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이야기는 미국 컴퓨터 잡지에서 읽은 기억이 났다. 그러나 그런 케이스는 그렇게 흔한 일이 아니다. 기발한 아이디어를 내서 인정을 받을 만한 시제품을 만든다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힘이 겨우면 뜻이 맞는 사람과 동업을 하는 방법도 있지요. 우리가 흔히 쓰는 말로 동업은 실패한다는 말이 있지만 반드시 그렇지 않을 것입니다. 미국의 실리콘 밸리 벤처 창업에서 동업은 많아요. 선생도 알겠지만, 대표적인 경우가 휴렛패커드(HP)인데, 빌 휴렛과 데이비드 패커드는 대학 재학 때 훗날 창업하자고 약속을 했지요. 두 사람은 졸업 후 직장과 대학원으로 갈라지기는 했지만, 곧 합류해서 일을 했어요. 두 사람은 팰러 앨토의 허름한 차고에서 일을 시작했는데, 빌 휴렛은 기술을 맡고, 데이비드 패커드는 경영을 맡았소. 이들이 성공한 것은 물론, 변치 않는 우정도 중요하지만 신용을 중요시하는 미국 사회의 구조적인 특성도 있을 거요. 우리 나라는 신용보다 물질적인 담보가 우선하니 그 점도 문제지요.』
『좋은 말씀 잘 들었습니다. 아까 말씀하신 그 젊은 친구를 보내주십시오. 이것은 제 하숙집 전화 번호입니다.』
나는 메모지에 전화 번호를 적어서 그에게 내밀었다.
『모처럼 방문했는데 대접을 못해드려서 어떡하지요. 차도 안들고….』
그가 대접한 커피가 그대로 있어서 나는 그 잔을 얼른 들고 마셨다. 차는 이미 식어서 차가웠다.
『차가 식었을 텐데.』
『냉커피 마신다고 생각하죠. 고맙습니다. 그럼 다음에 찾아뵙지요.』
그는 복도에 있는 승강기 앞까지 따라 나왔다.
『잘 해보시오. 처음엔 당하기도 할 텐데 조심하시오.』
『그게 수업료가 아니겠습니까?』
『하긴, 그렇게 편하게 생각해야 마음이 편하지. 자, 잘 가시오.』
승강기가 와서 멈추며 문이 열리자 그는 나에게 손을 내밀었다. 나는 그와 악수를 하고 승강기에 올랐다. 승강기 문이 닫히기 전에 그가 웃으면서 한 손을 쳐들어 보였다. 웃는 그의 얼굴이 몹시 피곤해 보였다. 그리고 승강기 문이 닫혔다. 바로 아래층으로 내려가자 멈추면서 젊은 여자 한 명이 탔다. 그녀가 안으로 들어오자 강한 화장품 냄새와 몸내음이 나서 자꾸 재채기가 나오려고 했다. 그것을 참으려고 애쓰고 있는 동안 승강기는 1층에 멈추었고, 나는 밖으로 나왔다. 늦은 봄날씨는 화창하고 건물 옆의 꽃밭에 나비가 날아다니는 것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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