹독한 시련기를 겨우 벗어난 국내 인쇄회로기판(PCB)업계는 새로운 밀레니엄에 대응한 중장기 투자전략 수립을 놓고 깊은 고민에 빠져 있다.
오는 2000년대는 디지털TV를 비롯한 차세대 영상매체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반도체·네트워크시스템 등 대량의 PCB 수요를 동반한 전자정보기기 시장이 크게 확대될 것으로 예상, 이에 대비한 기술개발 및 설비투자를 지금부터 진척시켜야 하지만 섣불리 투자에 나설 수 없기 때문이다.
이들 차세대 제품을 겨냥한 신규 설비투자 규모는 과거 설비 규모와는 궤를 달리하고 있다. 다층인쇄회로기판(MLB)을 비롯, 기존 PCB를 생산하기 위해 소요되는 설비투자 금액이 과거보다 3∼5배 더 들어가기 때문이다.
또 전 지구촌으로 확산되고 있는 기업인수합병(M&A)에 따른 산업구조 개편 바람도 PCB업계 투자의 발목을 잡고 있다. 현재 거래하고 있는 외국 유명 기업의 성장성을 고려, 설비투자를 단행했을 때 이 기업이 다른 기업에 인수될 경우 거래 관계의 지속성 여부가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국제 수준의 경쟁력을 지닌 특정 PCB를 생산할 수 있는 업체가 거의 전무한 실정이다. 특히 다가오는 2000년대는 환경친화적 제품을 생산하지 못할 경우 국제무대에 설 수 없는 상황이 도래할 것이기 때문에 이에 대한 철저한 준비가 뒤따라야 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희영기자 hy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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