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벤처기업 (167)

 혜련씨는 종교가 없지요? 지난번에 일요일마다 나를 만나면서 전혀 그런 내색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렇게 알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내 말은 종교가 없다는 것을 칭찬하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종교는 가지는 것이 좋습니다. 그것이 사이비가 아닌 이상 종교는 사람의 마음을 지탱해 주고 좋은 스승이 될 수 있으며, 양심의 바탕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나 역시 이곳에서 교회를 나가는 것을 계기로 종교를 가져볼까 합니다. 역시 외국에 나와 있으니 외롭군요. 오래되지도 않아 벌써 이런 느낌이 든다면 앞으로 1년간을 어떻게 견딜지 눈앞이 캄캄합니다. 나는 사실 내가 강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실제는 외로움을 잘 견뎌내지 못하는 약자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리고 외로움의 실체는 혜련씨 때문이기도 합니다. 전에는 타향에 있다고 해서 그렇게 쓸쓸하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는데, 혜련씨를 알고부터는 외로움이 단번에 온몸을 엄습하는 것입니다. 사랑을 알게 되면 외로움의 본령을 느낄 줄 알게 되는가 봅니다.

 갑자기 떠나와서 미처 생각을 못했는데, 다음 편지에는 혜련씨의 사진을 꼭 보내 주십시오. 내 책상 앞 액자에 놓고 당신이 보고 싶을 때 볼 수 있게 말입니다. 물론, 책상 앞에 있으면 보고 싶든 아니든, 항상 대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지만 항상 보고 싶을 것이고, 항상 볼 수 있을 것입니다.

 다음에 다시 연락하겠습니다.

 그럼 이만 안녕.

 10월 29일

 미시간 호변에서 최영준으로부터

 여행을 막 떠나려는 날 아침에 혜련씨의 편지를 받았습니다. 그리고 집 뒤뜰의 호도나무 아래에서 찍은 혜련씨의 사진도 잘 받았습니다.

 언제 찍은 사진인지는 모르지만, 뒤뜰인지 앞뜰인지는 모르지만, 마당 한쪽에 장미꽃이 활짝 피어 있는 것을 보면 초여름인 듯싶습니다. 나는 여행가방을 챙기고 제럴드와 함께 기숙사를 나왔습니다. 그가 여행 동반자가 되어 주기로 했던 것입니다. 우리는 먼저 뉴욕을 거쳐서 워싱턴 DC로 왔다가 동부 쪽으로 날아갈 것입니다. 샌프란시스코와 라스베이거스, LA와 샌디에이고를 거쳐 멕시코로 들어갈 예정입니다. 나는 지금 워싱턴의 어느 호텔에 머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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