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PC산업 디자인 대책 급하다

 올해 PC시장에서 두드러진 현상은 예전에 볼 수 없던 새로운 규격의 PC제품이 속속 등장함에 따라 PC디자인의 개념도 크게 변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PC디자인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곧 PC케이스의 전면부만 패션화시켜 튀는 외양을 강조하는 수준이었으나 최근들어 전통적인 박스 형태를 탈피한 PC케이스 형태로 차별화를 시도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침체일로에 있던 미국 애플컴퓨터사가 속이 훤히 들여다 보이는 i맥 컴퓨터로 재기함으로써 튀는 디자인의 비중이 갈수록 커진 때문이다. 즉 i맥 컴퓨터가 국내에 상륙하면서 국내 PC업계에 큰 자극을 주었고, 이미 몇몇 PC업체들은 하반기 주력 수출상품으로 곡선미를 살린 PC기종을 선보였다.

 그러나 최근 국내에서 수출한 이같은 새 디자인의 PC를 두고 애플컴퓨터사가 디자인 도용혐의로 제소한 사건은 국내 PC업계의 전반적인 제품디자인 정책과 관련해 시사하는 바가 크다.

 애플컴퓨터사는 대우통신이 투자한 피처파워사, 삼보컴퓨터와 KDS가 공동 설립한 e머신즈사가 각각 미국 시장에 공급하고 있는 일체형 PC가 자사의 i맥 컴퓨터와 유사한 누드형 디자인 콘셉트를 도용해 피해가 우려된다며 우리 PC업체들을 잇달아 제소하고 이의 판매중단을 요청했다. 우리 PC업체들은 수출 PC가 i맥과 전혀 다른 디자인이라며 불법복제 혐의를 부인하고 있으나 그 파장은 쉽사리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이같은 전례없는 PC디자인 소송을 두고 미국내에서조차 애플컴퓨터사가 무리수를 두었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로 반대여론이 만만치 않은 실정이다.

 자동차나 TV처럼 대중화된 PC시장에서 유행에 따라 비슷한 경쟁제품이 나오는 것은 당연한 일인데도 이같은 흐름을 독점하려는 애플컴퓨터사가 시장속성을 무시하고 「몽니」를 부리는 격이라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애플컴퓨터사의 PC디자인 소송을 두고 최근 급신장하고 있는 우리 PC업체의 미국 진출에 제동을 걸려는 의도라고 분석하고 있다.

 하지만 그동안 우리 PC업체들은 디자인부문에 대한 투자를 해외 경쟁업체에 비해 상대적으로 소홀히 해왔다는 점에서 이번 사건을 가볍게 여길 수 없는 처지다. 우리 PC업체들은 가격경쟁력으로만 승부하는 저가형 PC 개발에 몰두한 결과, 소비자 감성을 자극하는 디자인에 대한 연구가 부족했던 것이 사실이다.

 최근 가전제품과 PC가 결합하면서 PC디자인의 중요성이 점차 높아지고 있으나 지금처럼 가격경쟁력만으로는 치열한 PC 수출시장에서 살아남기 힘들다. 최신 가전제품의 디자인 조류를 적극 수용한 창의적인 PC 콘셉트를 제시해야만 국내 PC산업의 지속적인 성장도 가능하다.

 그동안 국내 PC 개발인력들의 디자인감각이 선진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뒤떨어졌던 점도 부인할 수 없는 부분이다. 입시위주의 획일적인 교육환경 탓인지는 몰라도 독창적인 디자인개발 능력이 미국·프랑스 등 디자인 선진국에 비해 현저하게 낮다.

 앞으로 우리 PC업체들은 세계 시장에서 수용될 수 있는 독창적인 PC디자인 개발을 위한 전문인력 양성에 힘써야 한다. PC업체의 디자이너를 해외에 파견하거나 세계 PC시장의 디자인 흐름을 신속히 파악하기 위해 PC디자인 용역을 외국 디자인 전문업체에 아웃소싱하는 등 발상의 전환도 필요하다. i맥 컴퓨터의 외장케이스 재질과 내부부품 상당수가 국산 제품인 점을 고려한다면 세계적인 PC부품 생산국의 장점을 살려 PC디자인 분야에 지속적으로 투자할 경우 미국·일본을 따라잡을 수 있다.

 PC업체들의 디자인 수준은 우리나라의 국가이미지와도 관련있다. 80년대 해외에 수출된 국산 자동차는 저렴한 가격만큼이나 낮은 품질과 디자인으로 당시 한국의 국가수준을 나타내는 상징물로 작용했다. 수준높은 디자인으로 마무리된 국산 PC제품의 등장은 정보시대 한국의 국가이미지 향상과도 직결된다는 점을 PC업계 관계자들이 인식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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