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컨 및 선풍기 등 여름상품 업체들이 뒤늦게 몰려온 장마로 골머리를 썩고 있다.
가전 3사를 비롯한 전문업체들은 당초 올해 장마가 일찍 끝나고 무더위가 지속될 것이라는 기상예측에 따라 이달말까지는 제품 판매를 지속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이달 판매분까지 계산해 제품을 생산했으나 폭우로 인해 수요가 격감하는 바람에 당초 예정보다 한달 가량 일찍 판매활동을 종료해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따라서 이들 업체는 올해 생산계획을 대폭 축소하는 등 재고물량을 최소화하는 데 온힘을 기울여 온 보람도 없이 결국 상당량의 재고를 떠안게 됐다.
이에 따라 만도기계를 비롯한 일부 에어컨 전문업체들은 대폭적인 할인판매 행사를 실시키로 했으며 삼성전자·LG전자 등 가전업체들은 본사차원의 대책은 생각지도 못한 채 대리점 차원의 막판세일에만 일말의 기대를 걸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선풍기 업체들도 이달 생산계획을 전면 백지화하고 이달말께나 실시할 예정이었던 「땡세일」 일정을 앞당기는 등 재고물량 감축을 위한 대책을 모색하고 있다.
하지만 이달 중순까지 비가 내리는 날이 많을 것이라는 기상 예측이 나오고 있어 이같은 막바지 판촉활동에 큰 기대를 걸기 어렵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견해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들은 『그동안 무더위가 지속되면서 이달중에도 판매량이 많을 것으로 기대했는데 이번에 갑작스런 폭우가 내리면서 에어컨과 선풍기 등 여름상품 장사는 끝났다』며 허탈한 심경을 토로하고 있다.
예년의 경우 무더위가 지속되고 열대야 현상이 심화되면서 소비자들이 늦게라도 에어컨이나 선풍기를 구입했으나 올해는 계속 비가 내릴 것으로 전망되면서 이같은 막바지 수요도 기대하기 힘들어졌다는 것이다.
더욱이 가전3사 및 에어컨 전문업체들의 경우는 회사의 이미지 제고와 내년 시장을 위해 이번에 수해를 입은 지역에 대한 무상AS를 실시해야하기 때문에 막바지 판촉활동에도 많은 신경을 쓰기 힘든 상황이다.
그나마 위안이 되고 있는 점은 이들 업체가 모두 지난해 많은 재고로 인한 손실을 경험, 올들어 처음부터 생산계획을 줄여 잡았기 때문에 현재 남아있는 재고물량이 지난해보다는 훨씬 적다는 것.
이와 관련, 가전업계의 한 관계자들은 『현재로서는 막판세일을 실시하는 것외에는 뾰족한 대책이 없는 상황이지만 연초부터 생산계획 자체를 줄여 잡았기 때문에 현재 남아있는 재고는 지난해의 3분의 1 정도에 불과하고 이것도 대부분이 유통재고 중심이라 심각한 상황은 아니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이번 폭우를 동반한 뒤늦은 장마로 인해 올해도 지난해에 이어 상당량의 재고가 남는 것이 불가피해 올해 에어컨 및 선풍기 등의 여름상품 시장은 당초 예상보다 크게 줄어들 것이 확실해 보인다.
특히 이같은 상황은 내년 시장에도 상당부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관련업체들이 대책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김순기 기자 soonkk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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