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정보통신업계 최고경영자들은 새로운 밀레니엄이 열리는 내년에도 경기가 올해의 회복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리 및 금융권의 안정, 정보통신시장의 고성장 구가 등 여러 호재가 맞물려 IMF의 긴 터널을 완전히 벗어날 것이란 기대감이 팽배하다. 특히 내수와 수출이 모두 호조를 보이면서 본격적인 상승국면에 접어들 것이란 낙관적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번 조사에서도 전자·정보통신업계 경영자들은 새로운 밀레니엄이 열리는 2000년 경기전망에 대해 상당히 긍정적으로 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선 내수의 경우 경기가 「매우 좋아질 것」을 100점, 「좋아질 것」을 75점, 「올해와 동일」을 50점, 「나빠질 것」을 25점, 「매우 나빠질 것」을 0점으로 산정할 때 평균 66점을 주었다. 경기가 좋아질 것이란 업체가 전체의 73.1%에 달해 10명 중 7∼8명이 내년 내수경기가 올해보다 좋아질 것으로 봤다. 올해보다 나빠질 것으로 본 업체는 9%에 불과했다.
업종별로는 경기회복으로 설비투자가 기대되면서 설비투자와 관련도가 높은 산업전자가 평균 73.3점으로 최고치를 기록했으며 정보통신서비스도 72점으로 평균치를 크게 웃돌았다.
특히 산업전자와 정보통신서비스는 조사업체의 90% 이상이 내년에 내수경기가 좋아질 것으로 낙관했다. 그러나 유통(37.5점)은 내년 경기를 어둡게 보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내수경기를 부정적으로 보는 이유로는 「시장개방」 「유가상승」 「구조조정」 등이 똑같이 16.7%의 점유율로 공동 1위로 꼽혔다. 이 중 최근 들어 가파른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는 국제유가에 대한 우려로 밀레니엄 오일쇼크설까지 대두되고 있는 현실을 반영, 유가상승이 내수경기의 발목을 잡을 주요인으로 제기돼 눈길을 끌고 있다. 내년 상반기로 예정된 총선도 경기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우려됐다.
내수를 긍정적으로 전망하는 이유로는 20.4%의 업체가 「정보통신 단말기 및 시스템의 수요증가」를 지목했으며 「경기회복」(19.4%), 「신규투자 및 설비투자 증대」(16.3%), 「구조조정 효과」(10.2%), 「금리안정, 금융안정, 자금회전 원활화」(9.2%) 등이 뒤를 이었다. 눈길을 끄는 것은 부정적 요인으로 상위에 올랐던 「내년 총선」이 긍정적인 요인이 될 것으로도 조사됐다는 점.
수출전망 역시 내수 못지않게 밝았다. 전자·정보통신업계 경영자들이 전망하는 내년도 수출경기 전망치는 평균 60.7점. 올해보다는 다소 좋아질 것이란 얘기다. 이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조사업체의 55.6%가 올해보다 수출이 좋아질 것이라고 답했으며 올해와 같을 것이란 업체가 32.3%, 올해보다 나빠질 것이란 업체가 12.1%로 각각 나왔다.
수출은 8개 전업종이 비교적 고르게 올해보다 나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주목할 만한 것은 최근 D램과 TFT LCD의 가격상승과 수출증가로 사상 유례없는 호황을 누리고 있는 반도체 및 부품의 내년 수출전망치가 8개 분야 중 최하위 수준인 58.6점에 머물렀다는 사실. 이는 곧 경기가 지나치게 호황을 구가할 때 나타나는 경기하락에 대한 우려감의 표현으로 풀이된다.
수출경기에 대한 부정적 전망의 근거는 「환율변동」과 「가격경쟁력 약화」가 각각 18.8%로 최우선으로 꼽혔다. 국내 전자·정보통신업체들은 환율에 편승한 가격경쟁력이 수출에 최대 무기인데 환율이 지속적으로 떨어지면 가격경쟁력도 동반하락할 것이란 우려의 표시다.
특히 일본 엔화와 중국 위안화의 변동이 수출에 적지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본 듯하다.
반대로 수출경기의 긍정적 요인에 대해선 「엔화강세」가 21.6%로 압도적으로 높아 주목됐다. 국내 전자·정보통신업체들이 지난 95년 「슈퍼엔고」시대를 열며 정점에 올랐던 엔고에 다시한번 큰 기대를 걸고 있음을 드러내는 부분이다. 다음으로는 「대기업의 수출기반 확대」 「해외 수요증가」 「대외신인도 상승」 「세계경기 호황」 「금융시장 안정」 「구조조정효과 가시화」 등이 꼽혔다.
이처럼 내수와 수출이 비교적 고르게 호조를 보일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내년도 전자·정보통신업계의 내수 및 수출성장률도 올해보다 큰 폭으로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전자·정보통신업계 경영자들은 2000년 내수부문의 업계 전체 성장률은 올해대비 17.9%, 수출은 18.8%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업종별로는 내수의 경우 정보통신서비스·산업전자·정보통신기기가 각각 20% 이상의 성장을 예상했으며 가전·반도체/부품·SW·유통 등도 10∼13%의 두자리 성장을 낙관했다.
수출부문에선 정보통신기기가 39.4%의 높은 성장을 예견한 것을 비롯, 산업전자가 22.3%, 정보통신서비스가 19.8%, 컴퓨터가 16.5% 각각 성장할 것으로 전망됐다. 내수 및 수출성장률은 종업원 수가 100명 이하로 적을수록, 구조조정을 실시하지 않은 업체일수록, 생산공장을 운영하지 않는 업체일수록 높게 예상했다.
내년도 내수 및 수출이 모두 호전될 것으로는 전망되지만 긍정적·부정적 요인이 상존, 지속적인 매출확대를 위해선 다양한 전략이 필요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따라 첨단을 달리는 전자·정보통신업계는 업종 특성에 맞게 내년에 신제품 개발과 수출확대를 매출확대의 주무기로 삼을 계획이다. 내년 매출확대 전략에 대한 질문에서도 조사업체의 28.6%는 「신제품 개발」을, 24.1%가 「수출시장 개척」을 우선적으로 꼽았다.
IMF 이후 사업구조조정 및 사업재배치에 나섰던 전자·정보통신업체들은 또 내년부터 사업다각화 및 사업집중을 병행할 전망이다. 매출확대 전략의 주안점에 대해 14.3%가 「사업다각화」를, 12.8%가 「사업집중화」를 지목했다. 이밖에 내년에 매출을 늘려나가기 위해 「설비투자 확대」 「기술투자 확대」 「마케팅 강화」 「내수 점유율 확대」 「사업의욕 극대화」 등에 주안점을 둘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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