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전자의료기기의 국·공립병원 진입이 무산될 전망이다.
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조달청이 국·공립병원의 고가 의료장비 구매 방식을 수시 개별구매 방식에서 일괄구매 방식으로 전환하면서 전산화단층촬영장치(CT)와 자기공명영상진단기(MRI) 등을 생산하는 국내 업체가 입찰에 참여할 수 있도록 구매규격 고시안을 마련했으나 국·공립 의료기관의 거센 반발로 이번 입찰에 참여하기 어렵게 됐다.
특히 대한방사선의학회 및 국·공립병원 진단방사선과 관계자들은 「성능이 뒤지는 국산 의료장비는 공개경쟁보다 별도 구매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의견서를 제출할 정도로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처럼 국·공립병원이 국산 의료장비 응찰에 강하게 반발하는 것은 국산품의 성능이 떨어진다는 인식을 갖고 있어 1년 단위 또는 반기 단위로 실시되는 일괄구매 입찰에서 가격경쟁력을 무기로 삼고 있는 국산 의료장비 생산업체가 낙찰될 경우 부득이하게 이를 구매해야 하기 때문으로 알려지고 있다.
조달청은 『국산장비가 낙찰되면 구매를 요청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이들의 의견을 받아들여 기본적인 구매규격의 사양을 대폭 향상시킴으로써 고급기능을 미처 갖추지 못한 국산장비가 이번 일괄구매에 응찰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한 의료기기 제조업체 관계자는 『국·공립병원의 요구를 수용해 제품 사양을 강화시키는 것은 공개경쟁입찰의 본래 취지에 어긋날 뿐 아니라 국내 고가장비 제조업체들의 국·공립의료기관 진출기회를 영영 잃어버릴 수 있다』고 밝혔다.
<안수민기자 smah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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