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로 진입하기 위한 통과의례, 밀레니엄 버그.」
지난해부터 전세계를 떠들썩하게 했던 컴퓨터 2000년(Y2K)문제(밀레니엄 버그) 해결에 전세계가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는 Y2K 문제에 비교적 발빠르게 대응한 결과 세계 수위에 들 정도로 해결 진척을 보이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2000년을 100여일 남겨놓은 지금, 최종 점검으로 Y2K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만전을 기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어 전문가들의 공감을 얻고 있다.
Y2K란 두 자릿수만을 인식하는 컴퓨터가 2000년이 오면 이를 「00」으로 인식함으로써 1900년과 2000년을 혼동해 여러 가지 오작동을 일으키는 현상을 지칭하는 용어로, 세계적으로는 이미 96년부터 이슈로 부각돼 선진국들을 중심으로 해결작업이 진행돼왔다.
우리나라 역시 96년말부터 금융권을 중심으로 Y2K문제가 서서히 수면 위로 떠오르기 시작했으며 97년에는 정보기술(IT) 분야 전반에 걸쳐 Y2K문제가 확산되기 시작했다.
98년에는 정부차원에서 조직을 결성해 체계적인 대응을 준비해왔으며 특히 지난해 12월에는 「컴퓨터 2000년 문제 해결을 위한 대책수립과 지원 등에 관한 규정」을 대통령령으로 제정하는 등 Y2K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고 있다.
정부는 Y2K문제가 발생할 경우 국가적, 사회적으로 여파가 큰 분야를 선정해 해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금융·전력 등 13개 중점 추진분야를 정해 각 정부부처 장관급을 해결책임자로 선정했다.
이같은 노력으로 대다수 정부부처와 공기업은 Y2K문제 해결에 90% 이상의 진척을 보였으며 이달말에는 100% 가까이 진척률이 높아질 전망이다.
특히 7월말 현재 포항제철, 가스공사, 송유관공사, 한국중공업, 에너지관리공단 등은 Y2K문제를 100% 해결했으며 한국전력, 지역난방공사 등도 Y2K문제를 90% 이상 해결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산업자원부는 산하기관과 공기업들이 비정보시스템(Non IT)분야의 Y2K문제 해결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도록 하기 위해 「Y2K 문제해결 자체선언」 지침을 마련, 시행할 방침이다.
이 제도는 각급 기관과 기업체들이 자체 보유, 운영하고 있는 정보시스템과 비정보시스템의 Y2K 문제해결을 완료한 후 일정한 기준과 절차에 따라 문제를 해결했음을 스스로 선언하는 제도로 산자부는 대상 시스템이 방대하고 사회적 파급효과가 크거나 보안성이 요구되는 공공분야와 해외거래에 관련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관을 Y2K 문제해결 자체선언 대상으로 지정하기로 했다.
정보통신부는 업무용 빌딩, 백화점, 호텔 등 15개 주요 시설에 대한 현장점검 결과 냉난방, 조명제어, 주차관리시스템 등에서 Y2K문제 발생 가능성이 노출됐다고 보고 이에 대한 대책을 마련했다.
정통부는 공공부문에서는 행정자치부, 민간부문에서는 건설교통부와 공동으로 건축물의 Y2K문제 해결을 추진하는 한편 이달부터 대한주택공사의 홈페이지에서 아파트의 Y2K문제 해결정보를 민간에 제공하고 있다.
금융분야에 대한 Y2K문제도 성공적으로 해결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은행, 증권사, 보험사들은 비교적 재빠르게 대응한 결과 대부분 Y2K문제를 완전 해결했으며 특히 증권거래소의 경우 최근 주가지수 옵션 시장에서 2000년 3월물을 성공적으로 거래함으로써 옵션시장의 Y2K문제를 완전히 해결했다.
증권사들 역시 Y2K 대응작업에 나서고 있으며 현대증권을 비롯해 쌍용, 동원, 대신, 대우, LG, 한화증권 등 주요 증권사들은 원장 이관을 위한 시스템 구축작업을 벌이고 있다.
한국은행은 Y2K문제로 일반인들의 현금인출 증가사태가 발생, 금융기관의 유동성 부족문제가 발생할 경우에 대비해 해당 금융기관에 지급자금 부족액을 즉시 대출해주는 「특별대출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이같은 조치는 현행 통화정책 기조와는 별도의 Y2K 관련 비상대책의 일환이며 한국은행은 민간인의 금융기관에 대한 신뢰가 높아져 Y2K문제에 따르는 막연한 불안심리를 막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비교적 Y2K 해결이 미진한 분야로 꼽히고 있는 중소기업 부문에서는 중소기업청과 정보통신부가 업체들의 문제해결을 독려하고 있다. 특히 중소기업청은 한국갤럽조사연구소가 지난 6월부터 7월에 걸쳐 1213개 중소기업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중소기업의 Y2K 진척도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 조사한 중소기업 가운데 90.5%가 Y2K문제를 해결했거나 Y2K문제를 안고 있지 않다고 밝혔으며 정보통신부 역시 자체 조사를 통해 7월말 현재 중소기업들의 Y2K해결 진척도는 90.2%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중기청은 상대적으로 문제해결 정도가 낮게 나타난 업종과 지역을 중심으로 관련 업종별 조합과 공동으로 기술 세미나를 개최하고 자금과 기술 지원을 더욱 강화해나갈 계획이며 지원이 필요한 2000여 업체에 대해 사후관리를 강화해나가기로 하고 컨설팅 및 자금도 집중적으로 지원할 계획이다.
이밖에 의료기기업계, 부품업계 등 전자 관련업계와 비IT부문 기업체들도 Y2K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고 있어 Y2K로 인한 혼란은 크지 않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다.
정부는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기 위한 비상대책도 수립해놓고 있다. 정부는 Y2K문제 발생시 신속하게 대응하기 위해 「합동비상대책반」과 「Y2K 정부종합상황실」을 설치, 올 12월 30일부터 내년 1월 4일까지 24시간 비상근무체제를 가동하기로 했다. 이 가운데 합동비상대책반은 원전, 환경, 해운항만, 금융, 전력·에너지 등 정부가 중점 관리대상으로 선정한 13개 분야별로 설치되며 관련부처의 차관이나 1급 공무원이 각각 대책반장을 맡게 된다.
이와 함께 정부는 Y2K 문제발생시 합동비상대책반과 Y2K 정부종합상황실의 원인조사 및 복구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국내 주요 Y2K 관련업체 전문가 100여명으로 구성된 긴급기술지원단을 가동할 계획이다.
특히 정부는 전력공급 차질로 원전가동이 중단되는 사태를 예방하기 위해 16개 원자로별로 2개씩 설치돼 있는 비상디젤발전기를 활용하고 전력분야 Y2K문제에 대비하기 위해 전력을 40% 이상 늘려 공급하기로 했다.
정부는 또 우리나라보다 2000년을 빨리 맞게 되는 뉴질랜드(3시간), 호주(1시간) 등과 Y2K 상황정보를 신속하게 교환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는 한편, 외국 투자자들이 연말에 일시적으로 투자자금을 인출해가는 상황을 막기 위해 우리나라의 Y2K 대비책에 대한 홍보활동을 강화하기로 했다.
그러나 일부 Y2K전문가들과 외국 기관 등은 국내의 Y2K해결 노력과 결과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이다.
특히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 8일 공개한 연례 보고서에서 신흥경제국들은 Y2K로 인해 금융 유동성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선물통화시장의 99년 12월물에 0.5%포인트의 「위험 프리미엄」을 할증했다고 밝혔다. 우리나라를 포함한 신흥경제국들의 Y2K 해결노력을 인정하지 않은 것이다.
또 국내 Y2K 전문가들 역시 정부가 발표하는 자료의 상당수가 신빙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하고 있다.
국내 Y2K솔루션 업체의 한 관계자는 『정부에서는 우리나라 주요 정부기관과 공기업의 Y2K해결 진척률이 90% 이상이라고 발표하고 있지만 실제 현장점검을 한 결과 여러 곳에서 문제가 노출되고 있다』며 『지금까지 추진해온 Y2K 해결을 다시 점검해 만약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윤휘종기자 hjyoo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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