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중계> 정보통신의 미래를 생각하는 모임-특별강연

서정욱 과학기술부 장관

 전자신문사가 후원하는 「정보통신의 미래를 생각하는 모임」은 지난 8일 프레스센터 20층 내셔널프레스클럽에서 산·관·학계 관계자들이 참여한 가운데 서정욱 과학기술부 장관을 초청, 「21세기 지식기반사회에서 우리가 가야 할 길」을 주제로 특별강연을 가졌다. 이날 있었던 강연의 요지를 발췌, 정리했다.

<편집자>

21세기 지식기반사회

 미래사회는 변화(Change)·고객(Customer)·경쟁(Competition) 등을 기반으로 한 이른바 「3C의 시대」로 표현되는 인간 중심의 「지식정보사회」로 변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같은 변화는 물론 공산주의의 몰락, 지식산업의 부상, 고령인구의 증가, 통신 및 대중교통 발달로 인한 글로벌 경제시대의 도래, 세계질서를 통제할 특정 국가나 체제의 소멸에 의한 것이다.

 미래사회는 또 환경·에너지·식량문제 등 지구적 문제를 해결하는 기술개발에 비중을 두게 되며 삶의 공간을 확대하는 기술이 개발돼 쏟아져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인간을 대중으로서가 아니라 개체로 인식하고 존중하는 인간 중심의 기술이 창출될 것이라는 얘기다. 특히 미래에는 정보화를 요구하는 사회적 요구가 증폭돼 「지식기반사회」가 도래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정보의 계층화와 그룹화가 궁극적으로 개별화 방향으로 발전하고 데이터베이스 구축과 검색기능의 발달 및 통신의 고속화가 가속화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제는 막연히 지식을 기술화하는 시대는 지났다. 바야흐로 지식도 관리의 대상이 됐다는 의미다. 지금까지 분야별로 세분화돼 다양하게 발전해온 지식을 통합(Integration)한다는 의미에서 훌륭한 「시스템 코오디네이터(System Coordinator)」가 필요한 시점이다. 따라서 지식기반경제에서는 각각의 다양한 지식을 통합해 제품을 개발할 수 있는 지식의 토털시스템화가 필수적이다. 우리는 지금까지 「똑똑하고 훌륭한 연구자」가 많았으나 이를 종합화해 시너지 효과를 높이는 데는 정부도, 과학기술자도 인색해 왔다.

 미래의 지식기반경제에서는 부가가치의 창출이 주로 정보와 지식의 생산·전달·사용에 기반을 둘 것으로 보인다. 이때의 지식은 물론 「단순한 정보」의 의미를 넘어 「구체적인 일을 할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한다. 이미 주요 OECD 국가들의 GDP 중 50% 이상이 지식기반산업에서 창출되고 있으며 이같은 경향은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로마클럽 등에 속해 있는 세계적인 미래학자도 21세기에는 정보력·기술력 등 「지력」이 지배하는 사회, 즉 「지식기반경제·사회」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지식에 의한 기술혁명이 주도하는 사회, 과학기술혁명·기업혁신에 의한 탈공업화 사회, 지식과 경제가 결정적 역할을 하는 정보사회가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특히 OECD는 21세기 지식기반경제에서 정부의 역할을 「지식정부」로 규정, 지식기반사회에 대비한 연구 및 체제개편을 주장하고 있으며 세계은행은 한발 더 나아가 「지식격차(Knowledge­gap)」를 해소하지 않을 경우 국가간 빈부격차가 더욱 심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같은 전망하에 세계 각국은 21세기형 과학기술을 통한 국가경쟁력 강화를 위해 연구개발투자를 늘리고 과학기술혁신시스템을 구축하는 등 총력대응 태세에 돌입했다.

 과학기술대국을 자처하고 있는 미국은 이미 정부 차원에서 과학기술 및 지식경영을 장려하기 위해 정부예산 중 과학기술예산 비중을 지난 96년 3%에서 2000년에는 5% 수준으로 끌어올리기로 했다. 지난해에는 올해 311억달러로 책정된 「21세기 연구기금」을 오는 2003년에는 380억달러를 추가 증액키로 하는 등 과학기술 연구개발 비중을 크게 늘리고 있다.

 일본도 지난 96년부터 2000년까지 총 17조엔을 투입키로 하는 「과학기술예산 배증계획」을 추진키로 하고 현재 「신규산업 창출을 위한 환경정비 프로그램」을 마련, 오는 2000년에는 GNP 대비 1%의 자금을 투입할 계획이다. 독일·영국도 각기 「생산2000계획」 및 「기술예측계획」을 수립하는 등 EU차원의 연구개발사업을 벌이기로 하고 「제5차 프레임워크 프로그램」을 수립, 진행중이며 대만·싱가포르·말레이시아 등 동남아시아 개발도상국들 또한 첨단과학기술 개발을 위한 국가적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지난 30여년간 연구개발 투자규모와 조직이 크게 증대된 것이 사실이다. 지난 67년 GDP 대비 0.38% 규모에 불과했던 연구개발비 지출규모가 지난 97년에는 GDP 대비 2.89% 수준으로 증가했으며 연구개발인력 역시 68년 5024명이던 것이 97년에는 13만7506명으로 급속히 확대됐다. 지난 97년 기준으로 연구개발투자비 부문에서 세계 6위, 인력 규모면에서 세계 9위를 기록한 것이다.

 그러나 이와는 달리 과학기술 수준은 선진국에 비해 현저하게 뒤떨어진 것이 현실이다. 반도체·생명공학 등 일부 핵심기술과 생산·제조기술은 어느 정도 국제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고는 하나 과학적 이론과 기초·원천기술에 뿌리를 두는 설계·소재·부품 등 핵심기술은 선진국에 비해 크게 떨어진다.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이 지난 1월 지식기반 경쟁력을 국가별로 비교·분석한 바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분석대상 42개국 중 23위를 기록, 대만이나 싱가포르보다도 뒤진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와 비슷할 것으로 예상됐던 싱가포르·대만·홍콩 등은 각각 7위, 13위, 22위를 차지한 반면 우리나라는 42개 국가의 지식기반 경쟁력 평균(50)지수에도 못미치는 42.2를 기록, 선진국과의 격차가 더욱 큰 것으로 조사됐다.

 지식기반 경쟁력지수가 이처럼 낮게 나타난 이유로는 여러 가지를 들 수 있을 것이다. 우선 과학기술정책과 사업에 대한 종합조정기능이 취약해 일부 사업이 중복되고 비효율적으로 추진돼 왔다. 정부출연연의 연구생산성과 경영효율이 저조하고 최대 혁신주체인 대학마저 기술을 창출하고 확산시키는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다. 또 산·학·연 협동으로 기술공급자와 수요자간 연계 노력도 미진했으며 연구결과에 대한 엄정한 평가와 인센티브제도 역시 부족했던 것이 사실이다.

 이같은 현상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21세기형 과학기술정책의 새로운 패러다임 구축이 필수적이다. 특히 21세기 지식기반사회에서 과학기술은 인류의 삶에 기여하는 「대승적 과학기술」이어야 한다. 기존의 양적 경제성장지원 일변도에서 국민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국력 증강은 물론 지구환경 보존 등에 기여하는 국리민복(國利民福)의 과학기술이 되도록 방향전환이 시급하다는 얘기다. 앞으로의 과학기술은 단순히 이공계 분야뿐만 아니라 인문사회과학과의 연계도 고려해야 한다. 과학기술은 꾸준한 인간의 복리 향상이라는 측면에서 사회적 현상의 이해와 분석이 중요시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 또한 지원대상 연구주체를 공공연구기관 중심에서 탈피해 산·학·연 협동체제로 전환, 제3자의 입장을 견지할 것이다. 이를 위해 산·학·연 협동연구사업을 우선적으로 지원하고 지식기반사회에서 새로운 산업기지가 될 대학과 민간연구소에 대한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 과학기술도 이제는 「농사」를 지어 소출을 배분하는 것보다는 씨앗을 제공하는 「종묘상」으로서의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

 특히 기초과학 분야 등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경우 유럽의 방사광가속기건설프로젝트와 같은 대형 국제 프로그램에도 국내 과학자들을 적극 참여시켜 최적의 투자를 통해 국제사회에서도 우리나라 과학기술자들이 일정부문 제역할을 해나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정부는 새로운 천년에는 열심히 연구하는 과학기술인을 중점적으로 지원하는 체계를 마련할 계획이다. 연구현장을 떠나지 않는 연구원을 우대하고 동료 과학기술인을 존중하는 과학기술인을 존경하며 과학기술발전에 여성의 지적 자원을 활용하겠다는 보다 큰 그림을 그려나가겠다.

 현재 우리나라는 종합 과학기술력을 21세기 초 선진국(G7) 수준으로 올려놓겠다는 원대한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21세기 창조적 핵심기술의 자립적 개발역량을 확보해 미래 유망기술을 전략적으로 개발, 세계 일류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다.

 2002년까지는 정부 연구개발예산을 정부 전체 예산의 5% 이상으로 확대해 독자적인 기술혁신이 가능하도록 연구개발재원을 확충하고 전략적으로 배분할 예정이다. 이미 올해 과학기술부 순수 연구개발예산으로 작년대비 14.6% 증액된 5499억원을 책정했으며 이를 단계적으로 늘려간다는 방침도 세워놓았다.

 정부는 오는 2002년 세계 10위권 기초과학 보유국가 대열에 진입하기 위해 기초·기반기술 분야를 집중적으로 육성함과 동시에 고급 연구인력을 대거 확충하고 실험·실습 위주의 과학기술 교육체계를 확립할 계획이다.

 현재 오는 2000년부터 2025년까지 밀레니엄 첫 4반세기 동안의 과학기술발전 목표와 비전을 제시하기 위해 「국가과학기술발전 장기계획」을 수립하고 있으며 중기 실천계획과 장기목표 및 비전을 결합한 과학기술정책도 곧이어 내놓을 예정이다. 또 과학기술 장기계획기획위원회에서 내놓은 산업계 주도의 기본구상을 바탕으로 정부가 이를 보완, 국가과학기술위원회에 상정할 계획까지도 세워놓고 있다.

 이같은 계획 아래 정부는 국가과학기술위원회와 연구회 등 지난 1년 동안 구축한 강력한 과학기술혁신체제를 강화할 계획이다. 국가의 경제위기를 조기에 타개하고 삶의 질 향상과 국가위상 제고를 위한 기술혁신을 촉진시킨다는 목표다. 이를 위해 연구개발예산을 전체 재정규모 증가율보다 높게 책정하고 특히 내년에는 전체 정부예산의 4.0%인 3조6160억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국가산업 경쟁력과 국가안보 역량을 동시에 강화하기 위해 과학기술부·국방부·산자부·정통부 등 4개 부처가 총 290억원을 투입, 「민군겸용기술개발사업」을 추진할 예정이며 지난해 11월 수립했던 「우주개발 중장기 기본계획」을 보강해 오는 2005년까지 총 6054억원을 투입, 「과학위성 2호」를 자력으로 발사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원자력 미래 핵심기술사업으로 원자로 및 핵연료 설계, 사용후 핵연료 관리, 방사성 동위원소 이용 등 핵심기술 연구개발에 1183억원을 투입할 예정이며 KIST·서울대 등 28개 「전문연구정보센터」를 통해 정보데이터베이스를 구축, 과학기술의 대중화와 과학기술문화의 확산에 주력할 계획이다.

<정리=박승정기자 sjpark@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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