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이번에 이곳에 세번째 오는 거예요. 지금은 밤이라서 잘 모르지만 낮에 보면 참 아름다운 곳이에요.』
여자는 식당 창밖으로 보이는 개울을 내다보면서 말했다. 우리는 마주앉아 식사를 하였다.
『지금 보아도 아름답군요. 풍경은 한국의 시골과 너무 흡사합니다.』
『사장님은 고향이 시골입니까?』
『소도시라고 할까요. 한국의 남쪽에 있는 목포라는 곳입니다. 내가 살았던 곳은 유달산 자락인데, 조그만 산이지요. 산 아래 바다가 있고, 바다에는 포구가 있어 고깃배가 오고 갑니다.』
『말만 들어도 무척 아름다운 곳이네요.』
『그렇지요. 그 포구엔 새벽이 되면 생선을 잡아온 배가 들어오고, 사람들은 펄펄 뛰는 고기를 흥정해서 사고팝니다. 그리고 한쪽에는 그 생선을 회떠서 관광객들에게 파는 노점상이 있습니다.』
『참 아름답네요.』
그녀는 무엇을 연상하기에 거듭 아름답다고 말했다. 그러나 실제 포구의 생선 좌판대는 그렇게 아름다운 것만은 아니었다. 썩은 냄새와 고기 비린내, 악다구니를 하는 노점의 아주머니들, 찌들고 고단한 얼굴이 새벽 안개 속에 쿡 박아놓은 것같이 떠돌고 있다.
『오늘은 식사를 마치고 연극 가부키를 보러 가요. 여긴 전통극을 하는 곳이 두 군데 있어요. 그리고 밤에 들어가서 온천욕을 하고 술을 마셔요. 산으로 깊이 더 들어가면 밤 스키를 타는 곳이 있지만, 스키는 내일 타요. 좋겠습니까?』
『나는 잘 모르니 스즈키 상이 만들어 놓은 스케줄대로 다니지요.』
나의 말에 그녀는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웃을 때 뻐드렁니가 삐죽이 나왔다. 그 뻐드렁니는 그녀의 아름다운 얼굴을 망치는 유일한 방해물이었는데, 그녀가 웃을 때 나는 재빨리 고개를 돌렸다.
『다이세쓰 산은 눈이 쌓이기로 유명한 곳이에요. 한 겨울에는 눈이 많이 쌓여 집의 처마까지 올라와요. 그러면 철도를 비롯해서 모든 도로는 마비되죠. 하지만, 곳곳에 제설차가 있어서 단번에 눈을 치워요. 그러면 도로가 터널처럼 뚫릴 때가 있고, 가옥과 가옥 사이, 상점과 상점으로 잇는 작은 길도 눈의 터널이 뚫린답니다.』
『그거 참 볼 만하군요.』
『한겨울에 다시 오세요. 그때 우리 다시 와요.』
그녀는 마치 내가 자기 애인이나 되는 것같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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