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타이거펀드" 외압성 요구

 SK텔레콤의 유상증자 문제가 최근 열린 이사회에서 최종 확정됐음에도 불구하고 SK텔레콤의 외국계 헤지펀드인 타이거펀드가 이사회의 유상증자 결정에 불복, 장외에서 의도적으로 갖은 돌출행동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관심을 모으고 있다.

 주주가 투자회사의 유상증자 문제에 대해 자신들의 입장을 밝히고 이를 관철해 나가는 것에 대해 왈가왈부할 것은 못된다. 이는 오히려 주주로서 적법하고도 당연한 권리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주주들의 적법한 표결을 거쳐 이미 확정한 이사회의 결정사항을 계속해서 번복시키려 한다면 이는 곤란한 문제다.

 특히 국내 기간통신사업자에 투자한 대표적인 외국계 펀드인 타이거펀드의 이같은 행동은 앞으로도 외국계 펀드의 투자를 계속 유치해야 할 국내 기간통신사업자들에게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여 이의 향방에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예를 들어 장단기 시세차익에 목적을 두고 있는 펀드와 기간통신사업자들의 중장기 경영전략이 상충되어 충돌할 경우 이를 어떻게 해결하느냐 하는 것이 이번 사태의 결말에 따라 앞으로 중요한 선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안정적인 절대주주가 없는 기업일수록 증자와 같이 주주이익과 직결되는 사안에 대해서는 이해가 상충될 여지가 많고 이에 따른 갈등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 따라서 최종 결정단계에 이르기까지 민주적 절차와 투명한 일 처리가 중요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이번 SK텔레콤의 증자 결정과정을 보면 타이거펀드 외에 2대 주주인 한국통신과 일부 소액주주들이 각자 나름대로의 입장을 반영, 반대했었다. 하지만 이사회에서 논란을 벌인 끝에 결국 표 대결로 이어졌고 증자를 확정지었다.

 이사회 결정에 불법적인 요소나 절차상 하자가 있다면 당연히 문제를 삼아야 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표 대결을 벌이고 이에 승복하는 것은 기업경영의 상식이다. 한국통신도 결국 적법한 절차에 의한 이사회의 결정을 수용, 증자 참여를 추진하고 있다고 한다.

 타이거펀드가 최근 이 문제와 관련, 임시주주총회의 소집을 요구했다고 하는데 이는 임원 해임에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라 다시 한 번 전체 주주들의 의견을 들어보자는 취지라고 선의적으로 이해할 수도 있다. 그러나 주주들의 의견을 들어보는 것과는 달리 이사회의 결정사항을 번복하는 일은 그리 간단한 것이 아니다.

 이 와중에 타이거펀드는 우리 정부에 자신들의 요구를 담은 서한을 두 번씩이나 보내오는가 하면 자신들의 수석고문을 맡고 있는 미국의 상원의원인 거물급 정치인을 초청, 관련부처 장관을 예방케 하면서 우리 정부에 압력성 항의를 하게 한다면 타이거펀드의 정당성은 차치하고 우선 한국인들의 정서적 반감에 부딪칠 수밖에 없다. 심지어 업계 일각에서는 타이거펀드의 이같은 행태를 두고 「내정간섭적 행위」라고 분개하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우리는 미국이 국제통화기금(IMF) 체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한국 기업의 최대 약점으로 투명성 부족과, 경제논리보다는 정치논리에 따라 의사결정이 이루어지는 경영 스타일을 꼽고 있음을 잘 알고 있다. 그런 미국이 정작 자신들의 이해가 걸린 사안에 대해서는 정치논리로 접근하는 이중잣대를 들이밀고 있다. 이는 상식적으로 이해되지도 않는, 비판받아 마땅한 처사다.

 한국의 개별기업 증자를 한국 정부가 나서서 막아달라는 타이거펀드의 요구는 부당하다. 해당 기업에 법적인 문제가 있다면 법을 통해 해결해야 할 것이며, 정부가 개별기업의 증자까지 가로막고 나서는 것은 있어서도 안되고 있을 수도 없는 일이다.

 물론 한국 정부는 외국인 투자자를 보호해야 한다는 명분에 주의해야 하겠지만 그렇다고 기업경영방법까지 간섭하는 것은 시장주의 원칙에도 정면으로 위배된다. 기업 주주간 갈등은 기업 내부에서 풀어야지 정부에서 간섭할 문제는 아니다.

 서한을 보내는 쪽은 선의(善意)에서 출발한 것일지라도 받는 쪽에서 압력이라 생각한다면 그것은 압력이다. 더 이상 한국에서 정치가 기업논리를 좌우해서는 안된다는 사실은 미국이 더 잘 알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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