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기획-뉴스&밀레니엄> 커버스토리.. "인공腦"가 숨을 쉰다

 제3의 혁명-인간의 오감(五感)을 수행할 수 있는 인공두뇌의 출현.

 인류는 산업사회가 시작된 이래 두번의 혁명기를 맞았다. 지난 18세기 증기기관과 방적기계의 발명을 계기로 촉발된 산업혁명, 이것은 인간의 육체적 한계를 극복하는 첫번째 기계혁명을 가져왔다. 두번째는 20세기 중반 이후 인간의 계산과 기억 능력을 대신하는 컴퓨터의 출현에 의한 정보기술 혁명이다. 새로운 밀레니엄을 맞이하게 된 이 시점에서 인류는 이제 세번째, 인공두뇌(Artificial Brain) 혁명 전야를 맞고 있는 것이다.

 정보기술 혁명기에 컴퓨터는 인류에게 좀더 나은 삶을 제공했으나, 아직 인간과 친밀하게 일할 수 있을 만큼 지적이지 못하다. 인간이 프로그램한 것만을 수행하고 매번 사람이 명령하고 입력해야만 행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인간을 닮은 컴퓨터를 만들기 위한 인류의 제3의 혁명에 대한 꿈은 바로 여기서부터 출발했다. 인간의 전유물이었던 자율성과 창조성에 도전하는, 생물체에 버금가는 인공두뇌를 만들자는 것이다.

 인공두뇌 연구에 대해 인문·종교계는 「야훼의 권능에 도전하기 위해 쌓는 바벨탑」에 비유하고 있지만 과학기술계는 「인류의 마지막 남은 미지의 세계에 대한 도전」으로 생각하며 강한 의욕을 보이고 있다.

 이런 취지에 따라 10여년 전, 선진국에서는 국가전략 차원에서 생물체에 버금가는 컴퓨터, 인간처럼 추론과 자기학습 능력을 가진 컴퓨터, 즉 인공두뇌를 만들기 위한 연구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미국의 경우 89년 상하 양원 합동의결을 거쳐 90년대를 「뇌의 10년(decade of brain)」으로 선포했는가 하면 일본도 지난해 21세기를 「뇌의 세기(century of brain)」로 선포하고 초대규모 뇌연구프로젝트를 진행중이다.

 유럽도 국가별 정부 주도로 인공두뇌에 대한 연구에 나섰다. 여기에 맞서 국내에서도 98년 5월 국가적 뇌연구 프로그램 수행을 위해 뇌연구촉진법을 제정하고 「브레인테크21(Braintech 21)」이라는 뇌개발연구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브레인테크21」 프로젝트를 이끌고 있는 KAIST 뇌과학연구센터 이수영 교수는 『10년 이내에 국내에서도 초기형 인공두뇌가 선을 뵐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그는 이 초기형 인공두뇌가 완벽하지는 않겠지만 유용한 정보만을 검색해주는 지능형 대리자나 개인 비서 역할, 그리고 저급한 일은 기계에게 맡기고, 인간은 더욱 창조적인 고부가가치 업무에 몰두할 수 있게 해주는 역할 등을 수행할 수 있을 것으로 장담했다. 그는 또한 인공두뇌가 인간의 고령화와 정신질환에 의한 사회적 손실을 줄이는 데도 큰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숭실대 김명원 교수(전기전자공학부)는 인공두뇌가 궁극적으로 『오감을 통해 추론과 자기 학습능력을 가지는 지능형 기계로 발전해 인간의 친구이자 동료가 될 것』이라며 『인류의 생산성을 크게 증가시켜 기계혁명과 정보기술혁명에 이은 제3의 혁명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한편 지난 87년 인공지능에서 발전돼 나온 제3의 혁명의 또다른 줄기의 하나가 인공생명(Artificial Life)이다.

 인공생명에 대한 연구 역시 인공두뇌와 마찬가지로 인간이 봉착한 어려운 문제를 풀 수 있는 해결의 열쇠를 자연계의 생물, 궁극적으로는 인간에 가까운 인공시스템의 구현을 목표로 삼고 있다. 생명체가 가지는 자율성, 적응과 학습, 진화, 자기증식, 자기복제 등의 우수한 특징을 인공시스템을 통해 실현하고자 하는 것이다.

 인공생명분야 학자들은 기존 인공지능 연구의 한계를 더욱 명확하게 인식하고 있다. 이를테면 인공지능의 한 구현형태인 인공지능 로봇의 경우 생물처럼 자율적으로 반응하지 못하고 자극(명령)이 오면 비로소 계산을 함으로써 추론하고 행동계획을 세운 뒤 반응한다. 반면, 인공생명 기반의 로봇, 즉 인공생명체는 실제 생명체처럼 본능적으로 반응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 수백년 동안 급격한 기술발전을 지켜본 인류는 이제 새로운 밀레니엄의 시작과 함께 인간 역사를 바꿔놓게 될 제3의 혁명 시대를 맞고 있다.

 제3의 혁명, 그 진원지가 될 인공두뇌와 인공생명의 연구 결과가 햇빛을 보고 산업화할 날도 이제 머지 않았다.

<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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