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고 주재 中 대사관 오폭사건 관련 "反美 불길" 사이버 확산

 【뉴욕=연합】 유고주재 중국대사관 오폭사건에 대한 반미, 반나토 시위가 사이버 공간으로 확대됐다.

 지난 8일 중국주재 미국대사관의 인터넷 웹 사이트를 대대적으로 공격했던 컴퓨터 해커들이 또다시 미국 내무부, 에너지부 등 정부 웹사이트를 공격했으며 별도의 사이트까지 만들어 「미국 죽이기」에 나섰다고 ABC방송이 9일 보도했다.

 이들 해커는 미 내무부 사이트에 나토 공습으로 숨진 중국 기자 3명의 사진을 게재하고 에너지부 사이트에는 『미국의 나치적 폭거에 항거하라』는 격문을 실었다.

 이같은 침입이 중국인 해커들의 소행인지는 분명치 않다. 그러나 중국 웹사이트나 컴퓨터통신 게시판에 띄워진 메시지들을 보면 성난 중국인 해커들이 이번 사이버 반미시위를 주도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중국 언론들에 따르면 중국 해커들은 미 백악관 인터넷 웹사이트에도 침입했으나 이 사이트가 해커방지 특수프로그램에 의해 자동 복구되는 바람에 사이트 파괴에는 실패했다.

 해커들이 웹사이트에 침입, 내건 성토문들은 「타도 미국」 등의 극히 공격적인 것에서부터 시적인 것까지 다양하다.

 성토문 중에는 지난 76년 저우언라이 전총리 사망 직후 나돌았던 「늑대의 울음 속에 나는 통곡한다/짐승들이 날뛰는 속에 나는 울부짖는다/순교자들의 시신 위에 눈물 흘리며 칼을 뽑도다」라는 시도 있다.

 요즘은 거의 들을 수 없는 공산당 구호도 들어 있으며 어떤 사이트는 『이 고지는 공산당에 의해 점령됐다』고 선포되기도 했다.

 중국에 있는 컴퓨터통신의 긴급 게시판은 미국과 나토의 오폭을 비난하는 항의문으로 물결을 이루었다.

 어떤 메시지는 미국을 가리켜 『인간성을 상실한 군대와 뻔뻔한 정치인들로 가득찼다』며 『미국인들이 그들의 기준과 인권, 민주주의로 세계를 지배하려 한다』고 비난했다.

 에너지부의 홈페이지에는 『우리는 정치에는 관심없는 중국 해커들이다. 그러나 중국기자들이 살해당하는 것을 보고만 있을 수 없어 분연히 일어섰다』는 메시지가 떴다.

 컴퓨터 침입 방법을 게시해놓은 해커들의 사이트인 「killusa.abc.yesite.com」에는 9일 1000여건의 메시지가 실렸으며 해커들이 침입한 웹사이트들의 목록이 게시됐다.

 해커들이 침입한 사이트에는 미국이 중국대사관을 재차 폭격했다거나, 중국에 불만을 품은 나토 내부의 세력이 잘못된 정보를 사령부에 제공했다거나, 장쩌민 국가주석이 조만간 미국에 선전포고를 할 것이라는 등의 근거없는 루머가 실리기도 했다.

 해커들은 컴퓨터 바이러스를 한꺼번에 대량 유포해 금융기관 전산망 등 미국의 주요 컴퓨터 네트워크를 마비시키자고 제의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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