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인쇄회로기판(PCB) 생산장비시장이 활기를 띠고 있다.
이는 국제통화기금(IMF) 여파로 지난해 신규 설비 및 증설 투자를 거의 중단했던 국내 PCB업체들이 최근 들어 설비 투자를 재개하거나 신규 투자를 모색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그동안 내수시장에서 천대를 받아온 국내 PCB 생산장비업체들이 해외 시장개척에 주력해온 결과, 이제는 외국 유명 PCB업체로부터의 장비 발주를 의뢰받는 등 PCB 생산장비 수출도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이처럼 국내 PCB 생산장비시장이 되살아날 조짐을 보이자 국내에 진출한 외국계 업체는 물론 순수 국내 PCB 생산장비업체들은 신기술을 접목한 새로운 장비를 속속 선보이고 있다.
국내 최대 PCB 생산장비업체인 영화OTS는 지난해 해외시장에서 호평을 받은 자동절단 라미네이터에다 기존 수동노광기의 단점을 보완한 자동노광기를 최근 선보였으며 웨트장비 전문업체인 SMC는 기존 흑색산화막처리시스템(일명 블랙옥사이드)보다 한 단계 높은 갈색산화막처리시스템(일명 브라운옥사이드)을 개발, 국내 PCB업체에 공급하기 시작했다.
정인교역은 수년 전부터 국내외시장에 공급해온 클린머신의 기능을 더욱 향상, 국내 클린머신시장을 석권하겠다는 의욕을 불태우고 있으며 로더&언로더 전문업체인 한송산업은 로더&언로더에서 축적한 기술을 바탕으로 다층인쇄회로기판(MLB)용 본딩머신 및 단자면취기의 보급에 총력을 경주하고 있다. 한송산업은 더 나아가 오는 6월경 자동트리머를 출시한다는 계획 아래 필드테스트를 하고 있다.
최근 들어 MLB의 홀구경이 작아지면서 홀과 PCB 랜드의 도금두께 편차가 발생하는 현상이 빚어지자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역진동도금공법이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것에 힘입어 백산엔지니어링은 역진동도금공법용 정류기와 초진동교반시스템을 개발, 국내외 PCB업체에 공급하고 있으며 만나산업은 PCB 제조공정에서 흘러나오는 중금속함유 폐수를 정화, 다시 생산라인에 투입할 수 있도록 고안된 오폐수재생기를 개발했다.
국내 PCB 생산장비업체들이 이처럼 신제품 개발에 나서고 있으나 아직까지 국내 PCB업체로부터의 반향은 미미한 실정이다.
10년간 PCB 생산장비사업에 매달려온 한 사장은 『중소PCB업체를 제외하고 소위 빅 5로 불리는 국내 대규모 PCB업체들은 물론 중견 PCB업체들도 지금까지 국산 장비보다는 외산장비를 선호하고 있다』면서 『해외 유명 PCB업체들이 사용하고 있는 장비조차 국내에서는 발을 붙이기 힘든 실정』이라고 국내 PCB장비업계가 처한 현실을 설명했다.
다만 IMF 이후 고환율에 부담을 느낀 일부 PCB업체들이 국산 PCB 생산장비의 구입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고 있어 올해부터는 사정이 다소 나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같은 국내 PCB 생산장비업체의 지적에 대해 PCB업계는 일면 수긍하면서도 내심으로는 아직 국산 PCB 생산장비를 신뢰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PCB산업은 갈수록 장비의존적 산업 특성을 지니고 있는 데다 가격 또한 고가여서 장비 선택에 신중에 신중을 기한다』고 한 PCB업체 사장은 설명하고 『국산 PCB 생산장비의 경우 외산에 비해 신뢰성이 떨어지는 게 사실이고 핵심 생산장비는 아직까지 국산이 전무한 실정』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국내 PCB산업 수준이 일본 및 대만에 뒤처지는 요인 중 하나가 바로 국내 PCB 생산장비산업의 취약성에 있다고 지적했다.
사실 일본의 경우 거의 모든 PCB 생산장비를 국산화했으며 대만의 경우에도 드릴 및 자동검사장비(AOI) 등 일부 기종을 제외하고는 거의 다 국산화했다. 반면 국내 PCB 생산장비 기술은 아직까지 외산의 모방 단계에 머물고 있고 또 핵심 부품은 거의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남동공단의 한 PCB 사장은 『PCB업체들은 단순히 장비 가격과 신뢰성만을 중시해 장비를 구입하기보다는 장비에 묻어들어오는 생산 노하우도 장비 선택의 주요 잣대로 활용한다』면서 국내 PCB 장비업체들은 외산장비업체에 비해 최첨단 PCB 제조기술을 제공하는 데 있어 취약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고다층 MLB를 비롯해 BGA·램모듈 등 첨단 PCB의 가공홀수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홀구경도 작아지고 있는데 비해 국내 PCB업체들이 보유하고 있는 드릴 보유 대수는 이를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희영기자 hylee@etnews.co.kr>
많이 본 뉴스
-
1
테슬라, 중국산 '뉴 모델 Y' 2분기 韓 출시…1200만원 가격 인상
-
2
필옵틱스, 유리기판 '싱귤레이션' 장비 1호기 출하
-
3
'과기정통AI부' 설립, 부총리급 부처 격상 추진된다
-
4
두산에너빌리티, 사우디서 또 잭팟... 3월에만 3조원 수주
-
5
'전고체 시동' 엠플러스, LG엔솔에 패키징 장비 공급
-
6
모바일 주민등록증 전국 발급 개시…디지털 신분증 시대 도약
-
7
구형 갤럭시도 삼성 '개인비서' 쓴다…내달부터 원UI 7 정식 배포
-
8
에어부산 여객기 화재, 보조배터리 내부 절연파괴 원인
-
9
공공·민간 가리지 않고 사이버공격 기승…'디도스'·'크리덴셜 스터핑' 주의
-
10
상법 개정안, 野 주도로 본회의 통과…與 “거부권 행사 건의”
브랜드 뉴스룸
×