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가표준체계 통합 운영

 앞으로 국제표준을 따르지 않는 제품이 이용상의 불편함은 물론 해외시장 개척에서도 경쟁력을 가질 수 없다는 점은 보편적인 인식으로 굳어진 지 오래다. 그동안 정부 각 부처에서 개별적으로 관리해 오던 표준체계를 하나로 통합하는 일이 시급한 현안으로 대두되어 온 것도 이 때문이다.

 정부가 연초에 제정된 국가표준기본법의 동 시행령안을 최근 입법예고하고 관계부처와의 협의를 거쳐 오는 7월부터 시행키로 한 것은 그런 점에서 큰 의미가 있고 바람직한 정책방향이다.

 특히 표준체계를 통합관리하기 위해 국무총리를 위원장으로 하고 국방·과기·농림·산자·통산·보건복지·환경·노동·건설교통부 등 9개 부처 장관이 참여하는 「국가표준심의회」를 구성, 산업규격 등 각종 표준과 관련된 정책이나 제도가 국제기준에 적합한지 여부를 심의해 이들 국내 규격을 국제 수준으로 끌어올리기로 한 것은 그동안 「중구난방」식으로 관리해 오던 국가표준을 효율적으로 관리한다는 점에서 단기적인 성과도 기대해 볼 수 있다.

 물론 그동안 정부 차원에서 국가표준체계의 통합관리에 대한 논의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지난 2월 국가표준기본법 제정 이후 동 시행령의 입법예고 등 이 법의 시행을 적극 서두르고 있는 것은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 그것은 바로 세계화와 지역주의 속에서 과거처럼 비효율적인 국가표준 관리로선 더 이상 국제경쟁력을 키울 수 없을 뿐 아니라 자칫 불이익을 당할 수도 있다는 위기의식에서 연유한다.

 그러나 국가표준체계를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각 부처의 이해가 다를 경우에는 더욱 그렇다. 게다가 이런 일에는 정부뿐만 아니라 산업계·학계의 의견반영이 필수적이며 미국과 유럽 등 선진 각국과의 협력도 중요한 변수다.

 이러한 점에서 9개 부처 장관이 참여하는 「국가표준심의회」를 구성하는 것은 종래의 국가표준체계 관리에 비해 진일보한 조치임에는 틀림없다. 하지만 국제경쟁력을 갖는 국가표준체계를 확립하기 위해선 심의회 구성 등 실무적인 조치만으로는 미흡하다. 산업계와 학계 등 사회 모든 구성원들이 국가표준체계에 대한 중요성을 제대로 인식하고, 정부의 정책대응도 이를 바탕으로 종래의 비현실적인 계획보다 실천 가능한 계획부터 체계적으로 실천에 옮겨나가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예컨대 심의회 산하 실무위원회는 전문기관의 대표와 민간전문가가 과반수 이상이 되도록 구성, 산업계·학계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할 계획이라고 하지만 과연 국제표준에 해박한 실무중심형 인물을 얼마나 위촉할지는 결과를 두고 보아야 할 일이다.

 그동안 정부가 여러 위원회 운영과 관련, 위원을 위촉하면서 조직의 위상 제고를 목적으로 실무경험이 풍부한 전문가보다는 지명도가 높다는 이유로 위촉하여 해당분야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치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 표준 관련제도를 선진화하고 국제화를 추진하기 위해 각종 단위·인증제도·시험검사기관의 인정기준 등을 조속히 국제표준에 맞추는 일도 중요하다.

 산자부는 국가표준기본법 시행령을 통해 국가표준제도 확립에 소요되는 경비를 지원하고 국가교정업무 전담기관으로 지정된 기관에 대해 각종 측정기의 교정서비스를 지원하는 등 국가표준체계를 선진국 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자금 및 기술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는 방침이라고 하는데 이 역시 앞으로 관심을 가져야 할 대목이다.

 국가표준체계 확립은 기술 및 전문인력 양성에 의해 좌우된다. 때문에 이 분야에 대한 정부의 역할과 기능을 더욱 강화할 필요가 있다. 국가표준을 기술적인 면에서 검토하고 이를 기업에 확산시켜 실용화하는 것은 정부가 해야 할 일이고, 이를 위한 전문인력을 키우는 것도 마찬가지다.

 정부가 이번 시행령안을 입법예고하면서 내놓은 국가표준체계의 운영관리 방안은 참신한 아이디어를 많이 담고 있다. 그러나 이것이 얼마나 힘있게 추진될 수 있느냐 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법 시행과 함께 정부가 밝힌 이러한 정책이 공허한 약속이 되지 않도록 구체적인 실행계획을 철저히 강구해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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