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기술동향> 차세대 디스플레이 "SED" 뜬다

 디지털가전의 정보창구가 될 차세대 디스플레이는 방송디지털화의 진전을 배경으로 급성장, 오는 2002년 약 170억달러 규모의 거대시장을 형성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미 그 주도권을 둘러싸고 여러 매체간 다툼이 진행중이고, 치열하다.

 대표적인 차세대 디스플레이로는 현재 플라즈마디스플레이패널(PDP), 플라즈마어드레스액정(PALC),유기(有機) 전계발광소자(EL), 전계방출소자(FED) 등이 있다.

 PDP는 후지쯔·NEC·마쓰시타전기산업·파이어니어·히타치제작소 등이, PALC는 소니와 샤프가, 유기 EL은 파이어니어·산요전기·코닥·TDK 등이, FED는 후타바전자공업이 각각 개발 및 상품화를 주도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도시바와 캐논은 벽걸이TV 시장 석권을 목표로 차세대 디스플레이 사업에서 제휴한다고 발표하고 주도권 다툼에 뒤늦게 뛰어들었다. 시장 석권을 위한 구체적 계획으로 FED의 일종인 새 매체 「서페이스 컨덕션 일렉트론 에미터 디스플레이(SED)」의 공동개발과 오는 2002년 상품화를 내놓았다.

 사실 도시바는 차세대 디스플레이와 관련해 PDP에 뛰어들었다가 중도에 철수한 전력이 있어 그동안 거취가 주목돼 왔다. 이 회사의 PDP 개발 중단은 「과다한 소비전력과 낮은 콘트라스트는 TV로서 치명적」이라는 것이 이유다.

 도시바가 새로 선택한 SED의 최대 매력은 저소비전력이다. 40인치를 기준으로 브라운관의 경우 전자빔의 편향(偏向)회로가 필요하기 때문에 소비전력이 172W에 달하지만 SED는 140W 이하로 낮다. 참고로 발광효율이 낮은 PDP는 250∼300W이고, PALC도 300W나 된다. 다만 FED는 140W 이하다.

 동시에 SED는 TV의 디스플레이로서 가장 중요한 휘도(밝기)나 콘트라스트 등에서도 브라운관 수준의 성능을 갖추고 있다. 휘도의 경우 피크시 음극선관(CRT)과 같은 ㎡당 500칸델라다. PDP는 350칸델라, PALC는 400칸델라, FED는 200칸델라다. 콘트라스트비도 1대 1000으로 CRT와 같다. PDP는 1대 500∼550, PALC는 1대 120, FED는 1대 300이다. 또 대형화했을 경우도 전자빔을 편향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두께가 수㎝면 된다. 이에 따라 무게도 40인치형을 기준으로 PDP·PALC·FED 등과 마찬가지로 18㎏ 이하로 낮출 수 있다. CRT의 경우는 66㎏이나 된다.

 이 SED는 전압을 가하면 실온(室溫)에서 전자가 튀어나오는 현상을 이용해 형광체를 발광시키는 방식으로 작동되는데, 캐논이 지난 80년 중반부터 추진해 온 전자방출소자 관련 연구개발을 토대로 하고 있다.

 우선 SED의 기본구조는 브라운관의 전자총에 해당하는 초미립자 전자원(電子源, 산화패러듐 박막)을 유리기판 위에 화소수만큼 설정하고, 이것과 마주 서게 되는 또 한 장의 형광체 유리기판을 2∼5㎜ 정도 간격으로 벌어지게 해 맞붙인 형태로 이루어져 있다. 그리고 전자빔을 발생시키기 위해 내부를 진공상태로 만드는데, 대기압으로 기판이 움푹 들어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유리로 된 스페이서(간격을 띄우는 장치)로 그 사이에 꽉 끼운다. 그러나 이 스페이서는 화면 상에서 그림자가 돼 비춰지기 때문에 대화면에서는 문제가 된다.

 또 한 개의 화소를 구성하는 소자는 두개의 플라티나(백금) 전극과 그 위에 버블젯 인쇄기술로 형성되는 2개의 패러듐박막(막 두께 5∼10㎜)으로 된다. 전극 간격은 10㎛이고, 막 사이는 「나노(n)균열」 로 표현될 정도의 미세한 간극밖에 없다. 이 상태에서 전압을 가하면 이 균열 사이에서 토네링(벽을 뚫는 현상)이 일어나면서 전자가 튀어나오는데, 이때 가하는 전압도 소자간에는 12∼16V, 기판간에는 5∼10㎸로 작다. 이 때문에 평균 소비전력이 140W 이하로 낮게 되는 것이다.

 도시바와 캐논은 이 SED를 오는 2002년 40인치형을 시작으로 월 5만대 규모로 양산할 계획이다. 가격도 인치당 1만엔 이하로 파격적으로 낮춰 시장을 공략할 방침이다.

 두 회사는 이같은 저가와 저소비전력을 무기로 상품화 첫해인 20002년 벽걸이TV 시장을 50% 점유한다는 목표다.

 그러나 두 회사의 이 목표가 실현될지는 의문이다. 이미 앞서 상품화된 PDP가 영역을 확대하며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PDP의 출하대수는 올해 40만대, 내년 100만대로 계속 확대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게다가 관련 업체들은 꾸준히 기술개발을 추진하고 있어 제품 성능도 계속 향상되고 있는 실정이다.

 앞으로 SED가 후발의 불리함을 딪고 PDP와 격차를 얼마나 좁혀나갈지 관심이 모아진다.

<신기성기자 ksshi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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