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내 유수 정보통신 관련업체의 연구원 김모씨와 벤처기업 사장인 재미교포 K씨가 「국가 초고속정보통신망 구축사업」의 하나로 개발된 「콤팩트 PCIATM」기술과 차세대 이동전화 「IMT2000」의 핵심기술 및 회로도 등을 빼돌린 혐의로 구속된 것은 한마디로 국책연구과제에 대한 관리상의 허술함 때문에 일어났다는 점에서 충격을 금할 수 없다.
이번 핵심기술의 유출내용이 어느 수준이고 또 이로 인해 입은 피해규모가 얼마나 되는지는 앞으로 관계기관의 조사결과에 따라 구체적으로 밝혀지겠지만 유출된 핵심기술의 내용으로 미루어 보아 유·무형의 피해가 예상밖으로 크고 또 이같은 첨단기술의 해외유출사건은 법적·제도적인 여러 허점을 보완하지 않는 한 앞으로도 제2, 제3의 사건이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충격적이다.
더욱이 이번 사태는 특정업체의 개발기술이 아니고 국가가 막대한 예산을 들여 추진하고 있는 소위 국책연구과제를 대상으로 한 것이기 때문에 그 파장은 의외로 심각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이렇게 볼 때 연간 4000억여원이 투입되는 특정연구개발사업 중 상당수가 이미 경쟁국의 손에 넘어간 것이 아닌지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 그 중에는 코드분할다중접속(CDMA)·비동기전송방식(ATM)·반도체·디지털TV·생명공학 등 중요한 연구 성과물들이 포함돼 있음은 물론이다.
산업스파이 문제는 그동안에도 일부 특정업체의 특정기술에 대한 해외유출로 문제가 된 적이 있었지만 이번처럼 과기부·정통부·산자부 등 정부 부처가 막대한 예산을 들여 개발한 첨단 연구개발 성과물들이 그대로 해외로 유출된 사례는 일찍이 없었고 그것도 국책연구과제에 대한 사전·사후관리의 허술 때문이라고 하니 이럴 수가 있는 것인지 놀라지 않을 수 없다.
현재 출연연구소들마다 연구소 보안규정이 있고 국책연구과제의 경우 연구논문 발표시 사전에 보안심사위원회의 심사를 거쳐 기관장의 승인을 받도록 하는 등 나름대로 보안에 신경을 쓰고 있다지만 결과적으로 허술한 관리가 해외유출을 불러일으킨 원인이라고 하니 한심하다는 생각뿐이다.
이처럼 허술한 관리 외에도 문제는 또 있다. 정부가 연구개발의 투명성 확보라는 명목으로 연구과제 공모 과정에서부터 선정된 연구과제를 인터넷 등에 고스란히 공개하고 있는 것도 문제다. 이는 결과적으로 국내 출연연·대학·산업체들의 연구정보를 외국 정부나 기업에 송두리째 안겨주고 있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이 경우 연구제목만 보아도 어떤 결과물이 나올지 충분히 추정해낼 수 있다고 한다. 첨단기술의 개발경쟁이 어느 정도 치열한가는 새삼 강조할 필요가 없지만 만약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주요 국책연구과제가 그대로 경쟁국들에 노출될 경우 연구 성과물들은 하루아침에 휴지조각이 되고 말 것이다.
이 때문에 우리나라 연구산실인 대덕연구단지 주변에 상주하고 있는 산업스파이들만 적게 잡아도 100여명에 이르고 있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라고 한다. 이들 산업스파이에 의해 얼마 전 모 연구소가 올해 추진키로 한 중기국책연구개발 특정연구개발계획이 정부로부터 연구계획을 최종 승인받아 지원이 확정된 지 이틀도 되지 않아 경쟁국 관련부처 관계자의 손에 들어간 사례까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추진하는 국책연구과제의 경우 일정 부분 기밀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 첨단기술의 보호는 사후대처보다는 사전 유출방지가 더욱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동안에도 산업스파이 사건과 관련, 처벌규정이 선진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가볍다거나 처벌법규의 미비가 허점으로 제기된 바 있어 이번 사태도 관계기관의 허술한 관리와 제도적인 미비점에서 비롯된 것이 아닌지 다시 한번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선진국들이 날로 급증하는 핵심기술과 영업비밀 유출에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영업비밀 침해에 대한 기존 법규를 대폭 개정·보완하거나 영업기밀 보호를 위한 특별법 제정 등 민·형사상의 처벌을 확대하는 추세임을 감안할 때 이제는 우리도 정부출연연구기관의 보안규정 개정 등 대책 강구에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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