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2년간 메인보드시장을 점령했던 BX보드시대가 드디어 막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
얼마 전 인텔이 메인보드업계에 20달러에 공급하던 BX칩세트 가격을 57달러로 대폭 인상한 게 그 이유다. 과거 대만에서 수입되는 저가형 BX보드의 생산원가가 61달러 정도였던 것에 비하면 칩세트 가격이 기존 보드 가격에 육박할 정도로 인상된 셈이다.
이에 따라 기존 저가형 보드도 앞으로는 최소 100달러대 정도에 제품을 내놓을 수밖에 없게 됐다. 이러한 가격 인상요인에 따라 국내에서는 7만∼8만원대까지 내려갔던 저가형 BX보드의 가격이 최소 14만원대 이상으로 대폭 인상될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14만원 정도의 BX보드 가격이 ABit나 에이오픈, 에이서 등 고급형 BX보드업체들의 기존 제품 가격과 비슷하다는 점. 대만 현지소식에 밝은 한 소식통에 따르면 이들 대형 메인보드업체는 BX칩세트 가격이 인상되기 전에 이미 대량으로 BX칩세트를 확보해 놓은 것으로 알려져 당분간은 이들 업체의 메인보드 가격은 현재 가격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들 대형 업체는 최근 출시된 새로운 제품을 중심으로 고가의 BX칩세트를 채택해 고급 메인보드 제품을 내놓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비해 저가형 보드를 생산하던 업체들은 당장 보드 생산을 중단할 수밖에 없다. 대형 업체들에 비해 생산여력도 약하고 자금사정도 넉넉하지 못해 미리 확보한 BX칩세트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길어야 2∼3달 이내에 기존 저가형 BX보드업체들에서부터 BX보드 생산 자체가 중단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시나리오는 열쇠를 쥐고 있는 인텔측이 이미 계산에 넣고 있는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그렇다면 인텔이 노리는 것은 무엇일까.
인텔의 의도에 대해서는 여러가지 해석이 가능하지만 우선 가장 간단한 것은 이달 말 출시될 카미노 칩세트를 채택한 보드로 시장을 이동시키려 한다는 것이다.
카미노(i820) 칩세트는 CPU의 프런트사이드버스(FSB) 클록 133㎒와 램버스 D램을 지원하며, 그래픽카드 분야에서 AGP 4배속을, 하드디스크에서는 울트라 ATA 66 표준을 지원하는 등 BX칩세트에 비해 한단계 올라선 제품으로 이달 말 출시될 예정인 인텔의 차세대 칩세트다.
인텔측은 이 칩세트의 공급과 더불어 기존 펜티엄Ⅱ와 셀러론 위주이던 CPU시장을 단번에 펜티엄Ⅲ 중심으로 옮겨가자는 전략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카미노 칩세트로 옮겨가려는 인텔의 이러한 전략이 그리 간단하지만 않다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우선 인텔에 가장 큰 위협이 되고 있는 것은 호환 칩세트업체인 대만의 비아(Via)사의 CPU제조 선언. 이미 PC133 규격을 지원하는 아폴로 프로 칩세트를 내놓은 비아사가 내셔널세미컨덕터(NS)사의 사이릭스사업 부문과 IDT 등 군소 CPU업체를 인수함으로써 본격적인 CPU 전쟁에 뛰어들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아직까지 시장점유율은 높지 않지만 칩세트기술과 CPU 제조기술을 결합시키면 저가형 시장에서 인텔에 상당한 영향을 끼칠 수도 있으리라는 평가다. 이러한 기대에 인텔이 BX칩 생산을 중단한 후 카미노 칩세트 채택한 메인보드로 시장이 급격히 넘어가지 않을 경우 이런 과도기 시장을 더욱 넓혀갈 수도 있다는 평가다.
또한 최근 애슬론 CPU를 내놓아 고급형 시장에서 인텔을 추월했던 AMD의 공세도 인텔을 위협하는 요인이다. 과거에도 계속 공존관계를 맺어왔던 AMD와 비아가 인텔을 겨냥한 공조체제를 더욱 강화할 경우 메인보드 및 CPU시장은 혼전으로 빠져들 가능성도 있다.
어쨌든 인텔이 BX칩세트 가격을 대폭 인상한 것을 계기로 BX시대는 마감을 하고 카미노 칩세트와 아폴로 프로 칩세트 등 새로운 규격을 채택한 메인보드가 경쟁을 하는 춘추전국시대로 들어설 것으로 보인다.
<구정회기자 jhko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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