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메이션 투자설명회 의미

 「한국의 월트 디즈니」를 꿈꾸는 젊은이들과 「벤처 신화」를 만들려는 금융자본이 처음으로 한자리에 모였다.

 서울영상벤처사업단·한국애니메이션제작자협회가 주관하고 영화진흥위원회·한국벤처캐피탈협회가 문화관광부의 후원 아래 주최, 지난 10일 서울영상벤처센터에서 열린 「애니메이션 투자설명회」는 영상산업에 금융자본이 참여할 수 있는 공식적인 장을 만든 첫 시도로 높이 평가되고 있다.

 그동안 영상업계는 게임·영화·애니메이션 등 영상 분야를 21세기 신산업으로 육성하겠다는 정부의 의지만으로는 하루가 다르게 변화해가는 영상산업의 발전속도를 뒤쫓아 갈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외국업체들과의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보다 체계화된 산업구조(시스템)를 마련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금융자본의 투입이 필수적이라고 지적해왔다.

 그런 분위기 속에서 벤처캐피털들이 애니메이션 분야가 게임·캐릭터·테마파크·팬시용품 등 다양한 산업적 파급효과를 갖고 있고 국경을 초월한 마케팅을 벌일 수 있다는 점을 인식, 관심을 갖기 시작하면서 가능성 높은 투자처 찾기가 과제로 떠올랐다.

 이같은 양측의 뚜렷한 목적의식 때문인지 이날 투자설명회는 열기를 띠었다. 당초 18개 벤처캐피털업체가 참가 의사를 밝혔으나 당일 참석한 창업투자회사 및 개인투자자는 23개사 40여명으로 늘어났다.

 프레젠테이션을 진행한 9개 애니메이션업체와 1개 게임업체는 처음 해보는 공식 투자설명회임에도 불구하고 논리적인 자료와 설득력 있는 주장으로 투자요청을 했다.

 한신코퍼레이션·서울무비·투너신·선우엔터테인먼트 등 선두 업체들은 자신들이 진행하고 있는 프로젝트의 총제작비와 필요한 투자액, 투자금에 대한 상환방법, 투자업체의 지분 조정 및 수익 분배 등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해외 배급방법 및 부대사업 등 현실적인 마케팅 방안까지 제시하는 등 선두업체로서의 경험과 실력을 보여줬다.

 새한동화·문성동화 등 중견 업체들은 높은 생산성과 독창적인 기술력을 내세웠고, 필론·비전프로덕션·신우프로덕션·오디스스튜디오 등 신예 업체들은 새로운 가능성에 대한 투자를 호소했다.

 이날 참석한 국민기술금융·삼부벤처캐피탈·신보창업투자·한국IT벤처투자 등 20여개 벤처캐피털들도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빠듯하게 진행된 설명회 및 개별업체 프레젠테이션을 하나라도 놓칠새라 열심인 모습이었다.

 그러나 이번 투자설명회는 양측 모두 처음 시도하는 것인 데다 아직까지 국내에 영상산업 분야에 대해 집중적으로 투자해본 경험이 있는 전문책임심사역이 없는 상태여서 당장에 이른 투자결정이 나오기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번 기회를 통해 영상업체·정부·금융자본 등이 각자의 위치에서 영상산업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인프라 구축에 참여할 수 있는 전기를 마련했다는 데서 이번 행사는 나름대로 의미가 적지 않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정지연기자 jyj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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