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정부-MS, 반독점 공방 "제2라운드"

 미국 마이크로소프트(MS)의 반독점법 위반 혐의에 대한 재판이 3개월간의 휴지기를 거쳐 지난 1일 재개됐다.

 이로써 지난해 10월부터 시작된 미 정부와 MS의 법정 공방은 2라운드에 돌입했다.

 미국 최대의 통신서비스업체인 AT&T를 지역 벨과 분리하라는 결정이 내려진 AT&T 반독점 재판 이후 최대 사건이란 의미에서 「세기의 재판」으로 불리는 이번 재판의 쟁점은 그간의 진행과정에서 이미 드러난 상태다.

 최대의 쟁점은 MS가 PC 운용체계(OS) 시장의 지배력을 이용해 브라우저 등 인터넷 소프트웨어 시장에 진출했는가 하는 것과 MS가 자사 경쟁제품이나 경쟁기술을 채택하려는 컴퓨터업체들에 윈도의 라이선스를 취소하겠다는 식의 위협을 가함으로써 불공정한 반경쟁 행위를 자행했는지 여부다.

 따라서 앞으로의 재판은 새로운 쟁점을 부각시키기보다 이들 쟁점에 대해 양측이 이미 제출한 증거나 증언을 보강하는 데 초점이 맞춰질 전망이다.

 일각에서 MS의 반독점 재판이 사실상 종착점에 다다랐다는 분석을 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미 빌 게이츠 회장을 비롯한 재판 당사자는 물론 넷스케이프의 제임스 박스데일 사장 등 수십여명의 주요 증인이 증언을 하고 관련 증거들도 제출된 만큼 양측의 입장이 분명한 데다 담당 재판부도 상당정도 판결에 필요한 자료를 확보했다는 것이다.

 이번 사건을 담당하고 있는 토머스 펜필드 잭슨 판사가 지난 3월 3개월의 재판 휴지기에 양측이 화해안을 마련해 보라고 권유했던 것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양측은 그러나 지난 3개월 동안 화해안을 마련하는 데 실패해 다시 법원의 판결을 기다려야 하는 입장에 섰다.

 양측이 화해안 도출에 실패한 것은 서로가 그간의 재판과정에서 유리한 입장을 보였다고 판단해 더 이상 양보 의사를 보이지 않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특히 윈도에 대한 MS의 지적재산권 매각이나 MS 분할 등의 요구가 일각에서 제기되는 데 대해 MS가 반발, 양측의 화해 시도는 무위로 돌아갔다.

 MS는 자사가 소프트웨어 시장의 경쟁을 방해했다는 구체적인 증거가 없는 상황에서 정부가 무리하게 자사를 압박하고 있다며 밀리지 않겠다는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양측은 지난해 재판 시작전에도 화해를 모색했으나 윈도와 인터넷 익스플로러(IE)를 분리하든지 아니면 넷스케이프의 브라우저인 내비게이터도 윈도에 함께 탑재하라는 법무부 안을 MS가 윈도와 IE는 통합된 하나의 제품이라며 거부, 결렬된 바 있다.

 따라서 양측은 두 차례에 걸친 화해 결렬과 그동안의 재판 과정에서의 흠집내기 등으로 상호 불신이 깊어진 상태여서 이번에 재개된 재판에서 타협의 여지가 없는 「최후의 일격」을 날린다는 전의를 다지고 있다.

 법무부가 재판 재개 직후 IBM의 고위 관계자를 증언대에 불러낸 것도 이를 위한 「비장의 카드」라는 분석이다.

 최근 증언한 IBM의 개리 노리스 PC 소프트웨어 전략담당 임원은 『MS가 자사 경쟁제품에 대한 지원을 중단하지 않으면 윈도 라이선스를 철회하겠다는 위협을 가했었다』고 말해 큰 파문을 일으켰다.

 지난 95년부터 윈도 라이선스 협상 책임자였던 그는 IBM이 OS/2와 넷스케이프 내비게이터, 로터스 노츠와 스마트 슈트 등 MS 경쟁제품을 지원하자 MS가 『IBM은 앞으로 컴퓨터 매장에서 윈도를 구입해 사용해야 할 것』이라고 위협했다고 증언했다.

 세계 최대의 컴퓨터업체인 IBM에 대한 위협 증언은 이것이 사실이라면 다른 여타의 업체들은 더 말할 것도 없다는 지적이다.

 따라서 MS가 PC OS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이용해 불공정 행위를 자행했다는 정부측 주장이 재판부에 먹혀들 여지가 커진 것으로 보는 견해가 적지 않다.

 MS는 이에 대해 자사는 결코 시장경쟁을 방해한 적이 없으며 오히려 엄청난 시장경쟁에 직면해 있다는 점을 강조할 계획이다.

 그러나 MS의 윈도가 PC OS시장에서 80%이상의 점유율을 보이고 있으며 아직까지 이를 심각하게 위협할 만한 어떤 구체적 상황변화가 없어 이같은 주장이 얼마나 설득력을 발휘할지는 미지수다.

 더욱이 윈도와 IE는 기술 발전에 의해 하나로 통합된 제품으로 이를 분리할 경우 시스템 손상이 불가피하다는 MS의 주장에 대해 이 두 가지를 분리하는 것이 결코 어려운 일이 아니라는 일부 전문가들의 잇단 증언으로 MS의 입장이 곤경에 처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MS로부터 주목할 만한 변화의 조짐이 보여 이것이 반독점 재판과 관련된 것은 아닌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MS에서 보이고 있는 변화란 스티브 발머 사장이 최근 잇따라 윈도의 소스코드 공개 가능성을 언급하고 있는 것이다.

 소스코드 공개는 공개 OS인 리눅스의 인기상승의 영향을 받아 애플컴퓨터 등 많은 컴퓨터업체들에 확산되고 있긴 하지만 PC OS시장의 지배자인 MS가 단행할 경우 그 파급력은 다른 업체의 경우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엄청날 것으로 전망된다.

 윈도의 소스코드가 공개될 경우 OS시장에서 MS가 독점적 지위를 유지해 온 기반이 무너지면서 시장 판도가 크게 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에서 MS도 아직은 매우 조심스럽게 언급하고 있는 정도지만 윈도의 소스코드 공개는 한때 정부와 MS의 화해 협상안의 하나로 일부에서 요구했던 것이기도 하다는 점에서 새삼 주목을 끌고 있는 사안이다.

 따라서 발머 사장의 소스코드 공개 가능성 언급은 그것이 어떤 배경에서 나왔든 앞으로 반독점 재판 진행상황과 맞물려 구체화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오세관기자 skoh@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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