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창간17주년> "IMF 어둠" 걷히고 새천년 동튼다

 세기말을 「좌절」과 「고통」 속으로 몰아넣었던 IMF체제가 서서히 물러가면서 새로운 도약의 꿈과 희망을 담은 뉴밀레니엄이 성큼 다가오고 있다.

 올들어 빠른 속도로 경기회복세를 보이면서 전 산업계에 IMF탈출 조짐이 가시화되고 있다. 특히 첨단분야인 전자·정보통신업계는 「탈(脫) IMF」를 주도하며 빠른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새천년의 막을 올리는 2000년에는 국내 전자·정보통신업계가 IMF터널을 완전히 통과, 다시 한번 도약의 날개를 활짝 펼 것으로 기대된다.

 IMF는 수십년간 정보화라는 거대한 물줄기를 타고 고속성장을 구가해왔던 국내 전자·정보통신업계에 엄청난 고통을 안겨주었으나 밀레니엄 교체기에서 빠르게 세력을 잃고 있다. 특히 전자·정보통신업계에서는 늦어도 2000년 하반기부터 IMF란 용어가 역사 속으로 사라질 것으로 보고 있다. IMF의 퇴장 속에서 「기회」와 「희망」을 가득 담은 새로운 밀레니엄의 태양은 서서히 떠오를 준비를 하고 있다.

 64MD램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으면서 「초호황」이란 말로도 표현하기 힘들 정도의 호황을 누리고 있는 반도체업계를 비롯해 「제2의 신화창조」 또는 「포스트(Post) 반도체」의 대표주자로 급부상하고 있는 「TFT LCD」, 「CDMA의 종주국 신화」를 현실로 실현해가고 있는 디지털 이동전화기, 미국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PC 등 일부 업종에서 IMF는 이미 옛말이 됐다. 이른바 이들 「빅4」분야는 어디에서도 IMF의 흔적을 찾아보기 힘들다.

 전자·정보통신산업의 탈 IMF를 선도하고 있는 이들 「빅4」 정도의 수준은 아닐지라도 현재 전자·정보통신업계 사정은 지난해와는 판이한 양상이다. 이렇게 빨리 경기가 회복될 수 있을지는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일이다.

 실제로 경기회복과 Y2K특수를 바탕으로 컴퓨터와 정보통신 부문이 지난해 최악의 경기침체를 무색케 하면서 호전되고 있다. 가전·부품·산전 등의 업종도 시차는 다르나 오래 전에 경기저점을 통과해 탈 IMF를 위해 급피치를 올리고 있다.

 이같은 전반적인 경기회복 현상은 전자신문이 창간 17주년을 맞아 실시한 「전자·정보통신산업 환경 및 전망」 설문조사에서도 잘 드러나 있다. 전자·정보통신 각 분야의 최고경영자들을 대상으로 한 이번 조사에서는 전자·정보통신업계 전체 IMF체감도 평균치가 지난해보다 현저히 낮아졌고 IMF상황 탈출정도 면에서도 일정 수준 벗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따라 전자·정보통신업계는 2000년 상반기중 IMF에서 완전히 벗어날 것이란 성급한 견해도 상당수 나왔다. 게다가 끝이 좋으니 새로운 시작도 좋을 것이란 희망섞인 전망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IMF의 쓴 경험과 새로운 밀레니엄의 개막은 첨단을 달리는 전자·정보통신업계에도 엄청난 환경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그 패러다임 이동을 주도하는 중심에는 바로 「인터넷」과 「디지털」 기술이 자리잡고 있다. 특히 IMF 이후 오히려 더욱 세력을 확대하고 있는 인터넷의 급부상은 비단 전자·정보통신 부문을 비롯한 산업계뿐 아니라 우리 정치·경제·사회·문화 전반에 혁명적 변화를 재촉하고 있다.

 이번 설문조사에서도 전자·정보통신업계 경영자들의 10명 중 8명 이상이 새천년을 시작하는 내년부터 환경이 20세기와는 몰라보게 달라질 것이며 그 변화의 주역인 인터넷이 새천년의 기술과 산업을 완전히 주도할 것으로 내다봤다. 모든 길이 인터넷으로 통할 것이란 전망이다. 우리나라도 이미 올해 안으로 인터넷을 이용하는 인구가 1000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돼 뉴밀레니엄 원년부터 본격적인 인터넷시대가 개막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컴퓨터·통신·부품·가전 등 전자산업 전반의 뿌리마저 뒤흔들 정도의 폭발력을 지닌 것으로 평가받고 있는 디지털 기술도 급진전돼 세기말 정체기에 접어든 전자·정보통신업계에 엄청난 신규 수요를 창출하며 2000년대에 각광을 받을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이미 이동전화시스템이 디지털로 완전 돌아섰으며 20세기 우리 실생활을 주도했던 가전도 디지털TV·디지털캠코더 등 디지털이란 꼬리표가 일반화되고 있다. 가전은 특히 디지털과 빠르게 접목되면서 21세기엔 정보가전의 시대를 열 것으로 전망된다.

 IMF로부터의 값진 경험과 기술전쟁·지식전쟁시대 등으로 표현되는 뉴밀레니엄의 등장은 전자·정보통신업계 경영의 중심을 「기술」로 바꾸는 데 한 몫 단단히 했다. 이번 설문조사에서도 전자·정보통신업계 경영자들의 70% 가까이는 새천년 경영의 포인트를 「기술중시」에 두겠다고 했다. 업종별 전망을 봐도 새천년의 지상과제는 대부분 기술개발이다. 품질과 가격경쟁력을 중시하던 금세기와는 근본적으로 다른 생각을 갖고 있는 것이다.

 물론 호사다마란 말이 있듯이 뉴밀레니엄을 탈 IMF와 재도약의 계기로 삼으려는 전자·정보통신업계에도 악재는 많다. 우선 가장 큰 변수가 밀레니엄 오일쇼크설까지 등장할 정도로 치솟고 있는 국제유가다. 이번 설문조사에서도 내년 경기의 부정적 전망의 근거로 상당수가 유가급등을 꼽았다. 세계 경제, 특히 중국 및 일본 등 경쟁국의 환율과 경기도 상황에 따라서는 IMF터널을 빠져나가는 국내 전자·정보통신업계의 발목을 잡을지도 모른다.

 이처럼 변수가 도처에 깔려 있다 해서 대세를 막을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비싼 수업료를 내고 IMF라는 혹독한 시련기를 보내면서 뼈를 깎는 구조조정과 체질개선 그리고 불황을 극복하는 해법을 스스로 찾아낸 전자·정보통신업계가 이젠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림 없이 힘차게 진군할 수 있는 힘을 갖춘 것으로 평가받고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국내 전자·정보통신업체들은 인터넷과 디지털 분야의 투자를 가속화, 각종 돌출변수를 극복할 내실도 갖추고 있다.

 지금 새천년을 준비하는 전자·정보통신업계는 확실히 불안·초조보다는 희망·설렘으로 가득차 있다 .

<이중배기자 jb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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