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경쟁의 세계화시대에 살아남기 위해 국가경쟁력이 총체적으로 강화돼야 함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우리나라 국가경쟁력은 앞으로 나아갈 줄을 모르고 있다. 정부와 기업이 국가경쟁력 강화를 부르짖었지만 오히려 해마다 뒷걸음질을 치고 있다는 소식이어서 충격적이다.
스위스 국제경영대학원(IMD)이 세계 47개 국가의 경쟁력을 평가해 발표한 「99년도 세계 경쟁력 순위」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경쟁력은 38위로 나타나 국제무대에서 우리의 위치가 대단히 우려할 만한 수준임을 드러냈다. 95년 26위에서 5년 연속 추락한 것이다.
IMD의 평가는 해외기업·외국자본 등의 유치에 중요한 판단자료가 된다는 점을 감안할 때 외국인들이 한국의 투자여건이나 경제성장 가능성을 어떻게 평가하고 있는지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우리와 비슷한 여건에서 경쟁하고 있는 싱가포르·홍콩·대만·중국·말레이시아·필리핀·태국 등 아시아의 다른 나라들에 비해서도 크게 뒤지고 있다.
금융·외환 위기를 겪으며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에 들어간 우리나라의 현실이 그대로 반영된 것이기 때문에 예상을 크게 벗어났다고는 할 수 없지만 우리와 같이 IMF관리를 받는 태국보다 떨어졌다는 것은 반성의 여지가 많다고 본다. 태국은 지난해 39위에서 올해 34위로 5계단이나 뛰어올랐다.
이번 평가에서 주목할 만한 것은 경쟁력이 향상된 나라는 사업구조조정과 경제회생에 성공한 핀란드를 비롯, 룩셈부르크·독일과 같이 자유시장경제체제를 지향하는 나라들이라는 점이다.
반면 경쟁력이 퇴보하거나 정체된 나라는 중국·일본처럼 보호정책을 쓰면서 정부 개입과 간섭이 많은 국가들이다. 우리나라가 경쟁력이 뒤처지고 있는 까닭도 같은 흐름에서 찾아볼 수 있을 것 같다.
한국 정부가 국내 산업보호를 이유로 소비자에게 불리한 수입규제를 계속하고 있다는 보고서의 지적이 단적인 예다. 보고서는 또 IMF위기를 겪으면서도 정부의 시장개입과 경제간섭 부문이 47위를 기록할 정도로 강화됐다고 밝혔다. 심각한 경고로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부문별 경쟁력을 보면 기업가 정신이나 기업경쟁력을 나타내는 기업경영과 국내 경제활력 항목이 지난해보다 각각 8, 9계단이나 처진 42위·43위를 기록, 최하위권을 나타냈다. 국내 경제의 성장활력과 경영의욕마저 상실해가고 있음을 반영하는 것이다. 경제기반시설 항목도 통신기반시설투자나 컴퓨터보급률, 이동전화 가입률 등의 경우 세계 10위권 안팎이지만 신정보기술 부문이 46위를 나타냈다.
과학기술 항목은 총연구개발비(6위)나 기초연구(8위)는 선진국 수준이지만 기술개발 응용이나 기술협력·연구개발시설 배분 부문이 최하위권을 맴돌아 전체적으로 작년과 같은 28위를 기록했다. 경쟁력 강화를 위해 우리가 노력하고 정책을 집중해야 할 분야가 무엇인가를 말해주는 대목이다.
국가경쟁력 강화가 국제적 과제로 제기된 지는 오래됐다. 경제의 추락이나 총체적 국가위기는 경쟁력 약화에서 비롯됐고 우리의 살 길은 국가경쟁력 강화뿐이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번번이 미적거리고 소홀히 하는 바람에 기회를 놓치고 정책도 실패했다.
늦었지만 국가경쟁력 추락의 총체적 요인을 처음부터 검증하고 다시 시작해야 한다. 또 정부를 비롯한 경제주체별로 내실과 생산성 위주의 실천계획을 차질없이 기획·추진해야 한다.
특히 경제운용의 폐쇄성과 보호주의는 외국에 통상압력의 빌미를 줄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정부는 모든 법령체계를 국제규범에 맞게 하루빨리 고쳐야 할 것이다. 기업의 공정한 경쟁을 저해하는 정부 간섭은 철저히 배제함으로써 전반적인 산업체질이 강화되도록 뒷받침해야 한다.
기업도 경영환경이 바뀐 만큼 환경변화에 따른 경쟁력을 갖추려면 변해야 한다. 경영관리자는 혁신기업가가 되어야 하고 경쟁력 결정의 큰 요인인 끊임없는 기술혁신과 신제품 개발에 노력해야 한다. 경쟁력은 경쟁을 통해서만 생긴다. 세계기업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글로벌스탠더드를 과감히 도입해야 한다.
국가경쟁력이란 변하게 마련이며 우리는 아직도 강한 잠재력을 갖고 있다고 믿는다. 다만 고질적인 경쟁력 약화요인이 개선되지 못한 점은 어떻게든 시정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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