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기술(IT)의 발달로 가능해진 사이버세계(CyberSpace)에서는 이를테면 디지털재화·정보통신서비스·전자상거래·온라인시장·전자화폐·전자정부·전자공동체와 같은 새로운 개념의 활동과 문화들이 등장한다.
그런데 문제는 이런 것들이 그 자체의 존재로 만족하지 않고 점차 물리적 공간 기반의 현실세계를 대체하려 한다는 점에 있다.
사이버세계에 대한 정의는 시간이 흐를수록 보다 적극적인 것으로 바뀌고 있다. 「공간은 더이상 지리적 영역에 있지 않고 전자적이며 그 단위는 터미널이다」(폴 버릴리오)라는 선언적 정의가 「컴퓨터와 통신회선에 의해 창조·유지되는 새로운 우주」(마이클 베네딕트)로 발전했는가 하면 최근에는 「컴퓨터를 매개체로 한 IT이용자들에 의해 언어·인간관계·정보·부(Money)·권력·명예들이 새롭게 정의되는 공간」(오그덴)으로 구체화하기에 이르렀다.
심지어는 「실제 생활에서 인지하고(Perceive) 계획하며(Plan) 목표를 찾아나서(Navigate), 의도적으로 움직이는(Maneuver) 인간의 능력이 나타나는 곳」(깁슨)이라는 사실적 정의가 내려지기도 했다.
이런 정의들이 궁극적으로 전하려는 음영적 메시지는 앞서 언급한 것처럼 사이버세계가 현실세계를 대체해가고 있음을 강조하려는 것이다.
이는 반대로 사이버세계가 학문적으로는 일종의 「합의된 환각상태」라는 사실을 시인하는 것이기도 하다. 「환각상태」에서의 시공을 초월한, 그리고 무형의 행위에는 어떤 행동적·법적 제약도 있을 수 없다. 모든 것을 「환각상태」로 빠지게 하는 전자적(Electronic) 에너지에 의해서다.
그러나 아직까지 이 전자적 에너지는 「무한한 감옥」에 갇혀 있으며 「환각상태」도 그 안에서만 인정될 수밖에 없다. 사이버세계의 현실세계 대체노력도 전자적 에너지가 원심력에 의해 「감옥」을 뛰쳐나오려는 의지의 표현인 셈이다.
그런 의미에서 사이버법은 사이버세계의 「공습」에 대해 완급을 조절하려는 현실세계의 방어벽이라고 할 수 있다.
<서현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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