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문화산업 육성 실천의지

 2000년도 정부예산 중 문화예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사상 처음으로 1%를 상회하게 됐다는 것은 정부기관이 움직이는 원동력이라 할 수 있는 예산측면에서도 「문화의 시대」가 도래한 것 같아 반가운 소식이라고 할 만하다.

 기획예산처의 이번 발표를 보면 2000년도 정부예산 중 「문화예산」이 올해보다 40% 늘어난 9315억원이 반영돼 일반회계기준 정부예산의 1.07%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는데 정부예산에서 문화예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1%를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는 점에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문화예산」의 이같은 증액 배정은 『정부가 말로만 문화산업 육성을 부르짖는 게 아니냐』는 그간의 우려를 말끔히 씻어주는 청량제 역할을 함과 동시에 민간에게는 늘어난 예산액 못지 않게 정부의 의지를 재확인함에 따른 든든한 힘이 될 것이 분명하다.

 부문별 2000년도 문화예산 내용을 보면 게임·애니메이션·영화·음반·방송 등 5대 문화산업의 창업과 수출증대를 지원하는 창업보육센터 조성을 위해 439억원이 반영되고, 영화산업의 전면 개방에 대비해 국산영화 전용관 조성 등 국내 영화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영화진흥금고 지원규모도 100억원에서 500억원으로 대폭 확대된다.

 특히 창업보육센터는 문화산업 창업자들에게 싼값으로 사무실을 임대해주고 공동으로 쓸 수 있는 장비를 지원하는 역할을 맡게 됨으로써 정보통신·컴퓨터 등 일부 분야에 편중돼 왔던 벤처 창업열기가 문화산업분야에도 본격적으로 확산될 것으로 기대된다.

 정부 당국자는 『정부예산 중 문화예산 비중 1% 이상 달성은 김대중 대통령의 대선공약으로, 이번 문화예산의 대폭 증액에는 문화·관광산업을 21세기 국가 기간산업으로 육성하겠다는 정부의 강한 의지가 담겨 있다』고 밝혀 한층 기대를 모으게 하고 있다.

 주무부처인 문화관광부는 그동안 관할 영역에 비해 턱없이 적은 예산으로 인해 겉핥기식 지원이나 콘텐츠 유관부처의 협조를 얻어 지원책을 펴는 등 제약으로 인해 행동이 말을 따라가지 못한다는 산업계의 지적을 받아왔던 것이 사실이다.

 그뿐만 아니라 예산문제 등으로 인해 산업계가 문화부보다는 상대적으로 많은 여력을 비축하고 있는 부처에 의지하려는 모습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다.

 「문화예산 1% 상회」는 물론 국회라는 관문이 남아 있기는 하지만 국민의 정부가 들어서면서 위상이 한층 격상되고, 문화의 산업적 측면에 눈을 뜨기 시작한 문화부의 행보를 한층 빠르게 해줄 것이 분명하다.

 문화부는 몇 년 전부터 관련 업체들의 해외시장 개척을 위한 지원을 펴온 데 이어 올 들어서는 게임종합지원센터를 개관, 게임산업에 대한 체계적인 지원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몇 달 전에는 문화산업에 대한 역할이 확대된 데 걸맞도록 조직개편을 단행했으며, 최근에는 사이버게임 테마파크 구축을 포함한 문화산업 및 예술·도서관 등 각 관련부문의 데이터베이스(DB) 구축사업을 본격 추진함으로써 문화정보화 촉진을 위한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청사진을 내보이기도 했다.

 이번 문화예산의 증액 배정은 문화산업을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육성하기 위한 첫 단추가 된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문화산업과 관광을 비롯한 문화상품의 가치가 결코 첨단 제조업이나 중공업 등에 비해 떨어지지 않는다는 사실은 이제는 웬만한 사람은 아는 상황이 됐다. 일부의 의심을 받기도 했던 정부당국의 실천의지 또한 이번 정부의 예산안 결정과정에서 확인됐고, 이번 정기국회에서는 정치권의 의지를 확인할 수 있게 될 것으로 생각된다.

 문화부는 추가예산을 게임·애니메이션·음반산업 지원, 유통 현대화, 스크린쿼터 폐지나 축소에 대비한 국내 영화산업 육성, 문화와 연계한 관광자원 개발 등에 집중 투입할 것이라고 한다.

 일본대중문화 개방과 스크린쿼터 폐지·축소 압력 그리고 세계적으로 콘텐츠산업의 중요성이 날로 높아가는 시점에서 문화예산 1% 상회는 분명 문화산업계에 있어 낭보일 수밖에 없다.

 이제 남은 일은 관계당국의 마인드가 문화산업시대에 걸맞게 바뀌어야 하고, 행동 또한 「뛰는 산업」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빨라져야 한다는 점이다. 어렵게 얻어진 기반이 구태의연한 행정·정책으로 퇴색하는 일이 결코 있어서는 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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