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참담한 방송의 날

 「통합방송법이 정치권의 파쟁에 의해 좌절된 이 시점에서 맞는 방송의 날에 대한 소회는 참으로 처연하다.」

 3일 방송의 날에 즈음해 방송프로듀서연합회가 정부·여당에 방송위원회 정상화, 통합방송법 입법일정 공표 등을 요구하며 발표한 성명서는 대부분 방송인들의 심정을 대변한다.

 방송관련 단체들은 방송의 날을 맞아 정부·여당에 방송개혁을 촉구하는 성명을 잇달아 발표했고, EBS노조는 통합방송법의 조속한 제정을 촉구하기 위해 오는 11월 1일을 기해 통합방송법과 EBS공사법의 제정이 확보될 때까지 무기한 전면 총파업에 돌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근 임시국회에서 통합방송법 제정이 무산돼 EBS의 독립공사화가 지연되면서 재정적 어려움이 가중돼 제작 현업의 여건이 심각한 상황에 처했다는 것이다.

 방송인들의 잔치가 돼야 할 방송의 날에 오히려 참담한 심정을 느끼는 것은 지상파 방송사 관계자들뿐만이 아니다. 케이블TV나 상당수의 중계유선사업자, 위성방송 추진 사업자들은 아예 「통합방송법」의 「통」자도 꺼내지 말라는 투다. 넌더리가 난다는 것이다.

 위성방송을 준비해온 사업자들은 정치적인 이유로 통합방송법 제정이 번번이 지연됨에 따라 막대한 비용을 들여 국민의 세금으로 쏘아올린 무궁화위성이 공전만 하다 수명을 다해가고 있음은 물론, 자신들도 더 이상 버틸 수 없는 지경에 처해 있다고 하소연하며, 「종합유선방송법」의 경우처럼 한시법을 제정해서라도 사업의 길을 열어줄 것을 청원하고 있다.

 통합방송법에 명시됐던 「중계유선의 종합유선방송국(SO)화 허용」에 대비해 자체 망을 새롭게 포설하거나 보완하는 등 적지 않은 투자를 해 왔던 중계유선 사업자들은 물론, 이들이 대거 SO로 전환할 것에 대비해 현재 허용치를 웃도는 M&A를 추진해온 케이블TV SO들이 예기치 못했던 사태로 인해 고심하고 있다.

 또한 통합방송법으로 현안 과제들을 한꺼번에 해결하려 했던 정부당국도 이의 제정이 무산됨에 따라 이를 사안별로 처리해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됐고, 이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벌써부터 업체간 첨예한 이해관계가 대립하는 바람에 정책결정을 계속해서 미루고 있는 상황이다.

 정치권의 대립으로 인한 통합방송법 통과 지연이 국회는 물론 정부당국에 대한 불신과 종국에 가서는 업체간의 갈등국면을 조장하고 있는 것이다.

 그뿐만 아니다. 최근 들어서는 이번 정기국회에서 통합방송법의 통과가 불투명하다는 판단에 따라 시급한 부문의 별도 법제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힘을 얻으면서 「위성방송법(가칭)」의 독립 법제화를 놓고 방송계에 격렬한 찬반 양론이 벌어지고 있고, 총리실 산하 규제개혁위원회 또한 규제개혁 차원에서 그동안 보류해온 유선방송관리법의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하는 등 통합방송법의 기본 틀이 흔들릴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99년 정보통신부 잔존규제 정비 계획」의 하나로 유선방송관리법을 개정, 채널 수는 물론 지역 제한까지 완화하겠다는 규제개혁위원회의 방침은 당초 유선방송관리법을 통합방송법에 통합하기로 한 정부·여당의 기본방침과 엇갈리는 부분이다.

 국무조정실 측은 현재 국회에 계류중인 통합방송법과 상충되지 않도록 내년 국회에서 유선방송관리법을 개정하고 통합방송법 제정시 이들 조항이 모두 반영되도록 하겠다고 말하고 있지만 방송계는 만일 통합방송법 제정이 미뤄지는 상황에서 유선방송관리법만 개정될 경우 케이블TV와 중계유선간, 문화부와 정통부간 갈등이 증폭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최근 들어 제기되고 있는 제반 문제들의 원인은 정부 각 부처가 그동안 통합방송법 때문에 미뤄왔던 방송관련 법안이나 정책의 개정을 사안별로 추진하고 있는 탓도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정부·여당이 이번 정기국회에서 통합방송법을 어떻게 처리할지에 대해 아직까지 분명하게 입장을 정리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방송의 날을 맞아 정부·여당이 통합방송법과 관련한 분명하고도 책임있는 입장을 밝히기를 다시 한번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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