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옥화 충북대 컴퓨터교육과 교수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경제가 일정 수준에 오른 국가는 전체 인구의 4분의 1 정도가 학생이라고 한다. 따라서 학교에서 체계적으로 컴퓨터 교육을 가르치면 이는 전체 인구의 상당한 수를 정보기술에 입문시키게 하는 효과가 있다.
이러한 점에서 교육부가 지난 4일 발표한 「정보소양인증제 시행계획」은 대국민 정보마인드 제고에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교육부의 정보소양인증제는 올해 고1부터 학교에서 정규수업이나 특기·적성교육활동으로 34시간 이상 정보산업(실업고는 전문과목) 교과목을 이수한 학생에 대해 정보소양을 취득한 것으로 인정한다는 내용이다. 또 정규수업을 받을 수 없는 재학생이나 검정고시생, 재수생, 귀국자 자녀 등은 내년부터 정부나 민간에서 실시하는 자격증 시험에 합격함으로써 정보소양인증을 받을 수 있게 한다는 내용도 포함되어 있다.
특히 정보소양인증제는 오는 2002학년도 대입부터 대학 선택 전형자료로 처음 도입되는데 현재 전국 대학의 79%인 139개 대학에서 입학 전형자료로 활용될 전망이다. 아울러 교육부는 초·중학교 컴퓨터과목 이수자에게도 정보소양인증을 해주고 정보소양인증을 등급화하는 방안 등을 검토키로 했다. 따라서 그동안 주로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했던 각종 정보소양 자격증들이 이제는 초·중·고등학생들과도 밀접한 관계를 맺게 되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번 정보소양인증제도는 대상에 따라 평가기준이 다르게 적용되는 모순을 안고 있다. 학교에서 수업을 받는 재학생들에게 일괄적으로 주어지는 인증은 적절한 교육과정을 공신력 있는 기구에서 수행하는 것이므로 결과에 관계없이 그 과정을 인정하여 자격을 준다는 과정 인증제다. 이에 반해 정규교육을 통하지 않고 자격증 시험을 통해 정보소양인증을 받는 경우는 과정보다는 결과 중심의 인증제인 것이다. 재학생의 경우 이 두 가지 방식의 혜택을 다 받을 수 있는 반면 다른 학생들의 경우 결과 중심 인증제만을 택할 수 있게 된다. 따라서 이 두 가지 평가방법이 비재학생의 경우에도 공정하게 주어져야 할 것이다. 즉 한국교육학술정보원 같은 기관이나 사범대 혹은 교육대학을 통해 비재학생에게도 수업을 받을 수 있는 길을 부여해 정보소양능력을 인정받게 하는 대안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자격증을 따는 데 소요되는 비용도 문제다. 현재 국가 및 민간 자격시험을 통해 얻게 되는 관련 자격증은 한국산업인력관리공단에서 실시하는 각종 정보 관련 자격증과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의 인터넷 인증시험 등 20여종이 있다. 그러나 문제는 상당수 자격증 시험이 응시하는 데 많게는 10여만원 정도의 비용이 들어간다. 한번 시험을 보는 데 10여만원이 든다면 한번에 붙지 못한 학생이 다시 시험을 보는 경우 그 비용은 배가 될 것이고 다른 자격증까지 따야 한다면 자격증을 따는 데 드는 비용이 만만치 않은 수준에 이를 것이다. 이는 필자가 속한 대학의 학생들이 자격증을 따기 위해 공부뿐만 아니라 자격증 시험비용에 치어 힘들어 하고 있음을 보면서 느끼는 점이다.
이와 함께 자격증을 따는 데 필요한 소양이 과연 사회에서 원하는, 혹은 학교생활을 잘하게 도와주는 신지식인을 위한 실용적인 기능인가를 따져 볼 필요도 있다. 시험의 내용이 지나치게 이론에 치우쳐 실제 현장에서 사용하지도 않는, 혹은 사용할 필요도 없는 내용을 문제화한다면 그건 시험을 위한 또 하나의 시험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현재 많은 자격증들의 시험문제 출제경향이 필요하지도 않은 지식이나 정보를 묻는 것으로 되어 있는 점을 감안할 때 이는 꼭 해결해야 할 과제임에 틀림없다.
아울러 자격증은 결국 학생들의 정보기술 활용능력을 높이기 위한 수단이며 나아가 산업노동 시장에서 자신의 능력을 보이기 위한 하나의 교육수단이 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자면 노동력을 관리하는 관련기구들, 궁극적으로는 산업체들이 이 제도를 사주지 않는 한 입시를 위한 임시 방편적인 제도가 될 뿐이다. 이런 관련 기구들과 협의하에 사회에서 필요한 정보와 지식을 학생들이 배울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이번 일을 계기로 민간업체들은 그들이 원하는 경쟁력 있는 정보소양능력을 교육계에 전달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시험의 내용을 시험관리 편이 위주가 아니라 시장의 목소리를 담아서 만들어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의 경우 고교 1년생 중 워드프로세스나 PC통신, 인터넷을 활용할 수 있는 학생은 전체의 4.9%로 추산된다. 이는 극히 미미한 숫자로 전세계에서 컴퓨터를 가장 잘 쓰는 나라를 만들기 위해서는 더 많은 전체 학생의 정보소양능력을 올려주어야 한다.
지금도 자격증에 매달리는 인구가 많은데 이러한 교육부의 정책으로 더 많은 사람들이 정보소양 자격증을 따는 데 열심일 것이다. 좋은 정책은 섬세한 시행과 맞물려야 그 빛을 발할 수 있다. 대통령이 취임 인사에서 컴퓨터를 대학입시 교과목으로 채택하겠다고 발표한 것만큼 이번 정보소양인증제가 파격적이지는 않다 하더라도 모처럼 정보소양능력을 증진하기 위해 추진하는 정책인 만큼 이러한 구조적인 문제점들을 조정하여 피교육자의 입장에서 시행하는 정책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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