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LG 반도체 빅딜 영향과 파장

 그동안 난항을 겪어왔던 반도체 빅딜 협상이 최종 타결됐다는 소식을 접한 국내 반도체 장비·재료업계는 『이미 오래전부터 예상했던 일 아니냐』며 의외로 담담한 반응을 나타냈다. 이는 지난해말 반도체 빅딜 문제가 공식화된 이후부터 반도체 장비·재료업체들은 「마음의 준비」를 해왔고 협상이 진행되던 지난 6개월 동안 이미 빅딜로 인한 영업 및 사업 차질을 나름대로 경험해 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빅딜 협상 타결로 국내 반도체 장비 및 재료시장의 대형 고객 하나가 사라지게 됐고 이로 인한 수요 축소와 더욱 치열해질 경쟁에 대한 불안감은 여전히 감추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향후 국내 반도체 장비·재료시장은 예상보다 훨씬 강도 높은 구조조정 과정을 겪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 가운데 그동안 LG반도체의 기본 수요를 바탕으로 반도체 장비 및 재료 사업을 추진해온 LG실트론·LG화학·LG마이크론 등 LG그룹내 계열 회사들은 이번 반도체 빅딜로 인해 가장 치명적인 타격을 받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들 LG그룹 계열 회사 대부분이 생산제품 중 70% 이상을 LG반도체에 공급해 왔는데 기술 보안 문제가 중요시되는 반도체 사업 특성상 향후 현대전자가 계속 이들 회사로부터 핵심 장비 및 재료를 공급받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일반 중소 반도체 장비·재료업체의 입장에서도 이번 빅딜 타결은 호재라기보다 분명 악재에 가깝다.

 장비업계는 현대와 LG가 곧바로 라인 통합작업에 착수하더라도 반도체분야의 기술특성상 상당기간은 각자의 방식대로 계속 제품을 생산할 수밖에 없으며 따라서 이 기간 동안 신규설비 투자는 거의 없을 가능성이 높고 장기적으로도 국내 장비 및 재료시장은 두 회사가 각자 반도체사업을 추진할 때보다 그 규모 자체가 크게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그동안 LG반도체만을 거래해온 장비 및 재료업체들은 이번 합병으로 국내 반도체시장에서 아예 도태되는 최악의 경영 위기 상황을 맞게 될 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휩싸이고 있다.

 실제로 반도체 빅딜 문제가 불거져 나온 지난해말부터 LG반도체 협력업체들 중 일부는 회사 매출이 급격히 줄어들면서 부도설까지 나도는 등 이미 연쇄부도의 조짐을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이같은 부정적인 시각과 반대로 현대전자 협력업체 중 상당수는 이번 합병이 새로운 시장 확대의 기회를 가져다 줄 것으로 보고 있다.

<주상돈기자 sdjo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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