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産 PC "공습주의보"

 대만산 PC가 국내 PC시장에 대거 유입될 움직임을 보임에 따라 국내 PC업계가 비상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국내 PC업체들은 이에 대해 그동안 외국PC업체의 국내 진출 성공사례가 거의 없는 것에 비추어 느긋해 하고 있으나 일부에서는 정부의 초저가PC 공급 정책인 「인터넷PC사업」에 편승해 국내 시장 기반을 잠식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FIC·레오시스템스·에이서·대중컴퓨터 등 대만 주요 PC제조업체들은 최근 총판계약, 지분투자, 정부기관용 공공시장 참여방식 등으로 국내 시장 공략을 본격화하고 있다.

 대만 2위의 PC제조업체인 FIC는 오는 10월말부터 국내에 인터넷 PC공급업체로 선정된 PC뱅크를 통해 연간 30만∼50만대의 PC를 공급하기로 하고 이를 추진하고 있다.

 또 IBM·컴팩컴퓨터 등 미국의 세계적인 PC제조업체에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방식으로 PC를 대량 공급하고 있는 레오시스템스는 국내 AS 전문업체인 휴먼씨앤씨를 통해 데스크톱PC와 노트북PC를 대거 선보이기로 했다. 레오시스템스는 이를 위해 최근 휴먼씨앤씨와 국내 독점 공급계약을 체결했으며 휴먼씨앤씨가 전국 대리점모집을 완료할 것으로 예상되는 오는 11월부터 국내시장 공략에 본격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또 대만 1위업체인 에이서는 국내 PC제조업체인 N사에 10%가량의 지분투자를 하고 이 업체를 통해 노트북PC를 중심으로 국내시장 공략을 강화하고 있으며 대만의 중견 PC제조업체인 대중컴퓨터도 이달들어 한국정부와 3년간 300만대 규모의 PC공급계약을 체결하는 등 국내시장 공략을 가속화하고 있다.

 대만업계의 이같은 움직임에 대해 국내 PC업계는 상반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우선 대부분의 PC업체들은 대만산 제품의 국내진출이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는 지난 89년말부터 10년동안 외국 PC업체들의 국내시장 파상공세에도 불구하고 외산PC의 국내 시장점유율이 5%를 넘은 사례가 한번도 없었기 때문.

 특히 외국 PC업체의 경우 국내 업체에 비해 유통망은 물론 AS체계가 상대적으로 허술해 이같은 사업기반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별도 투자를 해야 하나 그러기에는 국내 시장규모가 크지 않다는 것이다. 실제 그동안 국내 시장에 공급된 외산PC는 시장점유율이 3∼4%수준에 머물렀으며 그나마 AS비중이 상대적으로 낮은 노트북PC에 치중되어 있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최근 대만PC업계의 국내 시장 진출이 정부의 초저가PC 공급정책인 「인터넷PC사업」에 편승해 본격화하고 있는 데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국내 PC업계의 이같은 우려는 대만PC제조업체가 인터넷PC 시장을 기반으로 국내시장 교두보를 확보할 경우 향후 국내시장 잠식이 거세질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이번에 국내 시장에 진출하는 대만업체 가운데 FIC·대중컴퓨터 등은 국내 일반 유통시장보다는 「인터넷PC사업」을 겨냥해 연간 수십만대를 공급한다는 전략을 세워놓고 있다. 한 PC제조업체 관계자는 『대만산 PC는 세계 PC시장에서 저가를 내세운 가격위주의 전략으로 기반을 형성하고 있다』며 『이번에 정부가 인터넷PC사업을 통해 대만산 제품에 「인터넷PC」라는 공인마크를 부착케 한 것은 대만산 제품의 국내 진출을 도와주는 결과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대만산 PC는 국내 조립PC업체와 비슷한 수준의 가격을 형성하고 있으나 AS와 유통망의 허술로 국내 시장 진출이 불가능했다』며 『그러나 이번 정부의 인터넷PC와 관련, 우체국판매 시행으로 유통망 구축의 효과를, 공인마크 제공으로 AS에 대한 부담을 덜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신영복기자 ybshin@etnews.co.kr>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