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산업이 격변기를 맞고 있다.
IMF 구제금융 체제에 들어선 이후 지상파 방송사들이 경쟁적으로 슬림화에 나서고 있으며 방송의 디지털화와 방송 통신기술의 융합화 추세로 다매체 다채널 환경이 급속도로 진전되고 있다.
다채널 매체의 기치를 내걸고 출범했던 케이블TV산업은 IMF 경제위기와 중계유선이라는 복병을 만나 아직까지도 정상궤도에 진입하지 못하고 있으며, 위성방송사업도 통합방송법의 제정 지연으로 오리무중인 상태다.
이같은 상황에서도 해외 위성방송은 국내의 중계유선 사업자나 케이블TV 사업자들의 전송망을 통해 급속도로 국내에 확산되고 있으며, 해외의 위성체를 이용해 송출하는 국내 위성방송사업자도 갈수록 늘고 있다. 현재 어떠한 일이 일어나고 있는가를 정확하게 파악하기 힘들 정도로 국내 방송환경이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고 있다.
우선 방송계에 불고 있는 변화중 가장 주목할 만한 것은 지상파 방송사들의 움직임이다. 물론 지상파 방송사들은 국내 방송산업에서 여전히 독보적인 위치를 점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들어 이같은 지상파 방송사 독점체제에 미묘한 변화 조짐이 일고 있다. 우선 지상파 방송사들이 새로운 방송환경에 대비해 구조변화를 적극 꾀하고 있다.
공영방송인 KBS는 자회사의 통합 및 외부 매각을 통해 새로운 방송환경에 대비하고 있다. 계열사중 하나인 제작단을 민간업체에 매각했고, 문화사업단을 영상사업단에 통합하는 등 계열사를 종전의 5개에서 3개로 축소하고, 지역국 역시 총국 중심 체제로 바꿔가는 개혁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MBC 역시 IMF사태 이후 극심한 구조조정 과정을 거쳤다. 명예퇴직과 희망퇴직 등을 통해 수차례 직원들을 감축했고, MBC예술단을 프로덕션에 합병하는 등의 조치를 발표하기도 했다. 예정대로 진행되고 있지는 않지만 지방 계열사의 광역화 방안도 결국은 추진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측된다.
SBS는 구조개혁의 강도가 지상파 방송사 가운데 가장 높다. 지상파 방송사로는 처음으로 지난 98년 12월 제작부문을 분사해 SBS뉴스텍과 아트텍을 설립했다. 뉴스텍은 TV보도영상·야외촬영·TV중계·영상편집·컴퓨터그래픽·시스템엔지니어링·위성송출 분야의 방송사업을 전개하고 있으며, 아트텍은 세트제작·미술작업 등의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SBS는 특히 국내 방송사로는 처음으로 주식의 코스닥 상장을 시도하는 한편 최근에는 케이블TV 골프 채널을 인수했으며, 인터넷 사업을 전담할 법인도 별도로 설립했다. 다매체 다채널 환경에 맞게 몸집을 줄이고 새로운 분야에 진출하는 탄력성을 보이고 있다.
교육부 산하 정부출연기관인 EBS도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 있다. 아직 통합방송법의 국회 통과 지연으로 독립공사로 전환하지는 않았지만 조만간 위상변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지상파 방송사와 독립제작사간 역학관계도 변화하고 있다. 문화부가 독립제작사 육성방침을 천명했기 때문이다.
주무부처인 문화부 역시 독립제작사 프로그램의 편성비율을 높이기 위해 방송사의 올봄 프로그램 개편부터 프로그램의 순수 외주 제작비율(방송사 자회사분 제외)을 현행 14%에서 16%로 높이고, 가을 개편때부터는 18%까지 높였다.
이처럼 정부의 독립제작사 지원 방침이 나오자 IMF사태 이후 중견 독립제작사들의 잇단 부도로 어려움을 겪어온 독립제작사 업계가 전열을 재정비하고 재창업을 추진하는 등 활기를 보이고 있다.
지역민방은 IMF 이후 침체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올 상반기부터 일부 회복 기미를 보이고 있으나 여전히 제 위상을 찾지 못하고 있다. 케이블TV와 위성방송 역시 아직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케이블TV의 경우 올 초 종합유선방송법 및 시행령의 개정으로 복수 종합유선방송국(MSO)과 복수 프로그램공급사업자(MPP)가 등장하고 있으나, 아직 제 성과를 발휘하지는 못하고 있다. 다만 조선무역·동양그룹 등이 새로운 리드그룹을 형성, 대기업들이 퇴출한 뉴미디어 분야를 이끌고 있는 형국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중계유선과 케이블TV 업계간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해외 위성방송의 재전송, 전송 채널의 숫자, PP프로그램의 송출 등을 둘러싸고 양매체가 사사건건 대립하고 있으며 주무부처인 문화부와 정통부 역시 부처이기주의란 속성을 떨쳐버리지 못하고 있다.
앞으로 양매체간 갈등양상이 어떻게 전개되느냐에 따라 방송계의 세력판도가 상당부분 변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와중에서 국내 법의 통제를 받지 않고 있는 위성방송사업자들이 잇따라 등장, 국내 방송산업의 기본구도를 흔들어 놓고 있다. 이들 위성방송사업자는 최근 중계유선 사업자들의 전송망을 통해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으며, 향후 통제 불가능한 사업자로 성장할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이처럼 방송산업의 구조가 변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방송의 디지털화 변수가 방송환경 변화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지상파 방송사의 구조변화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이 바로 디지털 방송이다. 정부 계획에 따르면 국내 지상파 방송사들은 2001년부터 디지털 본방송을 개시해야 한다. 전국의 모든 아날로그 채널을 2010년까지는 디지털로 전환하고, 아날로그 방송을 중단한다는 것이다. 이미 전세계적으로 디지털 방송이 조기 상용화되고 있는 실정임을 감안하면 우리나라도 디지털 방송의 조기 확산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디지털 방송은 단순히 기술적인 차원의 변화가 아니라 방송산업의 일대 구조변화를 촉발시킨다는 점에서 방송계의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도 높아지고 있다. 컴퓨터와 통신기술의 융합은 인터넷 방송국이라는 새로운 개념의 방송국을 탄생시켰다. 아직 인터넷 방송의 법적인 지위가 불분명하지만 통신과 방송의 융합화 추세를 반영, 인터넷 방송국이 하나 둘씩 늘고 있는 것이다.
<장길수기자 ksj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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