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출연연구기관 구조조정과 개편작업으로 그동안 위상정립에 고심해 온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원장 박호군)이 미래 원천핵심기술 개발에 주력하는 등 종합기초기술연구소로 탈바꿈을 시도하고 있다.
박호군 KIST 원장은 최근 KIST 존슨강당에서 열린 「21세기 KIST 위상정립을 위한 대토론회」에서 『KIST는 중·장기적으로 신산업 창출의 근간이 되는 선행적 핵심요소기술 개발에 주력하고 10년 이상 장기연구가 필요한 창의적 아이디어를 가진 미래원천 연구사업을 전담하는 종합기초기술연구소로 탈바꿈하겠다』고 말했다.
박 원장은 이를 위해 정보통신·생명공학·신에너지 등 미래 주력기술분야 중 취약부문에 대한 연구인력을 확충하고 연구성과에 대한 엄정한 평가와 성과주의를 도입해 우수 인력 중심의 인력구조로 개편하겠다고 강조했다.
박 원장은 특히 이날 연구성과에 따라 기존 연구센터의 재편 및 선도적 연구센터를 신설하고 연구기간 종료 후 해산하는 일몰방식의 한시적 연구조직을 설치하는 등 연구조직을 탄력적으로 운영하고 외국인 과학자를 핵심전략연구사업의 공동연구책임자로 활용하는 등 외국인 과학자를 선도적 연구센터의 팀장으로 유치하겠다고 말했다.
또한 핵심연구과제의 경우 산·학·연을 망라한 연구책임자 공모제를 도입하고 특히 산업계나 타 출연연과 연구분야가 아닌 연구개발단계 접근에서 차별화하고 경쟁적 관계가 아닌 수직적 협력관계를 형성하는 등 차별화를 추진하며 응용목적이 뚜렷하고 광범위한 기초연구를 위해 많은 분야 전문가가 참여하는 협력 중심의 연구를 추진하겠다고 역설했다.
박 원장은 이를 위해 연구활동 전반에 걸쳐 고객만족을 기본으로 하는 새로운 경영패러다임을 정착시켜 나가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KIST의 이같은 포부는 그동안 연구소의 정체성과 관련, 명확한 연구소 위상정립을 시도했다는 측면에서 결과가 주목되고 있다. 그러나 기초기술종합연구소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기관고유사업비를 대폭 늘리거나 정부출연금 중 인건비 지원을 획기적으로 늘리는 등 정부의 연구비 지원체계가 바뀌지 않는 한 현실성과 거리가 있다는 게 주변 관계자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안정적인 연구의 전제조건인 연구원에 대한 정부의 인건비 지원이 획기적으로 확충되지 않는 한 당장 돈이 되지 않는 연구에만 몰두할 수 없는 게 출연연의 현실이기 때문이다. 이것이 뒷받침되지 않고서는 생존을 위해 지금처럼 중구난방식으로 프로젝트를 수행할 수밖에 없고 결국 연구소의 정체성이 흐려져 위상을 재정립한다는 것은 요원해지는 것이다.
국가가 필요로 하는 5∼10년짜리 중장기 연구프로젝트를 과감히 맡기되 철저한 연구평가시스템을 통해 연구성과를 점검하는 정부의 적극적인 자세전환이 없이는 KIST의 희망대로 국가를 대표하는 종합연구기관으로 거듭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정부의 적극적인 육성의지가 KIST 사람들에게는 더없이 절실한 입장이다.
채영복 기초기술연구회 이사장은 『전문연구소들이 자리잡은 상태에서 KIST의 현재 위상은 상당히 애매하고 불안한 부분이 많다』며 『정부측과 협의를 통해 연구비 지원시스템 등을 획기적으로 개선해 KIST가 기초기술종합연구소로 자리잡도록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정창훈기자 chj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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