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블TV가 급진전되고 있는 방송환경의 디지털화 추세에 대응하고, 최근 붐이 일고 있는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 등 각종 부가서비스의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디지털화 방안을 시급히 마련해야 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1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상파 방송사들이 오는 2001년부터 디지털 방송을 본격 송출하고 위성방송도 현재 시험방송 형태이기는 하지만 이미 디지털 방식으로 송출하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케이블TV 분야는 일부 스튜디오 장비를 제외하고는 디지털화가 매우 부진한데다 전송방식이나 단말기의 표준화 작업도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어 향후 매체간 불균형이 심화될 것이란 우려를 낳고 있다.
방송계 전문가들은 케이블TV업계가 현재의 아날로그체제를 그대로 유지할 경우 향후 케이블TV방송국(SO)들이 지상파 및 위성방송을 재전송할 때 디지털 방송에서 가능한 16대9의 와이드 화면이나 각종 부가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해 가입자들의 불만을 살 우려가 크다고 지적하고 있다. 또 SO들의 헤드엔드 장비가 디지털화하지 않으면 케이블 프로그램공급사(PP)들이 제작한 디지털 방송용 프로그램을 가입자에게 그대로 전송하는 데도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같은 실정을 감안해 국내 케이블TV업계는 기존 스튜디오 시설이나 송출 및 전송 시설을 디지털로 전환해야 한다는 데는 대부분 공감하고 있으나 케이블TV업계의 전반적인 경영 부진으로 신규투자 여력이 없는데다 정부에서도 그동안 지상파나 위성방송의 디지털화 계획 마련에만 치중, 케이블TV 분야의 디지털화에는 상대적으로 소홀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우선 케이블TV의 디지털화를 촉진하기 위해선 방송방식이나 기술기준의 제정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위성방송과 지상파방송은 정통부 주도로 각각 유럽방식과 북미방식으로 국내 표준이 결정됐으나 케이블TV 분야는 방송방식의 표준화가 아직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상태다.
케이블TV 전송망으로 활용되고 있는 광동축혼합(HFC)망이나 지역간분배서비스(LMDS)망도 디지털 방송 추세에 맞게 변화돼야 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일단 현재의 HFC망을 활용하더라도 아날로그 방송과 디지털 방송을 동시에 전송하는 데는 큰 문제가 없으나 디지털 방송이 제공하는 서비스의 장점을 충분히 활용할 수 없는데다 현재의 상향 대역폭으로는 향후 등장할 다양한 형태의 양방향 서비스를 수용할 수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상파나 위성방송의 디지털화가 촉진되면 앞으로 케이블TV의 지상파 및 위성방송 재전송 문제도 중요한 현안으로 부상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지상파·지역민방·위성방송 등에서 제공하는 수많은 채널을 SO들이 어느 수준까지 재전송해야 하는 게 바람직한가에 관해서도 논의가 이뤄져야 하는데 국내 방송계는 아직 이 문제를 심각하게 거론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이같은 상황을 반영해 앞으로 방송법에 매체별 디지털화 방안, 디지털 방송 채널의 재전송 문제 등을 종합적으로 규정할 필요성이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장길수기자 ksj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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