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TI반도체" 회생할 것인가

 CTI반도체는 회생할 것인가.

 지난 96년 말 세계 최대의 갈륨비소 반도체 웨이퍼 일관가공(FAB) 공장을 설립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후 무리한 설비 투자와 극심한 반도체 경기 침체로 지난해 8월 부도 처리된 CTI반도체가 최근 법정관리 체제로 전환됨에 따라 향후 행보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해 8월 7일 외자유치를 통한 회사 정상화를 전제로 법원에 화의신청을 했으나 외자유치 실패로 올 3월 화의신청을 철회했고 전임원의 사퇴와 함께 곧바로 법정관리 개시 신청을 함에 따라 회사가 완전 정리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낳았다.

 당시 반도체 경기 전망이 불투명해 법정관리 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회사는 완전 정리 절차를 밟을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난 7월 31일자로 법원이 법정관리 개시를 결정, 법정관리인이 선정되면서 이 회사는 분주한 모습을 보이고 있으며 최근 반도체 경기가 활기를 띠고 있어 이 회사의 회생 가능성이 조심스레 예상되고 있다.

 CTI반도체의 채권액은 재무재표상 1900억원에 달하고 있고 금리이자를 포함한 결손액이 상반기에만 255억원에 달한 것으로 알려져 회사의 완전 정상화까지는 상당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기존 채권 관계를 제외한 현재의 회사 경영 상태는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회사의 존폐가 불투명한 상태에서도 올 상반기에 미국 레이시온사로부터 반도체 원자재 일체를 제공받아 이동전화기에 필수적으로 내장되는 갈륨비소 소재의 파워 앰프와 업 다운 컨버터 등을 지속적으로 조립가공해 28억원의 매출액을 달성했다.

 또 법정관리 개시 결정과 함께 일부 국내업체로부터 조립가공 물량을 수주, 상반기 30%에 달했던 공장가동률이 최근 50%를 넘어서고 있다.

 이 회사의 한 관계자는 『CTI가 보유하고 있는 플라스틱을 소재로 한 패키징 기술인 에어 캐버티(Air Cavity)는 기존 세라믹 패키징 방식에 비해 제조단가를 8분의 1 가량 줄일 수 있고 수율도 높아 국내외 업체가 관심을 갖고 있다』며 『법정관리 개시 결정 이후 한국전자가 표면탄성파(SAW) 필터 조립가공을 의뢰해 최근 생산에 착수했고 삼성전기 등 일부 국내업체도 조립가공 의뢰 의사를 밝히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현재 이동전화기 시장이 급속히 성장하면서 외국 통신용 반도체업체들의 생산량이 크게 증가, 이들 업체로부터 조립가공 의뢰를 받고 있어 현재같은 상황이라면 올 하반기에는 공장가동률이 100%에 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상황이라면 회사의 정상화까지는 상당시간이 필요하지만 회사의 완전정리라는 최악의 상황은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CTI측은 기대하고 있다.

 이 회사는 올 연말까지 정상화를 위한 3단계 절차를 밟아야 한다. 우선 오는 27일 정리담보권 및 채권자로부터 채권액을 신고받아 재무재표상의 채권액과 대차대조해야 하며 다음달 20일에는 1차 관계인 집회를 개최, 법정 관리인이 주도해 업무현황 및 향후 사업계획을 발표하게 된다.

 이후 두차례 추가 관계인 집회를 개최해 자금조달, 부채탕감안, 조직개편안 등을 포함하는 최종 회사 정리계획을 수립, 오는 12월 27일 법원에 이를 제출한 후 법원의 결정을 기다려야 한다.

 법원이 이 안을 받아들일 경우 CTI반도체는 내년부터 완전 정상화의 길을 걷게 되며 공개입찰을 통한 제3자 인수도 조심스럽게 예상되고 있다.

<김홍식기자 hsk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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