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욱 세미피아컨설팅 그룹 대표
세계 메모리 반도체 업계는 96년 이후 3년이나 지속된 불황의 연속으로 수익성이 크게 악화되면서 생존을 위한 사업전환(사업철수)과 구조조정 등이 이루어졌다.
텍사스인스트루먼츠사가 메모리 사업부문을 마이크론에 매각한 것과 현대전자와 LG반도체 합병, NEC와 히타치의 포괄적 제휴 등이 그것이다.
이는 「생산량의 확대가 곧 이익의 증대」라는 과거의 밀어붙이기식 경쟁에서 완전히 탈피, 급변하는 시장상황에 가장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구도로 자연스럽게 재편됐다고 본다.
올해 D램 시장은 지난해 대비 30% 정도의 급격한 상승세가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수요적인 측면에서 보면 동인은 「주요 응용기기인 PC의 수요증가」다.
첫째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네트워크 관련산업에 따른 수요증가, 둘째 전자상거래 활성화로 인한 PC시장 성장, 셋째 미주지역에서의 프리PC 열풍, 마지막으로 작년에 이은 저가PC의 지속적인 성장 등이 맞물려 수요를 가속화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프로그램(소프트웨어)의 고급화와 멀티미디어(그래픽기능 가속)화에 따른 비디오 동영상의 리얼타임 처리 요구로 「평균 PC장착 메모리와 그래픽 메모리의 크기가 지속적인 증가」를 보이고 있다.
여기에 D램 기술의 발달로 데이터의 고속처리가 가능해져 주변기기와 디지털 기기에의 채용과 수요 증가가 이루어지고 있다.
공급적인 측면에서는 과거 메모리 공급과잉으로 인한 수익감소로 설비투자가 지연됐고, 예상치 못한 아시아지역의 경제위기로 설비투자가 위축돼 올해 업체별 반도체 생산량 확대에는 상당한 무리가 있었음에 틀림없다.
게다가 신공장 건설을 통한 생산량 확대가 불가능해지자 현재 라인을 최적의 조건으로 활용, 웨이퍼당 제품수를 늘려 수익증가와 생산비 절감으로 만회하고자 했다.
하지만 이러한 메모리 업체의 경쟁적인 다이 슈링크(칩크기 축소) 작업으로 생산 프로세스가 0.35∼0.25㎛에서 0.20∼0.18㎛로 급속히 교체됨에 따라 프로세스에 문제가 발생, 한국·미국·일본의 거의 모든 업체가 생산차질을 빚게 됐으며 세계시장의 공급량은 연초 예상보다 현저히 줄어들게 됐다.
이런 이유로 2000년 초에나 기대했던 수급 균형이 6개월 정도 빨리 온 것으로 보인다.
현재의 세계 반도체 업체들의 총공급량 기준으로 보면 2000년 말까지는 공급량이 수요량을 초과하기는 힘들 것으로 보여 제2의 호황기를 준비할 단계인 듯하다.
현물시장에서 가장 거래량이 많은 64MD램(8M×8타입 PC100 싱크)의 경우 현물시장 기준으로 7월 초 4달러 초반이었으나 이달 초에는 9달러를 돌파했다.
이처럼 PC100 제품 가격이 급등세를 보이는 것은 프로세스 문제로 인해 전반적으로 공급물량이 감소했고 8월 이후 D램 성수기로 접어들면서 수요가 확대됐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를 128MD램의 가격과 비교하면 비트 크로스는 이미 일어났으며, 128MD램의 안정된 양산체제와 생산원가 절감이 2000년 1·4분기에 이루어져 본격적인 시장침투가 1·4분기, 늦어도 상반기에 이루어진다고 보면 64MD램의 가격은 크리스마스 시즌이라는 계절적 성수기와 맞물려 올해 말까지는 상향안정의 강보합세를 유지할 가능성이 클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빠른 가격 회복세는 국내 업체들의 수익구조 개선에도 일조할 것으로 보인다.
연초 국내 업체의 64MD램 원가는 6∼9달러대였으나 다이 슈링크와 수율향상으로 인한 생산량 증가, 부채비율의 감소 등으로 현재는 4.50∼6.50달러대로 큰 폭의 원가절감이 이루어져 한국 반도체 업계의 수익성은 대폭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의 경우 반도체 부문에서 지난 95년 초호황 때의 사상최대 흑자에 육박 또는 그 이상을 초과하는 최대 이익을 창출할 것으로 전망되며, 상반기 적자를 기록했던 현대전자는 가격상승 및 원가절감 노력으로 올해는 흑자로 전환될 가능성도 보인다.
특히 삼성전자의 경우 동기식(싱크로노스) 제품과 비동기식(어싱크로노스) 제품의 구성비가 50대50으로 타 업체의 동기식 제품 비중이 85∼90%인 점을 고려하면 제품의 포트폴리오가 수익성면에서 최적의 구조를 가지고 있어 연초부터 지속적인 강세(10달러대)를 나타낸 비동기식(EDO·FPM) 제품에서 엄청난 수익이 확보됐으리라 보인다.
또한 하반기부터의 가격동향은 싱크로너스 제품이 EDO의 가격대를 맞추어가는 상황이므로 상대적으로 동기식 제품이 많은 현대전자는 재무구조 개선의 기회를 잡을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됐다고 볼 수 있으며 내년에는 상당한 수익도 가능하리라 기대한다.
올해 현대전자와 현대반도체(구 LG반도체)는 64M 환산 5억개 정도를 생산하고 내년에는 56% 성장한 7억8000만개를 생산할 것으로 예상되며, 삼성전자는 올해 4억3000만개에서 내년에는 100% 증가한 8억6000만개까지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내년 상반기중 128M로 주류제품이 전환될 것으로 보이고 투자계획의 변동에 따라 실제 생산량은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삼성전자는 올해 18억 달러 투자(지난해 대비 거의 2배에 가까운 투자증가)에 이어 내년에는 더욱 공격적인 투자를 할 것으로 보인다.
2000년에는 FAB10(8인치, 월 3만장)의 신규라인 건설 및 12인치 라인의 초기 시설투자가 이루어질 것으로 보여 신규 및 초기투자 30억 달러와 보완투자 5억 달러를 합쳐 약 35억 달러가 투자될 것으로 전망되는데 이를 원화로 환산하면 4조원대에 이른다.
96년 이후 세계 모든 D램 업체가 적자에 허덕일 때 유일하게 흑자를 기록한 삼성전자는 올해 및 내년에도 과감한 투자를 감행할 것이고 이와 동시에 연구개발비를 아낌없이 투자해 탄탄한 제품개발속도와 제조기술력을 바탕으로 D램 시장에서 2위와 큰 격차를 보이는 선두업체로서 당분간 세계 메모리 반도체 업계에서는 경쟁자가 없으리라 예상된다.
반도체 기술이 점차 미세화됨에 따라 반도체 제조설비 중 핵심장비이며 고가인 스테퍼의 경우 중요성이 한층 부각되고 있다.
과거에는 니콘·캐논·ASML·SVGL·ULTRATECH 등 여러 업체가 상호경쟁체제로 유지됐으나 최근 3∼4년 동안 한국 업체는 ASML장비에 대한 선호도가 너무 커져 98년·99년의 국내 스테퍼물량 중 80%가 ASML장비로 공급됐다.
향후 256MD램용 반도체라인 및 LCD라인에도 ASML장비가 대량 공급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반도체 핵심장비인 노광장비는 장비의 기술수준도 중요하지만 한 업체의 편중도가 너무 커 장비의 안정적 공급 및 적정가격 확보에 어려움을 가져서는 안된다.
현실로 바로 나타나지는 않겠지만 지금부터라도 구매의 다변화(멀티 벤더)를 위한 준비가 필요한 시기다.
올해 LG반도체와 합병한 현대전자는 작년보다 35% 감소한 6억 달러 이하의 투자가 예상된다.
이는 현대전자와 현대반도체(구 LG반도체)가 통합의 기본원칙인 중복투자 억제방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현재 통합사의 생산규모 및 라인수는 현재에도 세계에서 가장 크고 많다.
기존의 FAB을 최대한 활용해 신규설비의 투자를 최대한 억제하고 라인 통합작업과 라인 업그레이드에만 충실히 하는 방향으로 모든 투자가 집중되리라 예상된다.
내년에는 유럽 FAB의 재가동을 위한 장비도입 투자 및 구 LG반도체(현 현대반도체)의 FAB8에 대한 투자시기에 따라 13억 달러에서 21억 달러의 투자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되나 자금조달(신규부채·수익) 방법에 따라 투자규모가 가변적인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합병사는 현재 종업원들의 이질적 기업문화의 극복과 라인통합시 장비·공정기술상 차이의 통합 등 당면한 과제가 산재해 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중복투자의 축소와 시의적절한 투자에 따른 생산규모의 확대로 가격 교섭권에서의 우위를 확보할 수 있으며 R&D 통합으로 싱크로너스에서 현대전자, 램버스에서는 현대반도체(구 LG반도체)가 있어 신제품 개발 및 출하시기를 앞당김으로써 리딩업체로의 도약을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고 볼 수 있겠다.
이제 메모리산업은 적절한 생산설비 도입, 품질·수율 향상, 신제품(대용량·고속화) 개발 등이 중요한 관건이 됐고, 이를 소화하지 못하는 업체는 회복불능의 치명상을 입을 수 있다.
이와 아울러 메모리의 특성이 과거 범용성에서 응용기기의 다양화로 인한 시스템에서의 특화된 개념으로 옮겨감에 따라 시스템에서의 사용을 한층 눈여겨보아 시장확대가 가능한 부분에 생산량을 집중하고 범용성에 대한 제품을 줄이는 「제품 포트폴리오」 전략이 상당히 중요한 시기가 됐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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