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자를 추천해 주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지만, 문제는 하려고 하는 일의 성공 가능성이오. 우리의 현실에서 실리콘 밸리 분야의 벤처 창업이 얼마나 현실성이 있는가 하는 것이 의문이기 때문이지요. 그러나 시기가 이르면 위험요소가 크지만, 시기가 늦으면 성공 요소가 줄어들지요. 어쨌든 창업을 한다니 축하드립니다.』
한성우가 갑자기 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했다. 그는 나를 부러워하는 태도였다. 나는 그가 내민 손을 잡으면서 약간 부끄러운 느낌을 받았다. 그것은 창업을 하려는 내가 다른 사람에 비해서 기술력이 월등하거나 자본이 있는 것도 아닌 만큼 부러움을 살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통신 계통으로 추천해 주실 수 있는 사람이 있습니까?』
『있어요. 이번에 서울 공대 전산과를 졸업한 후배인데 며칠 전에 나한테 찾아와서 컴퓨터 계통의 취직자리를 알아봐 달라고 했지요. 어떤 회사를 원하느냐고 물으니까 반드시 큰 회사가 아니더라도 들어가서 연구하면서 공부할 수 있는 곳이면 좋다고 했습니다. 그 후배는 졸업 논문이 통신 제어장치의 변천 과정에 대한 고찰이었지요. 학교에서도 그 계열의 공부를 한 듯하니 데려다가 활용하면 될 것입니다.』
『연락이 되면 내일이라도 저에게 전화를 하라고 해주십시오. 창업을 하는 저의 회사에 올 수 있다면 말입니다.』
『세운상가의 바이트 숍에 들어가 일하겠느냐고 하니까 좋다고 했으니까 선생의 창업에 동참할 것입니다. 세운상가 바이트 숍보다야 선생의 일이 더 학구적이니 좋아할 것입니다.』
『다만 보수를 많이 줄 수는 없습니다. 최소한 인건비는 주겠지만, 성과급 제도로 할 것입니다. 연구한 것이 상품화되어 매출이 늘어나면 그에 비례해서 대우할 것입니다.』
『잘 생각했습니다. 그건 그런데 그렇게 담배만 피우지 말고 차 드십시오. 차가 다 식었겠군요.』
나는 탁자 위에 놓여 있는 차를 손도 대지 않았다. 오직 창업 생각에 열중하다 보니 차를 마신다는 여유조차 없었다. 그것은 그만큼 급박한 상황이었다.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무엇인가 창조해 내는 것이나 다름없는 창업 의지는 단순한 것이 아니었다. 나는 잘 해낼 수 있을 것이다. 나는 해낸다. 한성우와 마주 앉아 이야기를 하면서 문뜩 불안한 생각이 들면 나는 얼른 자신에게 이렇게 속삭였다. 나는 해낸다. 나는 성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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