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통신의 내년도 대용량 전전자교환기 신설물량이 누구의 손에 넘어갈지 오리무중이다.
내년도 신설물량인 22개 시스템을 한번에 결정하는 지난 20일 입찰은 일단 대우통신의 불참에 따라 자동유찰된 상태.
그러나 이 입찰은 국내 교환기산업의 구조조정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교환기업체들의 생사 여부와 관련된 핵폭탄이 되고 있다. 물론 교환기업체들의 생살여탈권은 발주처인 한국통신이 쥐고 있다.
한국통신의 판단여하에 따라서는 2000년 대용량 전전자교환기 신설물량이 외국업체에 전량 넘어가는 상황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대우통신의 입찰불참을 어떻게 해석하느냐는 한국통신의 고유 권한이다.
만약 한국통신이 「연간단가방식에 의한 조달절차가 무리가 없었고 대우통신이 억지를 부리고 있다」고 판단, 조달절차를 강행하면 일대 파란이 에상된다. 한국통신 일부에서는 대우통신의 주장이 설득력이 없고 입찰에 참가하지 않은 행위에 대한 제재가 있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심지어 이 경우 한국루슨트와 수의계약 처리도 법적인 하자가 없다는 이야기까지 나온다.
이렇게 되면 대우통신을 비롯한 국내 교환기 4사는 내년도 신설교환기 물량을 한국루슨트에 고스란히 내주게 된다.
그러나 또다른 한편에서는 이번과 같은 연간단가방식에 의한 조달절차에 무리가 있다는 점을 인정하는 분위기여서 현행 조달절차를 강행할 가능성은 높지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더욱이 현행 조달절차를 밀고나갈 경우 한국통신은 자체 개발한 TDX100을 사장시킨다는 여론의 비난을 피해가기 어렵다.
이에 따라 유력한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게 연간단가방식의 제도개선이다.
한국통신 내부적으로 심층논의를 거듭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나 그 방향은 누구도 예측할 수 없는 상태다.
만약 연간단가방식을 개선한다고 해도 장비공급대상을 대우통신과 루슨트에만 국한할지 아니면 삼성전자를 비롯한 나머지 교환 3사를 포함시킬지는 누구도 자신있게 이야기하지 못하고 있다.
TDX100을 공동개발한 대우통신과 한국통신으로부터 교환기술을 이전받고 있는 이들 교환기 3사는 자신들도 참여할 수 있도록 연간단가방식의 조달절차를 개선함과 동시에 입찰시기도 연기해 줄 것을 요청하고 있다.
특히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한국통신 대용량 전전자교환기 입찰참가자격이 대우통신과 루슨트에만 있어 교환기 3사는 위기를 느끼고 있다. 그래서 한국통신이 교환기 3사의 주장을 수용할지 여부는 또다른 관심사다.
이와 관련, 한국통신의 한 관계자는 『나머지 교환기 3사의 주장을 받아들여 입찰시기를 연말께로 늦출 경우 내년도 사업계획을 변경해야 하는 데다 장비운용도 내년 2·4분기 이후로 늦춰지는 부담이 있다』고 말했다.
나머지 교환기 3사를 배려할 경우 루슨트와 대우통신의 반발을 의식해야 하는 것도 한국통신의 고민이다.
아무튼 한국통신 경영진의 최종판단은 국내 교환기 4사의 운명과 루슨트의 국내시장 석권 여부를 결정지을 전망이다.
<조시룡기자 srch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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