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품 칩화"에 기업 사활 달렸다

 「칩 형태로 만들 수 있는 부품은 기업의 경쟁력을 극대화시키고 그렇지 않은 부품은 기업의 생존력마저 위협한다.」

 「부품의 칩화」 여부가 부품업체들의 흥망성쇠를 가름하는 화두로 등장했다. 칩 형태의 부품이 선보인 것은 사실 오래 전이다.

 세계 부품업계의 맹주인 일본의 경우 이미 원숙한 경지에 접어들었다. 뒤늦게 부품산업에 뛰어든 국내업체들은 몇가지 칩 부품만을 생산중이다.

 진부하게까지 여겨지는 이같은 명제가 최근들어 다시 부상한 것은 국내 부품업계가 처한 어려운 현실 때문이다. 품목에 따라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리드타입 부품의 단가는 계속 하락중이다. 대부분의 업체들은 시설을 놀릴 수 없어 채산성이 맞지 않는 생산만을 거듭하고 있다. 대부분의 업체가 문을 닫을 것이라는 위기론까지 대두되는 상황이다.

 대만·중국 등 한국보다 늦게 출발한 나라들의 거센 추격도 칩 부품 생존론에 힘을 더하는 요인이다. 중소기업의 천국으로 불리는 대만과 세계 최대의 인구를 보유한 중국의 업체들은 리드타입 부품 분야에서 국내업체들의 강력한 라이벌로 떠올랐다. 일본의 부품기술이 국내로 건너왔던 70년대 상황이 주연만 바뀐 상황에서 80년대부터 재연된 결과다. 리드타입 부품기술이 거의 한계에 달한 상황에서 국내업체들이 대만·중국업체들의 가격경쟁력은 꺾기 힘들다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다.

 업계 전문가들이 국내 부품업계의 미래를 부품의 칩화 여부에 거는 것은 이 때문이다. 칩화가 가능한 부품은 국내 업체들에 도약의 기회를 제공하는 반면 그렇지 않은 부품은 기업을 도태시킬 수도 있다는 것이 이들의 논리다. 칩 부품의 수요는 갈수록 커지는 반면 리드타입 부품은 그 반대의 길을 걷게 되기 때문이다. 후발주자들의 도전 역시 상대하기 벅찬 실정이다. 일본업체들이 국내에 리드타입 부품기술을 전수하고 첨단 칩 부품 개발에 나선 것을 국내 업체들도 따라야 한다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수동부품 분야에서 마일러콘덴서를 포함한 필름콘덴서를 대표적인 예로 든다. 필름콘덴서는 칩화가 어려운 품목. 설령 가능하다 하더라도 수요가 작고 가격하락으로 채산성을 더욱 악화시킬 것이라는 점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2000년대에 들어서면 소수의 대형업체들만이 현상을 유지하는 정도에 그칠 것이라는 예측이다.

 반면 세라믹콘덴서·전해콘덴서·저항기·인덕터 등은 칩화를 통해 얻는 이익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적층형세라믹콘덴서(MLCC)는 이미 대세를 장악했으며 칩전해콘덴서 역시 같은 경로를 밟을 것으로 보인다. 저항기·인덕터의 경우도 칩 형태 제품의 수요는 꾸준히 늘 것이라는 점이 업계의 전망이다.

 부품의 칩화 여부는 기업의 생존과 맞물려 있다. 그렇다고 쉽게 덤벼들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국내 부품업체들의 고민은 여기에 있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부품업체들이 생존하기 위해서는 지금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물론 지금 당장 모든 리드타입 부품이 쇠락한다는 얘기는 아니지만, 결론이 뻔한 상황에서 지금 칩 부품 분야에 관심을 가지지 않으면 앞으로 어려움은 더욱 커질 것이라는 점이 이들의 주장이다.

<이일주기자 forextra@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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