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리카드 표준 경쟁 "불꽃"

 일본 히타치제작소와 독일 지멘스그룹이 최근 메모리카드 분야에서 제휴했다.

 두 회사는 이번 제휴에서 지멘스그룹의 반도체사업부가 독립해서 새로 생긴 인피니온 테크놀로지스가 개발하고 보급을 꾀하고 있는 메모리카드인 「멀티미디어카드」를 공동으로 개발하고 생산하는데 합의했다.

 특히 히타치와 지멘스그룹은 이번에 선보일 멀티미디어카드가 세계에서 가장 작고 가벼운 제품이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관련 업체들의 동참을 촉구하고 있다.

 현재 메모리카드업계에는 소니, 도시바 등이 각기 다른 규격의 제품으로 관련 시장을 개척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이번 히타치와 지멘스의 결합을 계기로 규격이 난립하고 시장이 혼탁해질 가능성이 커졌다.

 메모리카드는 최근 디지털카메라뿐만 아니라 PC, 휴대폰 등 다양한 기기에 사용하는 기록매체로 각광을 받으며 시장이 급속도로 확대되고 있는 새로운 황금어장으로 떠오르고 있어 이의 업계 표준화를 둘러싼 관련 업체들의 치열한 경쟁이 불가피해졌다.

 지멘스측은 다른 진영과는 달리 자사의 규격에 따르는 업체에는 라이선스요금을 일체 받지 않겠다는 「당근작전」으로 멀티미디어카드의 보급에 대한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멀티미디어카드는 지멘스가 상표권을 가지고 있으며 벌써 미국과 유럽 지역에 선보인 상태다.

 두 회사가 이번에 공동으로 개발하는 제품은 메모리카드로는 처음으로 플래시메모리와 데이터 변환용 컨트롤러를 하나의 칩에 집약해 두 가지 기능을 일체화함으로써 정보처리 속도를 향상시킬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또 이 제품은 히타치가 현재 디지털카메라용으로 생산하고 있는 메모리카드인 「콤팩트플래시」에 비해 용적이 5분의 1밖에 안될 정도로 작다. 크기는 「32×24×1.4㎜」이며 무게는 1.5g으로 도시바의 「스마트미디어(2g)」나 소니의 「메모리스틱(4g)」에 비해 가벼운 편이다.

 제품은 히타치가 플래시메모리와 마이크로프로세서(MPU)를 조합한 칩을 개발하고 인피니온이 완제품으로 완성해 시장에 공급한다.

 양사는 우선 16MB급 카드를 오는 5월에 시장에 선보이고 점차 용량을 늘려 오는 2000년에는 64MB 제품을, 2001년에는 128MB급 제품을 선보일 계획이다. 생산량도 올해에는 월 5만장에서 2000년에는 월 100만장 규모로 확대할 계획이다.

 히타치와 지멘스는 세계 메모리카드 시장규모가 오는 2005년이면 20억달러 규모에 이를 것으로 보고 멀티미디어카드를 이 시장의 핵심세력으로 육성해 나갈 계획이다.

 현재까지 시장에 등장한 메모리카드 중에서는 도시바가 개발한 스마트미디어가 가장 많은 보급량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 도시바가 생산한 스마트미디어가 400만장이나 돼 이를 뒷받침해 주고 있다. 스마트미디어는 후지사진필름 등 여러 업체들이 디지털카메라의 기록매체로 사용하고 있다.

 도시바는 스마트미디어를 디지털카메라뿐만 아니라 앞으로는 음성녹음기에도 도입하는 등 용도를 넓혀 나갈 계획이다.

 도시바측은 『스마트미디어는 컨트롤러를 탑재하지 않아 생산원가를 낮출 수 있기 때문에 값싼 기록매체로서의 수요는 충분하다』며 앞으로도 다른 매체와 충분히 공존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소니는 독자적인 노선을 관철하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일반 껌 크기의 메모리스틱을 디지털가전을 연결하는 기록매체로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소니는 최근 메모리스틱을 사용하는 디지털카메라를 비롯해 디지털캠코더, 박형 노트북PC인 「VAIO」 시리즈 등을 잇따라 선보이고 있다.

 메모리스틱이 가지고 있는 최대의 특징은 PC 등에 카드의 정보를 전달할 때 다른 메모리카드들과는 달리 어댑터를 사용하지 않고 직접 삽입해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소니는 이 메모리스틱을 미니디스크(MD) 등 휴대형 음악플레이어에도 응용하는 등 사용범위를 점차 넓혀 나갈 계획이다.

 한편 히타치는 스마트미디어나 메모리스틱 등 다른 메모리카드에 비해 시장참여 시기가 늦어 세계에서 가장 작고 가벼운 특징을 무기로 활용해 휴대폰과 휴대정보단말기(PDA)를 합해 놓은 복합정보단말기 등으로 응용범위를 확대해 나갈 방침이다.

 규격의 업계 표준화를 추진하는 「멀티미디어카드협회」에는 핀란드의 노키아, 미국 모토롤러 등 유수의 휴대폰 업체들이 포진해 있다. 때문에 현재로서는 이 업체들이 채택하느냐 안 하느냐에 따라 멀티미디어카드의 보급 여부가 결정되는 상황이다.

 디지털가전의 등장으로 용도가 급속도로 확대되고 있는 메모리카드를 둘러싼 규격 싸움에서 멀티미디어카드가 시장의 중심적인 세력을 형성할 수 있을지는 좀 더 두고 볼 일이다.

<주문정기자 mjjo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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