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이트웨이에 둥지 튼 "아미가", 굴곡의 역사 접고 "재기"

 아미가를 아십니까. 일반인들에게 컴퓨터라는 용어조차도 생소했던 80년대에 멀티미디어기술의 개척자로 열렬한 추종세력을 거느렸던 업체. 15년 전 IBM PC와 애플 매킨토시에 필적할 다기능 컴퓨터로 그래픽, 애니메이션 전문가들 사이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던 업체. 그러나 모기업의 파산으로 생산중단과 함께 거듭 주인이 바뀌는 비운을 겪어야 했던 바로 그 아미가가 게이트웨이라는 새 주인을 만나 새로운 모습으로 다시 태어날 준비를 하고 있다.

 지난 97년 게이트웨이에 인수돼 자회사로 자리잡으면서 이제 굴곡의 역사를 접고 다가올 정보가전시대의 핵심업체로 거듭나기에 열중인 것이다.

 더이상 과거의 단순한 PC업체가 아니라 저가형 TV세트톱박스에서부터 정보단말기에 이르기까지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는 다양한 정보가전의 근간을 이루는 기술업체로 자리매김하겠다는 의지다.

 이를 위해 조만간 하드웨어업체들과 라이선스협약도 체결할 예정이며 오는 11월께는 새로운 정보단말기와 함께 사업 청사진을 펼쳐보일 계획이다.

 아미가의 기업행로는 개인으로 치자면 불꽃처럼 타올랐다 사그라진 한편의 드라마와 같다. 지난 85년 처음 선보인 아미가PC는 당시만 해도 처리하기 어려웠던 그래픽, 3차원 등의 멀티미디어기능들을 자랑하며 전문가들 사이에 급속히 퍼져 나가 그해 500여만대의 판매실적을 올렸다.

 그러나 회사 운명은 94년 모기업인 독일 코모도가 급작스런 파산을 맞으면서 공멸의 길을 걷게 됐고 그 뒤 95년 또다른 독일 PC업체 에스컴에 인수됐으나 이 회사 역시 이듬해 파산선고가 나버렸다. 그러다 97년 3월 게이트웨이가 법정관리중이던 아미가의 특허 47개와 상호를 1300만달러에 사들임으로써 아미가는 소생의 길을 찾게 됐다.게이트웨이는 아미가를 별도 자회사로 분리시켜 재건작업에 들어갔다.

 게이트웨이로선 아미가가 비록 파산상태에 있지만 이 업체의 멀티미디어 특허기술은 결코 썩힐 수 없는 값진 재산이라는 판단을 내렸고 다가오는 새로운 시대에 이 기술을 잘 활용하자는 계산이었던 것이다.

 게이트웨이의 소생술은 일단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게이트웨이 본사에서 지난 1월 급파된 짐 콜라스 사장이 경영권을 맡으면서 회사는 서서히 자리를 잡아갔다.최고운영책임자(COO)와 기술책임자(CTO)등 고위간부를 게이트웨이와 애플,SGI로부터 적극 영입,새로운 경영진을 구축했고 지금도 차세대 컴퓨팅 플랫폼개발을 위한 하드웨어및 소프트웨어의 전문인력 확보에 적극 나서는 등 체력강화에 여념이 없다.

 아미가는 리눅스 운용체계(OS)를 기반으로 디지털 세트톱박스는 물론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는 모든 형태의 정보가전에 대한 기본 플랫폼을 제공하는 데 사업전략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같은 모토아래 개발중인 정보가전 기술및 제품이 「아미가오브젝트」 「아미가 오퍼레이팅 인바이런먼트(OE)」 「아미가 멀티미디어 복합 컴퓨터(MCC)」등이다.

 이중 「아미가오브젝트」는 말하자면 모든 정보가전의 네트워크화를 가능케 하는 하부기술로 분산 소프트웨어 아키텍처인 「아미가 OE」에 기반한 모든 정보기기의 근간이 된다. 또 멀티미디어기능을 새로운 차원에서 사용하기 쉽게 만든 MCC는 홈네트워킹 환경에서 서버기능을 담당할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 플랫폼이라 할 수 있다.

 아미가는 이밖에도 디지털 오디오 플레이어에서부터 컴퓨터 게임기,그리고 인터넷에 연결해 전자우편등을 불러 올 수 있는 무선 메모판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종류의 정보기기를 만들 계획이다. 여기에는 과거 아미가 PC에 대한 향수를 가지고 있는 이용자들을 위해 만든 새로운 모습의 아미가PC도 포함된다.

 아직 어떤 제품이 가장 먼저 선보여질지는 미정이나 이르면 내년 초께는 아미가이름의 제품이 시장에 본격적으로 모습을 드러낼 전망이다.가격은 물론 100달러 안팎(게임기)에서부터 100달러대(PC서버)까지 다양할 것으로 전해졌다.

 아미가는 또 다른 가전업체들에 대한 정보가전기술의 라이선스 제공을 통해 사용기반을 넓혀 나가겠다는 의지도 보이고 있다.

 한때 오디오/비디오의 멀티미디어시장을 주도했던 기술력을 바탕으로 이를 정보가전에 맞게 변화시켜 경쟁업체들과 한판 겨루겠다는 전략이다.

 이 결과 PC업체에서 인터넷 서비스업체(ISP)로의 변신을 꾀하고 있는 게이트웨이로서도 아미가를 통해 정보가전으로까지 뻗어 나갈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게 되는 셈이다.

 정보가전을 겨냥한 아미가의 기술과 제품이 시장에서 다시 한번 성공을 거둔다면 1300달러에 사들인 아미가는 게이트웨이의 최대효자가 될 것이다.

<구현지기자 hjko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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