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유럽연합(EU) 등 주요 경제블록을 중심으로 국가간 품질적합성 평가를 서로 인정해주는 「다자간 상호인증협정(MRA : Mu
tual Recognition Agreement)」 체결이 가속화하고 있으나 우리나라는 아직 이에 치밀하게 대응하지 못하고 있어 MRA가 향후 국내 산업계에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28일 관련기관 및 업계 등에 따르면 지난 97년 이후 EU 및 APEC 등 경제블록을 중심으로 무역자유화 실현 차원에서 다자간 MRA 체결이 급류를 타면서 체결 막바지 단계에 접어든 한국·EU간 정보통신분야 MRA를 비롯, 한국·캐나다, 한국·일본, 한국·호주 등 APEC 내에서의 회원국간 MRA 체결이 급진전되고 있다.
그러나 수출지향국인 우리나라로서는 MRA 체결이 국내 산업에 미치는 영향이 클 것으로 예상되는데도 불구하고 MRA 체결로 인한 이해득실을 정확히 따지지 않을 뿐더러 범정부 차원의 체계적이고 치밀한 대응전략을 마련하지 못한 채 미국·일본·EU 등 일부 강대국의 힘의 논리에 이끌려 간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특히 최근 들어 MRA가 APEC 등 국제기구간 주요 핫이슈로 급부상, 한·일 MRA회담 등 정상회담에까지 주요 의제로 채택되는 등 MRA 체결이 정부간 고위층 차원에서 급류를 타고 있지만 정작 관계부처 실무진은 관련 시스템 정비가 미진해 제대로 대응을 못하는 등 정부 내에서마저 「따로 놀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현재 우리나라 MRA 정책은 산업자원부가 주도하고 있지만 관련 품질인증시스템은 정보통신기기의 경우 정통부, 전기용품 및 자동차의 경우 산자부, 의료기기의 경우 복지부 등으로 사분오열돼 있고 업무간 협조도 어려워 MRA 관련 국제회의에서 한 목소리를 내는 데 한계를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특히 MRA가 외견상으로는 무역장벽을 걷어내고 무역을 활성화하자는 취지이나 결국 약소국에는 실이 많을 것으로 우려되는데도 정부가 아직 MRA 체결 이후 산업에 미치는 정확한 계산서를 확보하지 못한 것 같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잦은 인사이동으로 인한 정부 당국자들의 전문성이 떨어지는 것도 큰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현재 우리나라는 각종 MRA 관련 국제회의에 산자부·기술표준원·정통부·복지부 등 관계부처 공무원들이 산하기관 및 업계관계자들과 함께 빠짐없이 참석하고 있으나 수십년간 관련업무를 고수, 노하우를 갖고 있는 선진국에 비해 논리적으로 대응하는 데 어려움이 많은 게 사실이다.
전문가들은 『APEC 내에서도 상대국에 따라 MRA가 득이 될 수도 실이 될 수도 있기 때문에 탄력적이고 선별적인 대응전략이 필요하다』며 『MRA가 2000년대 무역의 새로운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큰 만큼 정부가 이제라도 정부간 MRA 대응을 실질적으로 통합 조장할 수 있는 힘을 실어준 별도기구를 통해 관련 품질인증시스템을 재정비하는 등 보다 체계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중배기자 jb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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