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IMF 한파로 극심한 침체현상을 겪었던 세탁기 시장이 올 들어 완연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가전3사가 지난달까지 총 68만대 가량의 세탁기를 판매, 이미 지난해 전체 판매량의 90%에 달하는 실적을 기록했다.
가전업체들은 올해 국내 세탁기 시장이 전년대비 20만대 정도가 늘어난 총 95만대 규모에 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는 IMF 한파로 수요가 크게 위축됐던 지난해보다 26% 가량 증가한 수준이다.
하지만 최근 정부에서 세탁기를 포함한 가전제품에 부과해온 특별소비세를 내년부터 폐지하기로 한 것이 새로운 복병으로 등장, 올해 시장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
세탁기에 부과해온 특소세를 폐지할 경우 판매가격이 크게 낮아지게 돼 소비자들이 세탁기 구매를 내년으로 미룰 가능성이 짙기 때문이다.
실제로 TV·냉장고·세탁기 등 주요 전자제품의 특소세가 폐지되면 최대 12%까지 가격이 인하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폐지 발표 이후 전자상가 등 일선 유통점들의 판매량이 20∼40% 가량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LG전자, 삼성전자와 함께 국내 가전시장의 3대 축을 형성해온 대우전자가 지난 상반기 빅딜파문에 따른 사내외적인 불안감으로 인해 영업활동에 큰 지장을 받아온 데 이어 최근에는 대우그룹의 구조조정이 본격화하면서 발생한 자금난으로 심각한 경영압박을 받고 있는 등 올해 내내 불안한 상태가 지속되고 있는 것도 국내 세탁기 시장 활성화 속도를 둔화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
실제로 대우전자의 경우 올초만 해도 지난해의 절반 수준에 불과했던 세탁기 판매량이 4월 이후 빅딜 파문으로 인한 불안감이 진정되면서 신장세로 돌아서기는 했으나 지난달까지 12만대 가량을 판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약 8.3%의 신장세를 기록하는 데 그쳤다.
대우전자는 특히 최근 들어 경영난이 심화되면서 판매확대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 올해는 지난해보다 3만대 정도가 늘어나는 데 그친 총 22만대 가량의 판매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반면 LG전자와 삼성전자는 이같은 대우전자의 위축세에 따른 반사이익을 톡톡히 보고 있다.
LG전자는 지난달까지 총 30만대를 판매, 20만대 판매에 그쳤던 전년 동기에 비해 무려 50%의 신장세를 보였으며 삼성전자 또한 지난달까지 총 26만대 가량을 판매해 전년 동기 대비 30% 정도 늘어난 실적을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LG전자는 올해 총 50만대를 판매, 국내 시장의 50% 이상을 점유한다는 야심찬 목표를 세워두고 있으며 삼성전자도 올해는 총 38만대 가량을 판매한다는 계획 아래 치열한 판촉전을 전개하고 있다.
제품면에서는 지난해 크게 위축됐던 가전3사의 세탁기 신기술 경쟁이 다시 불붙기 시작, 새로운 방식의 신제품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LG전자와 삼성전자가 최근 다양한 신기술을 적용해 세탁력과 에너지 절감 효과를 동시에 높인 2000년형 세탁기 신제품을 출시한 데 이어 대우전자도 다음달 중순께 기존 공기방울 세탁기의 성능을 획기적으로 향상시킨 신제품을 출시할 계획이다.
이 가운데 LG전자의 2000년형 신제품인 「통돌이 플러스」는 급수량을 3단계로 조절하면서 물살 세기와 세탁수류를 최적화, 세탁성능을 높여주는 3단계 통돌이 세탁방식을 적용하는 동시에 통의 회전각도를 크게하고 회전 수를 33% 이상 향상시키는 등 다양한 기술을 채택한 것이 특징이다.
또한 삼성전자의 「수중강타」 신제품도 물낭비 방지 세탁조를 채택해 물과 세제 사용량을 20% 가량 크게 줄이고 저소음 모터를 사용해 세탁·탈수시 발생하는 소음도 45∼48㏈ 수준으로 대폭 낮췄다.
대우전자 역시 지난 상반기 동안 지속된 빅딜파문에 이어 매각협상에 온힘을 기울이는 등 계속되는 경영상의 어려움을 겪는 와중에도 최근 기존 공기방울 세탁기의 기능을 집대성하고 세탁통 고정기술과 옷감별 최적 수류구성 프로그램을 새롭게 도입해 물과 세제, 전기 소비량을 혁신적으로 줄인 차세대 「공기방울 세탁기」를 개발해놓고 출시만을 기다리는 상태다.
최근 들어 가전3사가 모두 고가제품인 인버터세탁기를 경쟁적으로 출시, 국내에 인버터세탁기 시장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는 점은 올해 가장 주목할 만한 변화다.
지난해만 해도 가격이 비싸다는 이유로 수요를 창출하지 못했던 LG전자의 터보드럼세탁기가 올들어 경기가 회복되면서 폭발적인 수요 증가세를 보이자 삼성전자와 대우전자도 이 시장에 적극 가세하기 시작한 것.
삼성전자와 대우전자는 아직 AC모터를 사용하는 단계지만 절전효과를 크게 높인 인버터세탁기를 속속 출시, LG전자의 아성에 도전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최근 자체개발한 파워 인버터모터를 채택한 신클러치방식을 적용, 세탁력과 전력소비효율을 높였을 뿐만 아니라 물낭비 방지용 세탁조와 파워매직필터 장착, 헹굼성능을 대폭 향상시킨 「파워드럼」 신제품을 출시하면서부터 오픈카를 이용한 퍼레이드를 실시하는 등 인버터세탁기 판촉전을 본격 전개하기 시작했다.
대우전자 역시 공간벡터방식이라는 특수제어방식으로 모터 효율을 극대화함으로써 세탁 사이클당 소비전력량과 소음을 국내 최저수준인 138㎾와 38㏈ 수준으로 대폭 낮춘 초절전형 인버터세탁기 「에어인버터」세탁기를 출시해 절전경쟁을 한층 뜨겁게 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특히 그동안 국내 인버터세탁기 시장을 선점해온 LG전자는 올초부터 터보드럼에 모든 판촉활동을 집중해온 데 이어 지난 6월과 8월에 소비전력량을 낮춘 신제품을 연거푸 출시, 인버터세탁기 부분에서의 기술력을 한껏 과시하고 있다.
특히 최근 출시한 「대포물살 터보드럼」은 원심력을 이용한 새로운 세탁방식을 적용, 세탁력과 옷감 손상, 엉킴현상을 대폭 개선함으로써 최근 실시중인 실연회에서 소비자들로부터 상당한 반응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더욱이 LG전자는 이 제품을 개발하면서 그동안 세탁기 용량에 비해 너무 큰 모터를 사용해 전력소모량이 많다는 지적을 받아온 BLDC 모터와 인버터제어 회로 크기를 20% 가량 줄임으로써 소비전력량을 140W 수준으로 낮추는 동시에 제조원가도 크게 절감, 국내 인버터세탁기 기술을 한차원 끌어올린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올해는 가전업체들이 지난해부터 본격화한 세탁기 수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어 조만간 세탁기도 수출전략상품으로 자리를 잡아갈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지난 상반기 구주지역과 동남아·중동·중남미 지역 등 전략시장에 대한 수출이 지난해에 비해 2배 이상 늘어나는 등 호조세를 보임에 따라 올해는 총 60만대 1억달러어치를 수출할 계획.
이를 위해 삼성전자는 거래처 초청 신제품설명회를 지속적으로 실시하고 바이어와 소비자들의 이목을 끌기 위한 디자인 개발, 납기 단축을 통한 퀵 리스폰서 체제 구축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또한 올해는 서유럽·CIS·동구 시장을 겨냥한 드럼세탁기 수출도 본격화해 자체 생산한 제품 20만대와 이탈리아 안토니멀로니사로부터 아웃소싱한 물량 10만대를 포함, 총 30만대의 드럼세탁기를 수출하기로 하고 거래처 확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LG전자도 그동안 전략시장으로 육성해온 동남아·중동 등 성장시장에 대한 마케팅활동을 더욱 강화해 현지 시장점유율을 확대하고 지난해부터 시작한 드럼세탁기 수출물량도 20만대 정도로 늘려 올해 총 2억달러의 수출실적을 올릴 계획이며 대우전자도 올해 여러 가지로 어려운 상황이기는 하지만 지난해보다 10만대 가량이 늘어난 총 52만대의 세탁기를 수출한다는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
LG전자는 특히 내년부터는 최근 출시한 「대포물살 터보드럼」세탁기로 북미시장과 일본·호주 등 선진국 시장을 공략, 수출액을 3억달러로 대폭 늘린다는 계획도 세워두고 있다.
한편 세계 세탁기 시장은 지역에 따라 세탁판방식, 드럼방식과 봉방식 세 가지 유형으로 크게 나뉜다. 전체 시장규모는 연간 5200만대 수준. 올해도 이와 유사한 규모를 형성해나가고 있는 것으로 업계 관계자들은 보고 있다.
이 가운데 한국·일본·중국 등지에서 주로 사용하고 있는 펄세이터(세탁판)방식은 총 2100만대 규모를 형성하고 있으며 유럽지역에서 주류를 이루고 있는 드럼세탁기도 이와 비슷한 규모의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또한 미국시장을 중심으로 한 봉세탁방식은 920만대 규모로 세탁판방식·드럼방식에 밀려 매년 줄어드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요즘에는 미국시장에서도 봉이 없는 에너지 절약형 제품에 대한 요구가 크게 증가하고 있어 앞으로 국내 업체들이 드럼세탁기 시장보다는 쉽게 진출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김순기기자 soonkk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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