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대 중반 이후 공장자동화 붐을 타고 성장기로에 들어선 공작기계 산업은 90년대 들어 생산규모가 1조원에 육박하는 등 전성기를 맞았다. 그러나 95년 말부터 성장세가 한풀 꺾였으며 96년부터 침체국면으로 반전했다. 특히 97년 말 IMF체제에 들어서면서 기업들의 설비투자가 크게 위축돼 98년은 불황이었던 전년의 절반 수준에도 못미칠 정도로 내수시장 규모가 줄었다.
이 과정에서 7대 공작기계 업체 중 기아중공업과 통일중공업이 부도로 쓰러졌고, 현대정공이 현대자동차로 사업을 넘겼으며 두산기계가 하나의 비즈니스 그룹으로 축소됐다. 삼성항공도 분사를 실시, 사실상 사업을 포기했으며 화천기계도 호된 구조조정을 거쳤다. 수출로 내수에서의 부진을 보전한 대우중공업만이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중소기업의 피해는 더욱 커 지난 47년 설립된 광주남선선반을 비롯, 수많은 업체들이 줄줄이 무너졌다.
그러나 내수부진은 곧 수출에서의 큰 성과로 이어진다. 전사적인 수출 확대 정책으로 98년의 경우 공작기계 수출액이 사상 처음으로 5억달러를 돌파한 것이다. 이는 내수부진에서 탈피하기 위해 관련업계가 강력한 수출드라이브를 건 데다 원화가치 하락에 따른 가격경쟁력 강화와 틈새시장 개척 전략이 주효했기 때문이다. 반면 수입은 NC절삭기계가 97년보다 2배 이상 감소한 9102만달러, 범용 절삭기계와 금속 성형기계도 2배 이상 감소한 2억5094만달러와 9129만달러에 그쳐 만성 무역수지 적자 품목을 사상 처음으로 흑자 품목으로 반전시키기도 했다.
올 들어서도 지난해 말 이후 증가해온 내수수주가 지속적으로 증가, 5월의 경우 지난 97년 6월 이후 최대 금액인 389억원을 수주하는 등 완연한 경기회복 국면에 접어들었다. 양적인 면 외에 기술적인 측면에서도 성장세를 보여 최근에는 주축 회전속도 2만rpm급 이상의 초고속 가공 및 미크론 단위의 고정도 가공이 가능한 제품까지 쏟아져 나오고 있으며, 72시간 이상 무인 운전할 수 있는 유연생산시스템(FMS)과 한 대의 기계로 여러 대의 효과를 나타내는 복합가공기 개발도 붐을 이루고 있다. 심지어 개방형 CNC장치와 인터넷, 인트라넷, CAD/CAM 등을 결합, 인터넷을 통한 기술교육은 물론 원격 애프터서비스도 가능한 네트워크 기능을 갖춘 공작기계까지 등장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 공작기계 업체들의 미래가 밝은 것만은 아니다. 아직 끝나지 않은 구조조정을 완결해야 하고 수입선다변화 제도 폐지에 따라 세계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가진 일본 업체들과 안방에서 무한경쟁을 펼쳐 살아 남아야 하는 절체절명의 과제를 안고 있기 때문이다. 이같은 서바이벌 게임에서 살아남는 업체는 재편될 시장환경에서 풍성한 수확을 거둘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박효상기자 hspark@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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